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in #sf8 years ago (edited)

집행유예
. 이 글은 소설입니다. 어떤 실제 사건과도 실제 인물과도 관련이 없는 허구입니다.

“피고 이패린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 유예 3년을 선고한다.” 언론이 선고 결과를 전달하자, 이회장은 데이터로 웃었다.

이회장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았다. 적산으로 시작한 사업은 독재자의 지원 아래 세를 불렸다. 이회장의 아버지 대에도 이미 재벌로 성장해 있었다. 이회장이 사업을 물려받을 때 부터 이미 특유의 정치적 감각은 정평이 나 있었다. 이회장은 장자가 아니었다. 살리카법에 의해 또는 그와 비슷한 중세적 원리로 회사는 이회장이 아닌 그의 형이 물려 받아야 했다. 이회장은 형제의 난을 일으켰고 회사를 물려받았다. 이회장이 물려 받은 이후로 회사는 더 커졌다. 특유의 사업감각과 정치적 능력의 결과였다. 그의 전략적 선택들은 후일 최선의 것들이었음으로 드러난다. 회사를 세계적인 수준의 규모로 키운 것도, 정치력을 발휘해서 한 나라의 정치를 좌지우지 하는 수준의 정치력을 확보한것도 모두 그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는 재력을 이용했다. 나라의 선택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스며들어갔다. 그가 얻게되는 이익에 비해 큰 돈을 쓸 필요도 없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지였다. 자신이 어느 동아리에 속해있다는 이미지. 권력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엘리트 집단에 소속해 있다는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권력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사업가이자 정치가였던 그의 재능이 빛을 발했다. 그는 제국의 수장이 되었다. 제국은 때로 공화국보다 강했다.

나이 예순에 이르렀을때 그에게는 고민이 생겼다. 자신의 후계자가 미덥지 않았다. 특유의 정치적 감각으로 자신의 아들이 절대로 자신처럼 제국을 운영할 수 있는 자가 아니라고 느꼈다. 살리카법은 건재했다. 자칫 재산을 쪼개 물려주다 몰락한 다른 제후국들처럼 될 수 있다. 제국은 하나로 강하게 뭉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국을 운영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인맥도, 자산도, 정체에 대한 이미지도 무너져 내릴 수 있었다.

‘차라리 내가 영원히 살면서 회사를 운영하는 게 낫겠어.’

회의 시간 자신의 오른팔에게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가 계기였다. 모든 것이 자리를 잡았다.

‘그래. 영원히 살자.‘

비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많은 과학자들이 지금의 지식으로는 몸 전체를 영원히 살게 하는 방법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회장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어떤 방법이어도 좋으니, 내가 영원히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과학자들은 많은 것들을 뛰어 넘고, 문제를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고, 어려운 부분들을 우회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답을 내어 놓았을 때에 격론이 오갔다.

‘첫번째로, 우리는 몸 전체를 영원히 살게 하는 것은 당장의 지식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회의장의 웅성거림과 격노를 뚫고 이회장이 조용히 물었다.
‘몸 전체가 아니면?’

‘뇌 만이라면 100년정도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충격과 웅성거림 그리고 격노.
‘100년이라… 그건 영원이 아닌데?’

‘그게 지금의 한계입니다. 아마도 100년의 시간이면 더 많은 것들이 밝혀지겠지요.’

‘뇌 만이라. 그럼 그냥 고깃덩어리이지 않나. ’

‘그렇습니다. ‘

‘그럼 살아있는게 아니지. 뇌가 제대로 작동은 하겠나. 내가 사업은 어떻게 하겠나.’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세상에서 계속 감각 신호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시각도 필요하고, 후각도, 촉각도 현실과 유사하게 존재해야 하지요. 그리고 몸도 있어야 합니다. 세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몸이 있어야만 합니다. 걷고 뛰고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야 생각도 가능합니다.’

‘그러면?’

‘그래서 뇌에 자극들을 계속 전달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뇌에서 만들어진 신호를 세계에 전달할 장치도 필요하고요. 그리고 그 장치는 가상공간으로도 실제 세계로도 연결할 겁니다.’

복잡한 시스템이 설계되었다. 몇십년에 걸친 프로젝트. 개발되지 않은 기술들을 담보로 벌이는 도박이었다. 이회장의 몸이 아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시기를 10년 정도로 잡고, 그 사이에 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동시에 기초적인 가상 공간과 가상 몸을 만들어서 뇌와 상호작용하도록 한다. 가상공간이 기초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실제 세계에 뇌를 연결할 수 있는 방법도 개발되었다. 실제세계에 기계 몸을 만들고, 가짜몸과 뇌를 연결하는 장치를 개발한다. 결과적으로 뇌와 가상공간 그리고 기계 몸을 매개로 한 실제세계가 뒤섞인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꾸준히 업그레이드 하기로 했다. 처음엔 어색하겠지만 점점 진짜 세계와 비슷하거나 더 나아질 것이다. 시스템의 설계와 운용 모두에 큰 재산이 소비되었다.

‘아버지 정말로 하시게요?’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첫번째로 심근경색을 일으켰을때, 이회장은 그간 미뤄왔던 프로젝트를 시행할 때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몸을 되찾을 거다. 하지만 당장은 이 몸을 버리게 된다. 이회장은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쾌락과 기쁨을 최대한 맛 본 뒤에 그의 소유인 병원으로 향했다. 첫번째 단계로 뇌의 신경 일부를 바이패스해서 뇌기계 인터페이스에 연결했다. 진짜 몸을 움직일 수는 없게되었다. 기계몸은 기초적인 팔의 움직임 정도만 가능했고, 시각 정보는 엉망진창이었다. 가상 공간은 그나마 나았다. 한정된 물리엔진의 한정된 움직임이 기계팔로 컵 하나 들어올려보겠다고 고생하는 것보다 편했다. 이회장은 때로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입이 없었다. 스피커로 비명을 합성할 수 있었고, 그 느낌을 시뮬레이션 해서 전달했지만, 아직 진짜 입처럼 느껴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괴로웠다. 그러나 그는 노병이었다.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도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이었다.

여러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쳤다. 그리고 그 때마다 재활의 시간이 조금씩 필요했다. 하필 그 때 문제가 생겼다. 그가 직접 챙겼다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였다. 비록 이회장은 살아있었지만, 대외적인 활동을 더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경영은 직접 하더라도 아들에게 회사는 물려줘야 할 시기였다. 정치력을 발휘했다. 아들이 대통령을 만나게했다. 대통령에게 같은 동아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라는 것이었지만, 너무 많은 돈을 썼다. 자신이 직접 갔다면 증거가 남지 않는 방법들도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에게 동아리의 한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주는 것만으로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들은 이회장이 아니었다. 이회장만큼의 카리스마가 없었다. 대통령도 그의 아들도 모두 정치적으로 무능했다. 무능이 겹쳐 부정에 대한 증거가 흘러 넘쳤다. 언론이 그의 부정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다. 연일 여론이 들끓었다. 혁명이 일어났다. 아들은 너무 많은 곳에 증거들을 남겼다. 이회장이 직접 처리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결국 아들이 수감되었을 때에, 그는 훨씬 더 업그레이드 된 기계팔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그가 믿을 것은 우리편들 뿐이었다. 즉각 활동에 나섰다. 많은 이들을 불러들였다.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언가를 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동아리원임을 자각시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바쁜 날들이 지나갔다.

아들이 출소한 날 이회장은 여자들을 불러들였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기획사에게 마음이 묶인 이들이었다. 많은 돈을 쥐어줬고 많은 일들을 했다. 아직도 완벽하지 않았지만, 기계몸이 꽤 자신의 몸처럼 느껴졌다. 가상공간도 이제는 꽤나 편한 곳이 되어가고 있었다. 인간의 몸보다 나은 부분조차 생기고 있었다. 도박은 성공이었다.

‘이걸 나 혼자 쓰기는 아깝다. 팔아보는 게 어떨까?’

이회장은 데이터로 웃었다. 과학자들이 처음 제안했던 방법의 일부는 실패했다. 뇌의 일부에 경색이 생겼다. 경색이 생겨서 작동이 어려워진 부분은 철저히 검사한 뒤에 원래 뇌와 동일하게 작동하는 시뮬레이터로 대신했다. 인공 장기를 갈아 끼우듯이 뇌도 조금씩 조금씩 시뮬레이터 장비로 바뀌어갔다. 이회장은 첫번째로 정신 전체를 이면으로 업로드한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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