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day black and white challenge day 1 - 미국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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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LA를 떠나 우리의 주요 목적지인 그랜드 캐년을 비롯한 다른 캐년들을 가보자. 우리의 여행은 로드 여행이었다. 총 길이 3,800km를 달리면서 우리는 어떤 것을 느꼈고 감성에 어떤 상처를 받았을까.

사실 캐년랜즈 네션널 파크 Canyonlands national park에서 읽었던 책은 프랑스의 기호학자이나 신화학자인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이란 책이다. 이 책은 사진에 대한 책인데 이 책에서 롤랑 바르트는 사진을 두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스투디움studium’이며 다른 하나는 ‘푼크툼punctum’이다. 스투디움은 일반적인 정신집중으로 말하며 어떤 사진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즐길 수 있는 정도의 것을 말한다. 즉 일반적으로 봤을 때 좋다고 느끼거나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어떤 사진이 스투디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스투디움이라는 라틴어의 뜻은 어떤 것에 대한 전념, 누군가에 대한 애정, 열정적이지만 특별히 격렬하지는 않은 일반적인 정신 집중을 의미한다”.
그러나 푼크툼은 어떤가. 바르트는 말한다. “이 두 번째 요소는 스투디움을 깨뜨리러 온다. 이번에는 내가 그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장면으로부터 화살처럼 나와 나를 관통한다. 뾰족한 도구에 의한 이러한 상처, 찔린 자국, 흔적 (…) 푼크툼은 또한 찔린 자국이고, 작은 구멍이며, 조그만 얼룩이고, 작게 베인 상처이며, 또한 주사위 던지기이기 때문이다. 푼크툼은 사진 안에서 나를 따르는 그 우연이다.”
즉 롤랑 바르트에 의하면 어떤 사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일반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그런 아름다움이 있는 것은 통속적인 아름다움이며 이는 스투디움에 속한다. 그러나 푼크툼은 어떤 개인적인 삶과 관련된 미적 감성으로써 사진을 보면서 그 사진이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주는 감성(그 감성은 상처와 관련되어 있다)을 말한다.
롤랑 바르트는 이런 푼트툼을 위해 몇가지를 제시하는데 첫째 그것은 사진에서 들어나는 어떤 세부적인 것이어야 하며 둘째 “어떤” 이라는 말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비의도적인 사진이어야 하며 셋째 그것은 영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궁극에가서 사진이 푼크툼으로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그것이-존재-했음‘이라는 깨달음이다. 사진은 어떤 존재했었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 눈 앞에 드러낼 때 우리는 시선을 탯줄삼아 이전에 존재했던 그 존재들과 이어질 수 있다.
캐년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 왜 우리는 롤랑 바르트를 거쳐야 할까. 왜냐면 캐년으로 가는 길은 길을 가는 것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길은 부재를 담고 있기에 그렇다. 부재란 의미는 그곳에 있지만 없는 것. 그리고 없기에 우리에게 어떤 상처를 주며 그 상처의 의미를 해석해야만 하는 어떤 것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우리 삶의 의미를 그 상처가 밝혀주기 때문에 롤랑 바르트의 푼크툼이라는 (시각 아니라) 촉각으로 캐년을 만져야한다. 즉 캐년에 대한 경험은 우리 삶에서 어떤 울림을 주는,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우리에게 풀어야할 화두를 제시하는 경험이었다.
그랜드 캐년으로 통칭되는 그곳에는 사실 많은 캐년들이 있다. 우리가 다녀온 지온캐년Zion Canyon, 브라이스캐년Bryce Canyon, 캐피톨캐년Capitol Canyon, 델리케이트 아치Delicate Arch, 캐논랜즈Canyonlands, 모뉴넘트 밸리Monument Vally, 그랜드 캐년Grand Canyon이 그 속에 속한다. 그리고 그 곳을 차를 렌트해서 그리고 직접 운전하며 가는 내내 느꼈던 몇몇 감정적 변화가 있었다. 아니 감성의 감광판에 촉발된 흔적과 상처, 깊에 패인 상처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느낌들은 해석되지 않은 채로 여행이 끝난 지금도 해석을 요구하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그렇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처음에 우리가 LA로부터 LA Vegas를 거쳐 지온캐년Zion Canyon으로 밤샘운전을 통해 가서 봤던 것은 캐년의 거대함이었고 아름다움이었다. 그리고 성취였다. 우리가 긴 여행을 통해 보고 싶어했던 것을 마주했다는 느낌, 그 성취감이었다. 그리고 아름다웠고 지온캐년은 삭막한 사막 속에서 만난 오아시스였다. 이를 드러내듯 지온캐년은 골짝이 속에 물을 갖고 있었고 그 물 옆으로 숲이 자라고 있었고 완만한 트래킹 코스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간 브라이스 캐년과 델리케이스 캐년도 그러했다. 감동이 있었다. 하지만 존재를 흔들만큼, 내 마음에 지진을 일으키는 그런 감동은 아니었다. 보고 즐기기에 족한 그런 감동이었다. 어쩌면 내 마음이 아직 캐년이 주는 (롤랑 바르트의 말을 빌리자면) “장면으로부터 화살처럼 나와 나를 관통한다. 뾰족한 도구에 의한 이러한 상처, 찔린 자국, 흔적”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 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렇게 크고 작은 소소한 놀람을 함께 하며 로드 여행을 계속했다. 그리고 모압에서 하루 지낸 후...
모압에서 숙박 후 찾아갔던 캐년랜드Canyonlands는 그때도 그렇게 크고 작은 소소한 감동을 줄 주 알았다. 롤랑 바르트의 말처럼 스투디움studium적인 일반적인 미적 만족감을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캐년랜드는 이런 나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이른바 상처를 주었고 그 푼트쿰은 스투디움을 무너뜨렸다.
사실 캐년랜즈는 그냥 보기에는 이전에 갔었던 지온캐년의 아기자기 함이나나 브라이스 캐년의 광대한 광경, 캐피톨캐년의 웅장함이나 아치의 극적인 효과는 없었다. 그곳에 있었던 것은 높은 절벽과 그 아래 펼쳐져 있는 심연이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아픔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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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st rules]

Black and white images that represent an aspect of your life

Present one image every day for seven days.

No people.

No explanation.

Nominate someone every day, but anyone can join the fun.

Use #sevendaybnwchallenge as one of your five tags.

I got nominated by @emotiona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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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없이'인데, 많은 설명에 깜놀했네요 ㅎㅎ하지만 사진은 너무 멋있네요. 첫번째가 스투디움이고 두번째가 푼크툼인가요?

ㅎㅎㅎ 설명없이 였군요.

제가 느꼈을 때 위에서 푼크툼을 느꼈습니다. 그 느낌을 아래에 있는 친구가 느낀 듯 하여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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