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대학의 경쟁력 2 (Singapore Universities’ Competitiveness 2)steemCreated with Sketch.

싱가포르 대학들이 짧은 시간 내에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실적주의가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와서 열심히 공부한다는 전제도 있지만 교수들의 경쟁력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국가가 자나깨나 최고수준의 인재양성에 매달리다보니 대학교에서도 실적주의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니 교수들도 죽기 살기로 연구하고, 가르치지 않고서는 버텨날 수 없는 현실이다.

며칠 전에 싱가포르국립대(NUS)에 초빙교수로 1년 와 있다는 한국의 모 대학 교수를 만나서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NUS의 해당 학과 교수들을 보니 온통 연구논문 작성하는데 관심이 가 있더라는 것이다. 연구논문의 경우 해당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10위권 내에 얼마나 자기 논문을 많이 실렸냐가 관건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 재임용심사를 2년 앞둔 중국출신 모 여교수는 재임용에서 탈락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한국 초빙교수가 봐서는 발표한 논문 수가 많고 좋은 연구 성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도 말이다.

어쨌든 질적 수준을 갖춘 다량의 연구논문의 양을 채워야 하니 외국 교수들과 공동연구방식으로 해서라도 모자라는 숫자를 채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NUS 이공계의 다른 학과 초빙연구원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교수들의 연구논문이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실무적이고 현장성이 높은 내용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그리고 연구 환경도 좋아 NUS의 경제학과 같은 경우도 연구비가 넘쳐나서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비록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연구비가 없어 허덕이며 교수들이 진정한 연구나 수업보다는 연구비 확보에 몰두해야 하는 현실, 그래서 연구과제를 외부에서 더 많이 따와 학교재정에 기여하면 유능한 교수이고, 그렇지 않으면 무능한 교수로 평가받는 한국의 대학현실과는 많은 차이가 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국립대 상기 학과에서는 처음 교수가 되면 6년차에 재임용심사가 있다고 한다. 심사대상이 되는 교수가 추천한 6명의 인사, 그리고 학교측에서 추천한 6명, 총 12명 중에서 선발하여 재임용심사를 한단다. 그런데 이 재임용심사에서 살아남는 비율이 고작해야 30~40%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학과에는 중간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급 교수들이 별로 없다고 한다. 신분보장을 받는 정교수들이 워낙 적고 새로운 교수들은 계속 바뀌다보니 이런 현상이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학교마다, 그리고 학과마다 심사제도나 사정이 조금씩 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수임용제가 이렇게 타이트하게 돌아가다 보니 얼핏 봐서는 과연 교수가 직업으로서의 매력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인센티브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사실 교수평가에 따라 같은 학과 교수들 사이에서도 연봉이 달라지는 것은 기본이지만 국립대 교수들의 연봉수준 자체가 우리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처음 임용되는 교수조차 초봉이 우리 돈으로 1억원 상당이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교수들을 영입하기 위해서 국가가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우리나라도 대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고 실적주의를 강화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고, 특히 서울대를 국립대에서 법인화시킨 것도 이런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당초의 취지대로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앞에서 거론된 초빙교수가 이런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도 싱가포르처럼 서울대 교수들의 보수는 현재보다 훨씬 높여주고, 대신에 엄격한 교수임용제를 채택하면 어떨까라고. 그러면 서울대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대학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우리는 크던 작던 늘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산다. 그러나 실제로 실천을 통해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싱가포르 대학들이 학교운영에 있어 경쟁체제를 만들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싱가포르 대학의 교수들은 학사운영에 개입할 여지와 권한이 별로 없다고 한다. 교수와 학교행정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는 말이다. 워낙 실적주의를 강조하는 나라다 보니 대학에서의 경쟁체제를 도입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데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지 않았으리라 본다. 우리의 많은 대학들이 무한도전에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학교 커뮤니티 내에서 진정한 경쟁시스템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은 듯 보인다. 누가 더 이런 시스템을 제대로 도입하고 먼저 정착시키냐에 따라 개별 학교와 그 공동체의 운명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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