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길에서

in #shanghai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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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를 이동할때 바이두 지도 앱을 켜고 목적지를 검색하여 추천해주는 길을 따라갑니다. 예상 시간도 함께 볼 수 있게 되어있죠. 실제 걸리는 시간은, 버스 지하철이 언제 오느냐에 따라 상이합니다. 방금 눈 앞에서 버스가 떠났다면 예상시간보다 늦게 도착할 것이고 운이 좋게 시간이 맞아 떨어지면 예상 시간보다도 빠르게 도착할수도 있습니다.

이런 운명에 나를 맡기는 것보다 내가 운명을 개척하고 싶다는 이상한 의미 부여를 하며 너무 멀지 않은 길이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공유 자전거를 이용합니다. 사거리에서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아가는 탐험가가 된듯한 느낌입니다. 사실 운명에 맡기기에는 뭣보다도 약속시간까지 조금 애매합니다.

횡단보도에 도착했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파란불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는 와중 한사람이 당당히 무단횡단을 하기 시작합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파란불이 들어온 줄 알고 그의 뒤를 따라가다 흠칫 멈춥니다. 그 중 일부는 이왕 걸은거 뭐 그냥 가자는 듯이 멈추지 않습니다.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데에는 주변에 그와 뜻을 함께하는 든든한 동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뒤를 하나 둘씩 슬금슬금 따라 이제 파란불을 기다리는 사람은 절반 남짓 남았습니다.

어차피 파란불까지 몇 초 남지 않아(상하이 시내의 신호등은 시간이 표시됩니다.) 저는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도 이 무리와 뜻을 함께 했을 것입니다. 무리의 오른쪽으로 붙으가면 설령 차가 온다해도 왼편의 동지들의 존재 덕에 마음이 든든합니다.

6년 전에 부탄에 갔을때 신호등이 없었는데 현지 친구가 국민들이 딱히 존재의 필요성을 못느껴 국가에서 만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곳은 신호등이 너무 많기에 존재감을 크게 못느끼고 있는 것인가, 너무 흔해도 너무 적어도 존재감을 느끼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신호등이 사고가 나면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서는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단횡단도 상습적으로 하다간 뚝배기가 깨지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던 중 사키가 왔습니다. 오늘은 사키와 함께 영화를 보기로 한 날입니다. 우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뭐 최선을 다해서 개척해나갈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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