자본주의 사회, 스팀잇 Capitalism, Steemit

in #steemit7 years ago (edited)

스팀잇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스팀잇 초기부터 있어 왔고, 이용해보면 누구나 체감적으로 느끼는 문제 의식이다. 새로 가입하는 사람이면 더더욱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나 역시 이러한 문제를 느껴왔고, 개선의견을 몇 번 제시한 적이 있다. 문제 의식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글을 적어본다.


근로소득은 자본소득을 따라가지 못한다.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의 핵심 내용이다. 자본소득이 클수록 소득분배는 악화된다. 돈을 가진 사람과 돈이 없는 사람의 격차는 점점 커지는 것이다.

스팀은 현실보다 더한 자본주의 사회다.

스팀잇에서 얻는 수익은 크게 두가지이다. 글쓰기로 얻는 수익과 큐레이션으로 얻는 수익. 글쓰기로 얻는 수익은 근로소득이다. 큐레이션으로 얻는 수익은 자본소득에 가깝다.

  • 근로소득
    스팀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글쓰기 수익이 높다. (통계를 내보면 간단하다. 분명 상관관계를 가질 것이다)

  • 자본소득

    1. 큐레이션 보상은 근로소득이면서 한편으로는 시간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자본소득에 가까운 성격을 가진다. 스팀이 많을수록 큐레이션 보상도 일반적으로 비례해 증가한다. 고래의 큐레이션 보상은 일반 사람의 글쓰기 수익을 넘는다.
    2. 글을 읽지 않고 보팅만 누를 수도 있다.
    3. 그마저 귀찮으면 봇을 돌리기도 한다. 많은 고래들이 봇을 사용한다.

스팀잇이 현실세계보다 더한 자본주의 사회인 이유는 근로소득마저 스팀의 보유량을 따라가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자본이 적은 사람은 자본소득 뿐만 아니라 근로소득으로 얻는 수익마저 (없지는 않지만) 적다.

현실세계에는 세금이 있다.

현실세계는 사회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유지·관리하기 위해 세금을 걷는다. 적게 걷는 나라는 10%부터(더 적게 걷는 산유국도 있긴 하지만 여기에서는 제외) 많이 걷는 나라는 50% 넘게 걷는다. 스팀잇에는 세금이 없다. 소득분배는 일어나지 않는다. 부의 불균형은 더욱 심각해진다.

현재 스팀잇은 20만명의 사회

스팀잇은 현재 가입자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지난 3월 말 14만명이었던 가입자수는 3달도 되지 않아 20만명이 되었다.

이미지 출처 : https://steemit.com/statistics/@arcange/3v6u18-steemit-statistics-2017-06-13

3달만에 43%가 늘어난 것이다. 가입자 증가는 일반적으로 산술적으로 늘지 않고 지수함수 그래프를 따른다. 10만명 증가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블로터 http://www.bloter.net/archives/180255

이러한 속도라면 스팀잇은 올해말 40만명을 돌파하고 내년 6월이면 80만명을 넘어선다. 스팀잇은 100만명이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일까? 100만명을 넘어 1천만명, 1억명의 커뮤니티를 유지할 수 있을까? 신규 가입자가 얻는 것은 더욱 적어지고, 부의 불균형에 대한 목소리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지금처럼 스팀잇이 초기 참여자가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라면, 스팀잇은 분명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이유가 있을까? 사람들은 아무 수익도 생기지 않는데도 페이스북을 하고,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한다. 스팀잇 역시 그렇게 이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조금이라도 보상이 생기면 고마운 일이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생각이다. 인간은 그다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최후통첩 게임'이라는 게 있다.

게임을 위해서는 두 명의 참가자가 필요하다. 게임을 주재하는 사람은 참가자 가운데 한 사람에게 1만원을 주고, 그 돈을 두 명이 나누어 가지라고 한다. 돈을 받은 사람은 5,000원 / 5,000원으로 나누어 가져도 되고, 9,000원 / 1,000원으로 나누어 가져도 된다. 마음대로 비율을 정할 수 있다.

돈을 받는 사람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제안한 금액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것이다.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대로 나누어 가지게 되지만, 제안을 거부하면 두 사람 모두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당신이 참가자가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비율로 나누겠다고 제안하겠는가? 만약 제안을 받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이 어떤 비율로 제안해야 받아들이겠는가?

사람들은 대부분 5,000원 / 5,000원으로 나누어 갖겠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9,000원 / 1,000원이나 8,000원 / 2,000원으로 나누겠다고 한 경우 대부분 거부당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적은 돈이라도 받는 게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임에도 거부하는 걸 결정했다. 그들은 대뇌 안쪽에 있는 뇌섬(insula)에서 강한 분노 반응을 보였다. '경제적인 이득'보다 '공정성'에 더욱 큰 가치를 두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러한 공정성에 대한 가치 판단은 원숭이에게도 보인다)

스팀잇에 종종 비판의 목소리가 '분노 섞인' 목소리로 나오는 것은 그들이 '공정성'의 가치가 훼손되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스팀잇이 발전하기 위해 우리는 이러한 '공정성'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야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덧, 스팀잇은 조금씩 나아갈 것이다.

@woo7739 님께서 제 글 링크를 걸어두셨기에 앞으로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을 거 같아 내용을 조금 더 추가하자면,

스팀잇은 현재 베타버전이다. 당장 2017년 6월 20일만 해도 19 하드포크가 예정되어 있다.

스팀잇은 계속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현재 곳곳에서 일고 있는 목소리는 스팀잇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커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데 제약이 될 거라 생각하기에 이 글을 쓴 것이며, 앞으로 달라지는 환경에 맞추어 스팀잇은 또 변화해 갈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방향은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일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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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입니다. 실험경제학을 하는 저로서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남들을 많이 버는데 나는 조금 받으면 기분이 나쁘죠. 새로운 가입자를 모두 골고루 도와 줄 수 있으면 좋지만, 가입자가 너무 많으면 그것도 힘들 것 같구요. 제 생각에는 두 가지 해결책이 있을 것 같은데, 첫번째는 스팀 파워를 많이 가진 사람의 영향을 줄이고 적게 가진 사람의 영향을 키워 주는 방법이 있을 것 같고, 두 번 째는 연예인 팬클럽 처럼 이타적인 목적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많이 영입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험 경제학을 보면 fairness 도 중요한 topic 이고 altruistic behavior 도 중요한 topic 이죠)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altruistic behavior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출판을 굳이 하지 않아도 글을 써서 돈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나 더 나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 제공 등 여러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kr 커뮤니티의 고래분들이 흔히 말하는 소득의 재분배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런 선순환이 이루어지기에 아직 소외되는 인원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더 가입자가 많아질수록 고래들이 더욱 필요하게 될텐데. 사실 부는 제대로 된 분배가 되지않는다면 부의 격차가 생기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적어도 kr 커뮤니티는 아직 자본주의와 비교해봤을 때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공감합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오래된 글에 댓글을 답니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고 하면 고래들이 보팅을 했을 때 추가적으로 얻는 감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보상은 결국 부의 집중 현상을 만들게 될테니까요.

Steem dollar and steem is rising in value as more and more user is joinning our big community and the investor realise the value of steem!

저역시도 스팀잇의 유저 증가가 부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위에 높은 스팀파워를 보유한 사람은 자신들만의 그룹을 별도로 구성하고, 그 그룹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것이고,

대부분의 신규유저나 낮은 파워의 유저는 남은 빵 부스러기를 주워 다니느라 더욱 경쟁하겠지요..

지금까지는 그나마 착한 kr 고래님들의 도움으로 신규유저도 적지않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나,, 지원이 필요한 신규유저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선한 고래의 능력밖의 일이 될 것이고, 그러면 신규유저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나기 어렵겠지요..

아직까지도 스팀잇은 성장중에 있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바 분명하다고 판단되는건 선한고래 몇분의 힘으로 컨트롤 하기 어려워지는 시점은 그리 멀지 않아 찾아올 것이고, 부의 불균형은 점점 더 심화될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시스템적 보완이 없다면,,, 말이죠,,!

yoon님과 yoon님의 글을 평가절하하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지만, 이 글 역시 vote의 수가 view보다 월등히 많네요...ㅎㅎㅎ 이런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적 보완이 절실한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ㅎㅎ 맞습니다. 제 글에도 봇이 좀 붙나 봅니다.

ㅎㅎㅎㅎ,,,
사실 시스템의 보완보다 더 좋은 방법은, 유저들간의 자발적 참여와 견제인데,,,
악의적 고래에 대항하기에는 아직 돌고래와 고등어, 꽁치,멸치 유저분들이 너무 적은가봐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다만, 저는 그들이 악의적이라기 보다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충실하게 수익을 얻는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시스템의 개선으로 이루어야지, 누군가의 자발성에 기대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제가 '악의적'이라고 표현한데는 문제가 좀 있네요.. 업보팅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는거고, 적지만 저 역시도 제 글에 업보팅을 누르고 있으니 말이에요..

하지만 시스템의 개선이 없었던 지난 몇달동안, kr 커뮤니티의 이타적 고래님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장세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시스템의 발전과 함께 사용자간의 암묵적 합의, 그리고 건설적인 논의가 같이 병행되어야 하는거겠지요 :)

맞습니다. kr 커뮤니티는 초기 참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굉장히 성공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이게 모든 커뮤니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훌륭하신 통찰이네요.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으로 나누어 설명해주시니 더욱 명쾌해진 면이 있습니다.
신규진입자는 자본소득으로 부를 구축해놓은 기득권자를 질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내가 근로소득으로 벌 수밖에 없는 돈을 너무나 쉽게 벌거든요. 그 질투는 생각보다 치명적인 스팀잇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를 분배하는 방법이 무엇과 비례해야하느냐는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잘 보고 갑니다..ㅎㅎ 감사합니다:)

매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이트 자체적인 비효율성도 문제라고 봅니다. 여러모로 접근성이 떨어지지요.ㅣ

ㅎㅎ 아직은 베타 서비스라. 좀 더 나아지겠죠. ^^

스팀초보라 아직 배울게 많지만 저에겐 큐레이트도 아직 생소한데 고래가 봇을 돌린다는 말은 또 첨인데요 ?
그런것도 있나요?

스팀파워 많은 사람(고래)이 업보팅(추천)을 하면 trending post에 올라갈 확율이 높아진다고 합니다(큐레이션). 고래들은 큐레이션 리워드를 받습니다. 읽고 좋은 글을 보팅하는 고래도 있지만, 읽지 않고 보팅하는 고래, 친목질로 보팅하는 고래 그리고 봇을 이용하는 고래도 있다고 합니다.

https://steemit.com/steemit/@qkrnxlddl/why-steemit-can-not-be-ruined-kr-en

https://steemit.com/kr/@venti/61tunp

링크도 참조하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읽어보고 더 열심히 공부 하겠습니다.

사실 돈이 엮여 있다는게 이런 문제를 야기 시킬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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