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in #sct2 years ago (edited)

살면서 왕따라는 걸 세 번 당해봤다. 뭐... 초딩땐, 겉모습은 워낙에 진짜로 거지 같았기에 특별히 왕따를 하지 않아도 아무도 말을 안 걸었지만... ㅎㅎㅎㅎㅎ 게다가 성격도 말 없이 조용해서, 누가 보면 벙어리인 줄 알았다가 '어, 말 할 줄 아네.'라고 할 정도로 입을 안 열고 살았으니 내 주위엔 아무도 없긴 했지만, 암튼, 그런 거 말고 집단 따돌림을 세 번 당해봤다.

나 어렸을 땐 목욕은 원래 1년에 두 번만 하는 줄 알았다. 추석이랑 설날에. 새 옷도 설날이랑 추석에 한 번 입어볼 수 있는 줄로 알았으니 뭐. 없는 살림에 난 바보같이 편식까지 심해서 그냥 밥을 안 먹었다. 안 먹어서 학교에 가면 픽픽 쓰러져 양호실에 누워 있기 일쑤였고 초등학생이 겨우 20키로나 나갔나 했다. ㅋㅋㅋ 지금 울 6살 아들이 곧 20키론데. 어느정도 말랐는지 감이 오시려나. 아프리카 난민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냥 밥을 안 먹었다. 김치 하나 뿐인 밥상이 싫었다. 아, 콩장도 하나 있긴 했던 것 같다. 정부미라고 해서 나라에서 주는 쌀은 있었는데 반찬은 김치 뿐이라서 밥을 안 먹었다. 그래서 뼈 뿐이었고 키도 쪼크만했다.

그래서 많이 맞고 다니기도 했다. 애가 비실비실해 보이니가 반 애들에게 놀림감이었고, 더럽고 냄새나는 거지. 삐쩍 말라서 아프리카 난민 같은 모습이었던 난, 집단 따돌림에 더해 집단 구타도 수없이 많이 당해봤다. 그런데 누구에게도 이를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집단 구타를 거의 매일 당해서 몰골이 어디 죽기 전인 사람처럼 보였어도 할머니는 내게 관심이 없었다. 애가 밥은 먹는지, 학교엔 잘 다니는지, 매일 집단구타 당해서 학교 가기 싫은지는 관심 없는 할머니셨다. 이 때가 초 3학년. 첫 왕따였다.

그다음 왕따는 4학년 땐가 5학년 땐가였다. 동네 친구들이 갑자기 나를 피하기 시작했고 내가 말을 걸어도 피했다. 나중에 한 아이가 'ㅇㅇ이가 너랑 놀면 안 놀 거라고 했어.'라고 알려줬다. 그 ㅇㅇ이는 골목대장이었다. 그래서 동네 아이들은 ㅇㅇ이를 가장 무서워 했고 ㅇㅇ이 말이라면 법이었다. 그렇게 난 동네 친구들에게 버림받았다.

세 번째 왕따는 중1때였다. 이 얘긴 내가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다. 난 중학교 졸업할 때쯤엔 반에서 50명 중에 상위 10%정도 하는, 공부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중1땐 뒤에서 2번째였다. 중학교 들어가서 처음 시험을 봤더니 52명이었나... 암튼... 52명 중에 51등이었나 나왔다. 내 뒤에 둘인가 셋인가 있었던 것 같다. 공부를 전혀 안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반에서 꼴등이 나와 이름이 반대인 진영이었다. 난 영진. 진영인 다운증후군이었다. 그래도 내가 다운증후군보다는 공부를 잘했다. 헐... 암튼... 어느날 담임이 '손가락'이라는 주제로 글짓기를 해보라며 16절지를 나눠줬다. 난 뭘 썼는지 기억나진 않고,,, 종례시간에 선생님이 부반장이 쓴 거라며 읽어주셨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진영인 새끼손가락이다. 우리 반 친구니까 같이 놀아주고 챙겨주자.'

난 감동받았다. 하지만 진영이에게 다가가진 않았다. 그 글을 쓴 부반장이 진영이와 친구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반장은 진영이와 친구가 되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다가갔다. 우린 금방 친해졌고 진영이 집에도 놀라가고 하는 등 우린 절친이 됐다. 진영인 다운증후군이었지만 지능이 전혀 낮아 보이지 않았다. 나와 대화하는 데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 다운증후군이면 멍청이일 거라는 내 편견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우린 매우 친해졌고 그 사실을 담임이 알게 됐다. 그리고 담임은 나를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그리고 왕따가 시작됐다.

부반장이 주동자였고 그 패거리들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집단 따돌림, 내 물건 망가트리고 다리 걸어 넘어뜨리고, 결국엔 부반장의 심복이 나를 늘신 두들겨 팼다. 난 너무 힘들었다. 너무 억울했다. 난 그렇게 집단따돌림을 당하며 인간의 본성을 보았다. 겉은 천사인 척, 속은 악마.

오늘 갑자기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1때,,, 부반장 패거리들이 나를 집단따돌림하고,,, 나를 괴롭히고 왕따시키는데도,,, 어느 누구도 날 도와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며, 문득 오늘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반에 50명...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을까.

그런데,,, 사람의 본성은 원래 그런 것 같다. 내가 만약 그 50명 중 한 명이었어도 도와주려고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부반장은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고 따르는 패거리도 많으니까. 난 그때 세상을 배웠다. 세상은 그런 곳이구나. 힘(돈) 있는 자가 정의구나. 그가 하면 정의가 되는구나. 도덕책에서 배운 건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돈이 곧 권력이고 돈이 곧 법이고 돈이 곧 정의였다. 돈이 있으면 착한 사람이었다. 돈이 있으면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목욕은 1년에 두 번이나 할까말까 하고 늘 얻어 입은 옷에 공부는 지지리도 못하고 삐쩍말라 한 대 맞으면 뭔가 하나 부러질 것 같고 하도 안 먹어서 픽픽 쓰러지는 그런 있으나 마나 한 약자에겐 정의란 없다는 걸 중1에 배웠다. 울면서. 통곡하면서 배웠다.

요즘의 난,,, 집단구타를 당하며 내 태생을 저주했던 중1때의 내 모습이 자주 떠오른다. 결국 돈이 정의구나,,, 라는 걸 느끼며.

Sort:  

sct1004님이 naha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sct1004님의 9월 1일 sct천사 활동

... sct로 주셔서 나중에 언스테이킹 후 돌려드릴것!)
jsg님 800sct
wonsama.sct님1004sct
naha200sct
ramires님 8725.872sct
zzings님 1000sct
happyberrysboy님 10...

많이 힘드시군요?
늘 밝으신 나하님이 부정적이시네요.
그럴 때도 있쥬. 곧 지나갈겁니다.

jcar토큰 9월 구독 보팅입니다.

가을로 접어드는 9월, 결실 맺는 한달 되시기 바랍니다. ^^

'ㅇㅇ이가 너랑 놀면 안 놀 거라고 했어.' 이말과 거의 비슷한 말을 시작으로 일년간 왕따를 당한적이 있습니다. 오쩜 인간은 이리 악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