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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short8 years ago (edited)

야동 보는 남자

상의를 벗은 여자가 왼쪽 유방을 자신의 손으로 주무른다. 브래지어는 입고 있지 않다. 입을 벌려 혀를 조금 내밀고 윗입술을 천천히 한번 훑으며 여전히 자신의 가슴을 만진다. 엄지와 검지로 젖꼭지를 꼬집듯 돌리더니 치마를 입은 그대로, 발가벗고 누워 있는 남자 위에 천천히 앉는다. 여자의 입에서 간드러지는 신음 소리가 나고 동공이 살며시 흔들린다. 그러고는 앞뒤로 리드미컬하게 허리를 움직인다.

15인치 노트북 모니터 속의 영상이다. 기성이 책상 위 노트북 앞에 앉아, 영상 속의 여자와 마찬가지로 입을 반쯤 벌린 채 오른 손으로 자신의 뜨거운 성기를 쥔다. 여자가 허리를 움직이는 속도에 맞춰 성기를 쥔 기성의 오른 손도 위아래로 조금씩 빠르게 움직인다. 모니터의 여자는 점차 신음을 크게 내지르며, 짐짓 요염해 보이려는 표정도 까맣게 잊은 듯 눈을 희번덕거린다. 오로지 육체로만 기능하면 그만인 모습이다. 기성 역시 팔을 세차게 흔들며 오로지 영상에 모든 감각을 기울인다. 이 순간만큼은 일상의 모든 감정과 장애, 피로에서 벗어나 순전히 쾌락밖에 없다. 다른 것들은 모두 그럴듯하지도, 있음직 하지도 않은 비현실이 되어버린다. 영상의 여자가 격렬한 행위를 다하고 스르르 일어서자 음부에서 남자의 정액이 흘러내린다. 여자는 전연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운 듯 밝게 웃어 보인다. 기성의 손에도 끈적끈적한 정액이 한가득하다.

기성이 모니터 옆 네모난 휴지 상자에서 휴지를 너더댓 장 꺼내 손을 닦는다. 그리고 휴지를 더 꺼내 자신의 미끌미끌한 성기를 닦는다. 널찍한 원룸에 정액 냄새가 풀풀 거린다. 기성은 마찬가지로 책상 한편에 있는 라벤더 향의 보랏빛 방향제를 집는다. 지난 번 미희와 데이트 때 고기를 구워 먹은 뒤, 그녀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생활 용품 가게에서 건네받은 방향제다. 그것을 사정없이 방 여기저기에 뿌린다. 불빛을 받은 액체 분사물이 반짝대며 허공 속에서 사라진다. 정지된 영상 속, 웃고 있는 여자 앞에도 액체가 반짝댄다. 몸이 나른해진 기성이 바닥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여전히 손은 조금 끈적끈적하다. 코에 대보니 냄새도 다 가시지 않았다. 기성은 그 손으로 핸드폰을 집어 미희에게 문자를 한다.

-미희 씨, 밥 먹었어요? 전 잔업 하느라 이제 퇴근하네요.

기성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한번 내뱉는다. 가슴이 부풀다가 이내 가라앉는다. 수음으로 빨라졌던 심장 박동이 거의 잦아든다. 그럼에도 여전히 평상시보다는 빨리 심장이 뛴다. 기성은 이것이 자신의 성 행위에 따른 것인지 혹은 미희 씨의 답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인지 헷갈린다. 그럼에도 나른한 가운데 감도는 약간의 긴장감이 그리 나쁘지 않다.

문자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기성이 문자를 보낸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았다. 기성은 누운 자세 그대로 정액이 묻었던 오른 손의 검지와 중지만을 뻗어 사람의 다리처럼 바닥을 걷는 시늉으로 손가락으로 바닥을 짚어 천천히 핸드폰을 집는다.

-네, 먹긴 했는데 입맛이 없어서 먹는 둥 마는 둥 했네요. 기성 씨는요? 그럼 아직 안 먹은 거예요? 배고프겠다. 얼른 들어가서 식사하세요.

기성은 미희의 답문을 보고 슬쩍 웃는다. 그러고는 전화 버튼을 누르려다가 그만두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옷을 하나씩 벗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한다.

기성이 미희를 만난 지는 약 한 달 되었다. 아직 정식으로 교제하는 건 아니었지만 둘 모두 좋은 감정을 품고 있었고 그 사실을 서로 어렴풋이 알기까지 했다. 비록 데이트도 두 번밖에 못 했지만 그리 어색한 관계도 아니었다. 요컨대 말 한 마디면 둘은 연인이 될 터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꼭 그런 수순을 밟아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두 사람이 얼마간 연애에 경험이 있는 서른 전후의 나이이기도 했지만 꼭 그런 것 없이도 관계가 지속되리라는 믿음이 서로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기성이 미희를 알게 된 건 직장 여 선배를 통해서다. 선배는 원래 기성을 좋아했다. 기성이 입사했을 때부터 그에게 마음을 품고서는 공공연히 좋아한다고도 여기저기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기성은 그런 선배의 마음을 한사코 거부했고, 그녀는 그렇게 2년을 혼자 힘들어하다가는 한순간 마음을 접고 맞선을 보고 시집을 가버렸다. 그 후 애도 낳고 부족함 없어 보이는 결혼 생활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기성을 향한 미련을 깨끗이 떨칠 수 없었는지, 어느 날 정말 괜찮은 동생이 한 명 있다며 만나보라고 그에게 미희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기성은 자신을 좋아했던 여자의 소개에 마음이 동하지 않았으나, 장시간 선배를 거절했다는 약간의 미안함에 한번 만나나 보자는 심정으로 미희에게 연락을 했다.

약간의 경계심을 품고 기성은 첫 약속 장소로 향했다.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레스토랑이었다. 기성은 성숙한 나이 대의 여자임을 감안해 사람 많고 시끄러운 도심보다는 교외의 한적한 곳을 약속 장소로 잡았다. 마침 미희의 직장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처음엔 직장으로 직접 데리러 가려고 했으나 미희 쪽에서 먼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다며 자신도 자가용이 있으니 레스토랑에서 직접 만나자고 했다.

차가 막혔다. 가뜩이나 자기 쪽에서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도로에서 시간을 버리고 약속 시간에 늦어 의도치 않은 결례를 범해야 한다는 게 마뜩치 않았다. 기성은 자신 앞으로 차선을 변경하려는 차가 있을 때마다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올리며 바짝 앞서나갔다. 그럼에도 좀처럼 뚫리지 않는 도로 상황에 기성이 운전대를 더 세게 틀어쥐었다. 이대로 차를 돌려 집에 가고 싶어졌다. 이 시간이면 여유롭게 노트북 앞에 앉아 미모의 여성이 쾌락에 사로잡힌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며 자신의 욕망을 어루만질 때였다. 더군다나 오늘은 좋아하는 성인 배우의 신작이 나오는 날이었다. 배우가 처음으로 여러 명의 남자와 함께 찍은 영상이다. 기실 기성은 낮에 업무를 보는 중에도 문득 배우의 영상을 상상하며 일을 멈추고 멍하니 있기까지 했다. 만약 만나는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 시간이 채 안 되어 밥만 먹고 집으로 돌아가리라 마음을 먹었다.

은은한 갈색 조명 빛이 번지는 레스토랑 내에서 기성은 머리를 두리번거리며 빠르게 여자를 찾았다. 사진 한 장 본 적 없었기에 어떤 용모인지 모름에도 그는 미희를 알아볼 수 있다고 확신하며 계속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이런 곳에 혼자 앉아있는 여자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희를 찾지 못 하자 시간이 늦어 집으로 간 것으로 알고, 기성은 내심 잘 됐다며 핸드폰을 꺼냈다. 전화를 걸어 늦어서 죄송하다고 하고, 몇 마디 듣기 싫은 소리를 건성으로 들은 뒤 집으로 갈 계획이었다. 그러면 여자 쪽에서도 다시는 만나자는 소리를 안 할 것이고, 선배 역시 다시는 이런 만남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기성 씨세요?

흰 셔츠에 연두 빛 스웨터를 입은 여자가 기성을 보며 아는 체를 했다. 기성은 직감적으로 그녀가 미희임을 깨닫고 그렇다고 하면서 애써 심호흡을 하며 숨을 골랐다. 그녀가 꽤나 미인이었기 때문이다.

기성이 선배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은 것은 단순했다. 그의 눈에 예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 하나로 기성에게 그녀는 결코 사랑에 빠질 수 없는 사람이었다. 외모를 제외한 모든 강점도 기성에게는 단지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그저 그런 평범함으로 격하되었다.

미희는 달랐다. 단순히 검은 머리를 넘어서 아주 새까맣다고 할 수 있는 흑발의 길고 풍성한 머리칼엔 보기 좋게 컬이 들어가 있었다. 더군다나 마찬가지로 짙고 선명한 눈썹과 대비되는 얼음처럼 투명한 피부의 얼굴은 흡사 검은 도화지 위에 그린 백옥의 미인도 같았다. 그것들이 아래로 뻗은 미끈한 몸과 어우러져, 미희라는 한 여성은 살아생전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한껏 구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네, 맞습니다. 미희 씨세요?

-예,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늦어서.

-아니에요. 저도 좀 늦었어요. 오히려 제가 먼저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차 좀 막히지 않아요?

둘은 자리에 앉아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갔다. 미희는 기성을 기다리다가 잠시 화장실에 갔고 나오는 길에 홀 한가운데서 멀뚱멀뚱 서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기성이었다. 미희는 여 선배의 대학 후배였고 그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졸업 후에도 간간이 연락하고 만나는 사이라고 했다. 언니가 정말 괜찮은 남자라면서 만나보라고 해서 나왔는데, 솔직히 마지못해 나왔다는 점은 기성과 꼭 같았다.

미희는 의외로 붙임성이 있었다. 입을 다물고 무표정하게 있으면 얼음 속에서 시간을 이탈한 듯 신비로움을 넘어 오만하게까지 보이는 알 수 없는 매력이 있었지만 대화를 할 때면 다른 모습이었다. 애써 지어내지 않은, 가슴 속에서부터 나온 듯한 태생적으로 상냥하고 자연스러운 무언가가 상대방에게 전달되었다.

기성은 불그스름하니 육질 좋은 스테이크엔 그다지 집중하지 않고 그녀의 눈과 입을 소중히 바라봤다. 적지 않은 연애 경험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기성이 그간 여자라는 다양한 방을 들어가보지 않았다면, 이 순간 미인이 풍기는 압도적인 분위기에 우물쭈물할 게 뻔했다. 그는 단련된 대로 미인이라는 무지막지한 덩어리와 자신의 에고를 분리하며 자신으로서 오롯이 존재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미인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헌신했다. 그것은 쉽지 않은 정신의 종합 작용이었으나, 그는 해냈고, 그렇게 첫 만남을 수 시간 끝에 성공적으로 마쳤다. 정중하게 다음을 기약하고 집으로 가는 길, 기성은 자신이 기진맥진해 있음을 깨닫고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았다. 한시라도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고 노트북을 켜고 영상을 찾는다. 역시나 기다리던 신작이 있다. 곧장 버튼을 눌러 다운로드를 진행한다. 다 받기까지 채 3분도 걸리지 않는다. 기성은 3분이면 해 먹을 수 있는 각종 인스턴트 요리를 떠올리며, 3분이면 원하는 여성의 육체를 보고 즐길 수 있는 문명에 새삼 편리함을 느끼고 바지를 벗어젖힌다. 영상을 재생하고 쪼그라든 자신의 성기를 손에 쥔다. 계속 밖에 있고 들어와 손도 씻지 않았음에도 그는 개의치 않고 조몰락거린다. 언젠가 친구들과의 음담패설에서, 남자든 여자든 손때를 많이 타면 성기가 검게 변한다고 들은 것 따위는 이 순간 하등 중요하지 않다.

영상에선 여자가 처음부터 나체로 나오고 그 주위엔 검은 복면을 쓴 대여섯 명의 남자들이 마찬가지로 벌거벗은 채 서 있다. 그 중 한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가 그녀의 몸을 만진다. 가슴과 엉덩이 등 이곳저곳을 간질이 듯 천천히 만진다. 평소 같았으면 영상의 흐름에 맞춰 여유롭게 수음을 했을 기성이 갑자기 마우스에 손을 대며 장면을 전환한다. 바뀐 화면에선 한 남자가 누워 있는 여자의 음부에 자신의 성기를 집어넣는다. 그러고서 앞뒤로 몸을 흔든다. 주위엔 나머지 남성들이 자신의 성기를 흔들며 서 있다. 마찬가지로 자신을 만지던 기성이 다시 성기에서 손을 떼고 마우스를 잡는다. 그는 성난 듯 눈을 부릅뜨고 거칠게 마우스를 움직이며 장면을 전환한다. 순간 그는 좀 전에 만났던 그녀를 떠올린다. 아름다웠던 백옥의 미희. 기성은 왠지 모르게 다급하고 답답해져 다시 세게 성기를 흔든다. 영상에선 드디어 수 명의 남자들이 한 여자와 얽혀서 온갖 성 행위를 하고 있다. 엎드려 있는 여자의 뒤에서 한 남자가 성기를 집어넣고 아래에 누워 있는 한 남자는 여자의 가슴을 빤다. 여자는 또한 입과 양 손으로 여러 남자의 성기를 핥고 흔들고 있다. 이마저도 만족스럽지 않은지 기성이 다시 마우스에 손을 대 영상을 맨 마지막으로 재생시킨다. 여자가 무릎을 꿇고 앉아서는 위를 올려보고 있다. 남자들이 그런 여자를 가운데 두고 빙 둘러서 차례대로 여자의 얼굴에 사정을 한다. 여자의 얼굴이 끝내 하얗고 노란 정액들로 뒤범벅된다. 기성은 씩씩대며 앉은 자세 그대로 바닥에 정액을 쏟는다. 그러고는 바닥을 닦지도 않고 휴지를 한 장 꺼내 대강 손을 닦은 뒤 전화를 건다.

-미희 씨, 잘 들어가셨어요?

둘은 며칠 지나지 않아 만났다. 영화 한 편을 보기로 했고, 어떤 영화를 볼지는 따로 정하지 않았다. 기성은 이번에는 늦지 않기 위해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영화관에 가 영화를 살폈다. 몇 몇 영화 중 국경을 넘나들며 첩보 작전을 펼치는 액션 영화와 동물 캐릭터들을 내세워 사랑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미희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모르는 시점, 두 영화가 그나마 상영 영화 중 가장 대중적으로 보였다. 상영 시간을 살피니 액션 영화는 방금 시작해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고 애니메이션 영화가 약속 시각에 맞춰 가장 적절했다. 포스터엔 노란 바탕에 온갖 동물들이 다양한 자세로 웃고 있는 등 한껏 밝은 분위기가 우러나, 역시 이 영화를 보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매표소에 줄지어 선 사람들을 보며 표를 미리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혹시 모르니 좀 더 기다려보자는 심산으로 뒤편 대기석에 앉았다.

영화관은 주말 저녁답게 사람들로 왁자지껄했다. 추운 날씨에도 알록달록한 색채의 옷과 액세서리로 한껏 치장한 모습이었다.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과 애인의 품에 안긴 남녀, 머리가 희끗한 노인들까지 모두 주말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기성은 스낵 코너에서 튀겨지는 팝콘의 버터 향과 매표소 건너편 오락실의 각종 기기음에 둘러싸여 이 곳에서 사람을, 그것도 한 여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미희와 함께라면 많은 것들이 더 좋아질 것 같았다. 그녀와 함께하는 이런 저런 공상에 빠져 영화 같은 미래를 꿈꾸고 있을 때 핸드폰 벨소리가 들렸다. 미희였다.

-아, 아, 정말 죄송해요. 좀 늦을 거 같아요.

기성은 코트 한가운데를 비집고 나온 보풀을 만지작댔다.

-괜찮아요, 천천히 오세요.

-죄송해요!

기성은 개의치 않았다. 지난 번 자신이 많이 늦은데다, 원체 상대방의 시간관념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수도 있겠거니 여기며 몸을 틀어 엘리베이터 쪽으로 돌아앉았다. 그러고서는 다시 공상에 빠졌다. 함께 손을 잡고 가로수 길을 걷는다거나, 벤치에 앉아 밤하늘의 별을 올려본다거나. 그런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팽팽해졌다.

미희가 도착했다. 와인색 코트가 맵시 있게 무릎 아래까지 뻗어 있었다. 전신을 덮는 기다란 코트임에도 미희가 입고 있자니 늘씬하니 체형이 돋보였다. 그 위로 진주 빛 광채를 뿜는 듯 미희가 환한 얼굴로 기성을 알아보고 빠르게 걸어왔다.

-많이 늦었죠!

-아닙니다.

말과는 달리 미희는 30분이나 늦었다. 그동안 애니메이션 영화는 이미 시작했다. 매표원이 지금 들어가면 조금 지나긴 했지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에 기성이 매표를 하려고 하자 미희가 자신은 처음부터 못 본 영화는 아예 보지 않는다며 다른 영화를 보자고 했다. 이에 둘은 다른 영화를 살폈고, 시간대가 맞는 영화는 당장 한 편 밖에 없었다. 포스터엔 상반신을 반쯤 드러낸 여자가 뒤로 돌아 남자의 몸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한눈에도 성을 소재로 한 영화였다.

-이거 봐요.

-괜찮겠어요?

정면이 아닌 사선으로 포스터를 바라보던 기성이 눈을 떼고 바닥에 시선을 떨어트렸다. 이에 반해 미희는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올리고 포스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쾌활하게 답했다.

-뭐 어때요?

말없이 매표를 하고 각자 화장실에 들른 뒤 상영관에 입장했다. 안에는 의외로 사람들이 들어차 있었다. 대부분 기성과 미희처럼 데이트를 하는 남녀였다. 둘은 자리에 앉았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가난한 여자가 출세를 향한 욕망에 온갖 짓을 서슴지 않으며 끝내 정재계 등 권력층 사람들을 밀실에서 주무르는 고급 화류계 스타가 된다는 이야기다. 예상과는 달리 농도 짙은 성적인 씬은 없었고 영화 전체가 여 배우의 관능미를 은근히 드러내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 기성은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조마해져, 어쩌다가 미희와 손이 스치기라도 하면 움찔하며 놀라는 기색을 보이기까지 했다. 영화엔 다만 반전이 있었는데 주인공의 권모술수가 몰래 촬영된 침실 동영상이 유출됨으로써 만천하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쏟아져 나오는 인파 속에 둘은 잠자코 몸을 실었다.

-근데 기성 씨, 왜 그렇게 놀라요?

지글지글 구워지는 고기 판 위 연기를 뚫고 미희가 물었다.

-네? 무슨 말이신지.

-아니요, 영화 보는데 자꾸 막 크게 놀라시던데. 공포 영화도 아니고.

기성은 부끄러워져 대답은 않고 멋쩍게 웃어만 보였다.

-야해서 그래요? 솔직히 그게 야한 건가. 딱 포스터까지가 다네.

기성은 여전히 아무 말도 않고 구워진 고기를 가위로 잘라 미희의 앞 그릇에 놓아주었다.

-왜 말이 없어요? 영화 봤으면 영화 얘기를 해야지.

-그냥 뭐 그럭저럭이더라고요. 엄청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막 야한 것도 아니고.

-역시 그렇죠? 그래도 초반엔 몰입이 되더라고요. 집은 가난하지, 엄마는 아프지, 동생은 학비가 없어서 공부를 못 하지. 잘못된 선택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좀 여자라서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어요.

기성 역시 영화에 관해 이런저런 것들을 언급하려다 괜스레 꺼려져 또 다시 입을 다물고 말았다. 다행히 미희는 아랑곳 않고 구구절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기성은 적당히 말을 받아주며 미희의 대화를 끊이지 않게 했다. 여자로 하여금 말을 많이 하게하는 것. 그것이 기성이 알고 있는 연애의 제 1원칙이었다.

-여자가 너무 못되긴 했어요. 하나같이 다 이용하고 쓸데없어지면 버리고. 그래도 그렇지 그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 동영상이요. 단순히 여자가 나쁜 여자임을 알리는 걸 넘어, 그건, 뭐랄까... 그래, 여자로서의 생명을 뿌리부터 앗아가는 거라고요. 그래요, 사형! 그건 여자를 죽이는 일이라고요!

고기를 두어 점 넣은 상추쌈을 씹으며 기성은 고개를 연신 끄떡거렸다.

-전 이해가 안 돼요, 그런 동영상이요. 몰래 찍는 것도 문제지만 요즘엔 서로 좋다고 찍는 것도 많대요. 세상에. 무섭지도 않나. 제가 이상한 건가요? 기성 씨,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성은 화들짝 놀라 씹던 고기를 한입에 꿀꺽 삼켜버리고 연거푸 물을 마셨다. 그러고는 짐짓 점잖은 투로 오른 팔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도 이해가 안 갑니다. 너무 좋아서,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서 그런다고들 하죠. 하지만 추억이야 얼마든지 더 예쁜 곳에서 더 예쁘게 남길 수 있는 것이고, 무엇보다 사람의 감정이란 게 항상 유동적이어서 어제 좋았다고 오늘 또 좋으란 법은 없으니까요. 분명 많은 사람들이 그런 동영상을 찍은 걸 후회할 테지만 그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때죠. 또한 대개 그 후회란 것은 여자들의 몫이죠.

-역시, 그렇죠?

미희가 환히 웃었다. 마치 자신의 흐릿했던 마음을 기성이 밝혀주기라도 한 듯. 기성은 그녀의 반색에, 더 밀어붙이기로 했다.

-성이란 것은 단순히 수단이나 도구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정체성이자 그 사람의 표상이죠. 그런 관점으로 성매매도 생각해볼 수 있어요. 흔히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매매가 없던 시절은 없었으며 인간이 자유롭게 판단하는 한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이 간섭할 수 없는 의지의 영역인데다가, 또한 실질적으로 선진국일수록 그것이 정부의 승인 하에 더욱더 체계적으로 관리된다며 성매매를 찬성하곤 하는데 이는 문제의 본질을 매우 빗나간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은 한 사람과 분리할 수 없는 인간 존엄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미희 씨, 장기 매매를 합법화한 나라 들어보셨어요? 사람이 자신의 팔이나 다리, 눈, 혹은 심장을 돈을 받고 자유롭게 팔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절대 아니죠. 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착각하고 있어요. 성은 내 것이기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하지만 그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자기 자신을 인간이라는 존엄의 왕좌에서 한낱 도구 따위로 끌어내리는 짓일 뿐입니다.

미희가 잠시간 말을 잃고 넋이 나간 듯 기성을 바라봤다.

-멋져요, 기성 씨...

그녀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두 팔을 테이블에 올려 상체를 앞으로 내밀었다. 고기 굽는 소리와 시끌벅적한 사람들 소리 사이로 미희의 맑은 목소리가 작지만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저 기성 씨 믿을래요.

기성은 이제 미희 앞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말할 수 있었다.

기성이 집으로 들어와 문을 닫는다.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미희가 사준 보랏빛 방향제의 포장을 뜯는다. 그리고 방향제를 찬찬히 코트 여기저기에 뿌리며 콧노래를 부른다. 옷을 벗어 세탁기에 집어넣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의 물을 튼다. 따뜻한 물로 몸을 씻으니 더욱더 마음이 가벼워진다. 로션을 바르고 잠옷의 상의만 걸친 뒤 미희에게 전화를 걸어 잘 들어갔냐고 안부를 묻는다. 미희는 너무 즐거웠다고 생기 넘치는 목소리로 답한다.

전화기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노트북을 켠다. 검색란에 ‘몰카’를 기입해 몇몇 영상을 다운로드한다. 다시 ‘유출’을 기입해 영상을 다운로드한다. 그리고 재생한다. 어두운 조명, 비스듬한 각도로 한 남자가 침대 위에 앉아있다. 남자는 욕실 쪽을 살피더니 재빠르게 카메라로 다가와 무언가를 조절한다. 그러자 화면이 좀 더 밝아지고 침대가 좀 더 잘 보인다. 이윽고 한 여자가 등장해 남자의 품에 안긴다. 미희 보다 조금 더 어린 나이대의 여성이다. 남자는 여자와 키스를 하며 가슴을 애무하다가 카메라를 흘깃 보며 자세를 바꿔 여자가 좀 더 잘 보이게 한다. 여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미소 지으며 남자의 성기를 핥는다. 남자가 다시 한 번 몸을 틀더니 여자의 몸에 성기를 삽입한다. 누워있는 여자가 눈을 지그시 감고 다소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윽하게 신음을 내뱉는다. 순간 기성의 오른 손이 끈적끈적해진다. 평소보다 빨리 사정했다. 아직 네 편의 영상이 더 있었지만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곧장 영상을 끄고 욕실로 들어가 바디워시로 다시 몸을 씻는다. 그러고서는 수건으로 몸을 훔치고서 잠옷을 입고 미희에게 문자를 한다.

-미희 씨가 생각나네요.

며칠이 지나고, 약속했던 다음 만남 날이 오기도 전에 늦은 밤 기성의 핸드폰으로 미희의 전화가 걸려왔다.

-기성 씨!

평소와 달리 콧소리가 많이 들어간 목소리였다. 미희는 오늘 사내 회식이 있다고 했었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저 기성 씨가 많이 보고 싶더라고요!

-미희 씨? 취하셨어요?

-네, 쫌 먹었죠. 기성 씨! 지금 어디예요?

-집이죠, 어디겠어요. 미희 씨는 어디세요?

-저요? 여기가, 어디더라... 어, 모르겠어요.

-뭐예요! 미희 씨, 어디서 회식했어요? 지금 뭐 보여요?

기성이 대강 옷을 입고 곧장 주차장에 가 시동을 걸었다. 단편적인 미희의 말에 한 상호명이 들렸고 내비게이션을 토대로 그녀를 찾아 나섰다. 도착한 곳엔 미희가 말한 가게가 있었으나 정작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차에서 내리니, 미희가 몇 미터 떨어진 한 편의점에서 환히 웃으며 종종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와 와락 팔짱을 꼈다. 긴 머리가 헝클어져 있어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그런대로 자연스러운데다 조금 앙증맞기까지 했다.

-기성 씨! 미안해요, 이렇게 늦었는데 저 때문에.

기성의 팔에 미희의 몽글몽글한 가슴이 짓눌렸다. 그럼에도 미희는 더욱더 몸을 밀착해 기성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기성은 괜찮다고 하면서도 몸에 빳빳하게 힘을 줘 미희를 완전히 받아주지는 않았다. 이에 미희가 뒤늦게 몸을 빼고 웅얼대듯 말끝을 흐렸다.

-아, 미안해요. 역시 많이 늦었죠. 기성 씨 나 때문에 화났구나.

-아니에요. 화난 건 아닌데 이렇게 늦게까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를 정도로 술 마시는 건 좀 걱정되는군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정작 미희는 많이 취해 보이지 않았다. 술 냄새가 조금 났을 뿐, 말도 잘했고 걸음도 잘 걸었다. 기성의 다정한 말에 미희가 다시 기성의 품에 안겼다. -미안해요, 다음부터는 이러지 않을 게요. 정말이에요, 약속해요. 그래도 이렇게 기성 씨 만나니까 너무 좋다. 아... 기성 씨, 저 너무 어지러워요.

기성은 늘어진 미희를 부축해 차 쪽으로 향했다.

-아니요, 아니요... 어지러워요... 차 타면 어떻게 될지도 몰라요. 그러면 안 돼요, 안 돼... 부끄러워...

기성은 다시 발길을 돌렸다. 현란한 네온사인이 즐비한 거리에서 기성은 미희를 안고 가만히 서 있었다. 술집과 노래방 등이 늘어선 골목 너머 으리으리한 숙박업소들이 줄지어 있는 게 보였다. 기성은 거기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고개를 내려 품에 안긴 미희를 바라봤다. 새하얗고 도톰한 귓불에 작고 반짝반짝 거리는 나뭇잎 모양의 귀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 뒤로는 가늘고 옅은 귀밑머리가 하늘하늘 바람에 살랑거리며 보드라운 목덜미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만큼이나 여리고 섬세해 보이는 가는 다리는 살갗이 살며시 비치는 검은 스타킹으로 육감을 더했다. 미희는 다리를 오므리고 기성에게 습한 숨결을 토해내며 말했다.

-춥고 힘들어요... 어디 들어가서 쉬고 싶어요... 쉬고 싶어...

기성은 미희를 이끌고 수십 걸음 걸어 한 호텔에 들어섰다. 검은 타일로 장식된 데스크에서 마찬가지로 검은 정장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 안내를 했다. 기성은 곧장 체크인을 하고 거실 열쇠를 받은 뒤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가 오르는 내내 가슴이 쿵쾅거려 기성은 이 순간 고요한 엘리베이터 내부에 자신의 심장 소리만 가득한 것 같았다. 품에 있는 미희가 진정 인사불성이기를 바랐다.

문을 열고 불을 켠 뒤 외투를 벗긴 미희를 커다란 더블 침대에 누였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는 미희는 진정 아름다워 보였다. 언젠가 티브이에서 방영한 얼음나라의 공주를 연상케 했다. 새까맣고 긴 속눈썹 아래 감긴 두 눈의 곡선이 볼록하니 매끄러웠다. 그 사이 콧대는 군살 없이 오뚝해 막힘없는 인상을 줬다. 뚜렷한 입술 선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거기에 얇은 팔 다리는 물론 체구에 비해 확연히 커 보이는 풍만한 가슴으로부터 얇은 허리에 마찬가지로 볼륨감 있는 엉덩이까지, 세상의 모든 좋은 것들이 미희의 육체로 현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는 실로 기성의 생을 통틀어 가장 완벽한 그 무엇이었다. 그럼에도 미희는 그런 것 하나 모른다는 듯 새하얀 피부 위로 검고 윤이 나는 머리칼을 드리운 채 아이처럼 새근새근 숨만 쉬고 있었다.

기성은 옆에 누워 그녀를 살폈다. 기성과 미희 사이 손바닥 하나 정도의 거리밖에 있지 않았다. 기성은 미희를 안을 수 있었다. 이 밤 미희가 보인 행동은 모두 그것 하나에 맞춰져 있었다. 기성이 그것을 모르고 넘어갈 만큼 경험이 없거나 맹한 남자는 아니었다. 기성에겐 거칠 것이 없었다. 그녀를 향한 진심 어린 마음을 품고 있으며 이는 미희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호흡이 느껴질 만큼 이리 가까이 누워 있는 것 하나로 둘은 이미 관계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이 이상으로 나아가는 데 주저할 건 없다. 한마디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기성은 미희를 바라보며 한숨만 쉬더니 벌떡 일어나 침대에 앉았다. 그러고는 눈을 질끈 한번 감았다 뜨고 문 앞으로 성큼성큼 가 신발을 신었다.

-가는 거예요?

미희였다. 미희가 상반신만 일으킨 채 침대에 앉아있었다. 목소리엔 비감이 띠었다.

-미희 씨 너무 많이 취했어요. 내일 다 깨면 얘기해요. 오늘은 여기서 푹 쉬어요. 내일 봐요, 내일 내가 속 푸는 음식 사드릴게요. 오늘 일은 걱정하지 마세요. 고맙고 기뻐요. 앞으로도 이렇게 저를 찾아주세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기성은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계단을 내리 뛰고 호텔 밖으로 나가 차까지 달음질쳤다. 그러고서 신경질적으로 키를 돌려 시동을 걸고 순식간에 그 거리를 빠져나왔다. 숨이 턱턱 막혔다.

기성이 부서질 듯 문을 쾅 닫으며 집 안으로 들어온다. 외투를 아무데나 벗어던지고 황급히 노트북을 켠다. 아직 노트북 로딩도 안 됐는데 바지를 내리고 팬티까지 벗어 한 쪽 다리에 걸친 채 성기를 쥐고 마구 흔든다. 기성은 폴더를 뒤적거려 좋아하는 성인 배우의 영상을 찾는다. 총 여덟 개의 영상이 있다. 그 중 가장 오래된 영상 하나를 재생한다. 배우의 데뷔작이다. 약 삼 년 전 이 영상을 본 기성은 심장이 멎은 듯 시선을 뺏겨 수없이 보고 되돌려 봤다. 영상에선 배우가 부끄러운 듯 다소곳이 앉아 촬영진과 무언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약 이십 분간 대화만 하더니 여자 뒤편에서 한 남자가 슬그머니 여자의 뒤로 접근한다. 그러고는 일순간 여자를 덮쳐 여자의 입술과 가슴, 음부 등 여기저기를 마구 탐한다. 여자는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다가는 이내 남자에게 몸을 맡긴다. 이윽고 남자의 육체가 여자의 육체 속으로 들어가고 여자는 슬픈 표정으로 최대한 가만히 이 행위를 견뎌낸다. 마치 원치 않은 남자에게 몸을 허락한 듯하다. 모든 행위가 끝나고 여자의 새하얀 배 위로 남자의 정액이 뚝뚝 떨어진다. 기성 역시 그에 맞춰 사정을 하려는데 잘 되지 않는다. 구겨진 듯 누워있는 여자의 눈에선 한 줄기 가느다란 눈물이 흘러내린다. 기성이 다시 힘껏 성기를 만지고 흔들어보지만 정액이 몸속에서 굳어버린 듯 분출되지 않는다. 다시 영상을 처음으로 되돌려 재생한다. 여자가 다시 얘기를 하다가 겁탈 당하듯 남자와 하나가 된 뒤 새하얗고 아담한 배에 정액을 받는다. 그리고 또 다시 눈물을 흘린다. 기성은 이번에도 사정하지 못한다. 영상을 다시 처음으로 되돌린다. 여자는 계속 눈물을 흘리고 기성은 여전히 사정하지 못한다. 영상이 끝없이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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