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in #startup5 years ago (edited)

비록 엉망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대학 1학년 때부터 논문 발표 대회에 참가했던 나는 3학년이 끝나가던 겨울,

담당 교수님에게 졸업 논문으로 ‘액체 연료 로켓’에 대하여 쓰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때 교수님은 “네가 제안하는 그 주제는 첫째, 실험이 너무 위험하며 둘째, 너의 성향 또한 너무 위험하고 셋째, 실험에 너무 많은 돈이 든다”고 이야기 해 주셨다.

덧붙여 “집에 10억 정도 있느냐”며 담백한 미소를 날리시곤 포기하라고 일러주셨다.

부끄럽지만 그때 나는 처음으로 무언가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 9.11 사태 이후 유학을 나갔던 선배들이 돌아오고 로켓 공학이 자국의 안보만을 위한 폐쇄 공학으로 바뀌면서 나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로켓 공학자의 길을 잠깐 접고 일단 돈을 많이 번 후 다시 돌아오자는 결심을 하였다.

내 성향이 위험하다거나 액체 로켓 실험이 위험하다거나 하는 불건전한 생각은 애시당초 하지도 않았다.

단지 로켓 공학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학문이므로 그에비해 돈을 버는 건 상대적으로 쉽지 않을까, 그래서 너무 빨리 부자가 되어 시건방진 사람이 되지는 않을까 따위의 걱정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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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포브스 경제 잡지에는 우리나라의 젊은30대 부자들 순위가 나왔는데 난다 긴다하는 수많은 재벌 출신 부자들 사이에서

김택진, 이해진, 김범수, 이수영 등 게임업계 출신 개발자들의 이름이 당당하게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재벌 2, 3세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게임업계 출신 부자들 뿐이었다. 내가 아닌 누구라도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생각했을 것이다.

당연히 나도 '게임 밖에 없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기회였다.

초딩 시절부터 혼자 이런저런 게임을 만들며 친구들의 분별없는 불법복제에 시달려왔던 나였기에 지금이라도 로켓 시뮬레이션 같은 것 하나 만들어 보여준다면 취업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일단 취업을 해 전체 개발 프로세스를 익히고 난 다음, 기업을 세워 리니지 같은 대박 게임을 만들자.’

이렇게 일생의 경로를 학자에서 기업가로 수정하자, 모든 것들이 바뀌었다.
전공에 미쳐 날뛰던 내가 IT 계열 수업으로 학점을 가득 채우고 누가 먼저 채갈까 두려워 **STORY라는 회사 상표를 등록하고 닷컴 주소를 사고 친구가 낸 마우스 관련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어 같이 설계를 하고 실용신안 특허를 등록하고

또 그 특허를 팔기 위해 iRiver 같은 MP3회사들을 찾아 다니며 영업을 하고 그것이 잘 되지 않아 경영대 교수님들을 찾아 다니며 도움을 청하고 조언을 듣고 그래서 (맨큐, 스티글리츠 같은) 경제학 서적들을 완독하고 맥킨지식 사고 훈련에 빠져 허유적대다가

또 게임이론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마케팅 서적들을 읽어가며 세계를 지배한 듯한 환상속에서 그렇게 많은 제품들의 성공과 실패의 이유를 평해가며 그렇게, 그렇게 모든 것들이 바뀌었다.

나는 그렇게, 너무나 로켓을 만들고 싶어 기업을 세우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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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꿈이자 계획입니다. 이대로 진행이 되고 있는지 궁금하고, 꿈을 응원드립니다!

꿈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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