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돈을 벌고 있는가

in #sct5 years ago (edited)

돈이란 무엇일까요? 있으면 좋고 없으면 불편하다는 진부한 표현을 떠나, 없으면 죽을 수도 있는 게 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고액 치료비에 가산을 탕진한 환자와 가족, 보증을 잘못 서서 풍비박산이 난 가정, 사업에 실패하여 길거리로 쫒겨난 집. 이들에게 돈이란 있으면 좋고 없으면 불편하다는 표현을 넘어 생계 그 자체일 것입니다.

저는 제 생애 어느 때보다 돈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떻게 돈을 더 벌어야 할까.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매일 하며 삽니다. 제가 처음 스팀잇에 왔을 땐 돈을 벌 목적을 가지고 있진 않았습니다. 블록체인 SNS라고 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좋아요를 받으면 코인도 준다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땐 큰애가 단순히 느린 거라고만 생각할 때였지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큰애는 자폐증 확정이고, 큰애 치료비로 한 달에 대략 200 정도가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복지는 후진국 수준이어서 국가에선 자폐증 치료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이쪽 복지가 완전히 없다고 봐도 되거든요. 순전히 제 주머니에서 치료비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돈에 관심을 갖게 됐고,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지요. 월급쟁이 주머니에서 한 달에 대략 100만원 정도 마이너스가 나고 있습니다. 저는 부모님도 안 계셔서 손벌릴 곳도 없고 제가 모두 감당해야 하지요. 요즘처럼 어깨가 무거운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그래선지 성격이 많이 괴팍해졌습니다. 쉽게 분노하고 불안하고. 자폐증 아들을 둔 엄마들 중에 우울증 약을 먹는 사람이 많다는 말도 많이 듣고 있고, 제 주위 아는 사람도 약을 먹는 분들이 좀 있어서 '나도 약을 먹으면 좀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한 달 넘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더 쉽게 화를 내는 저를 보며, 약물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약을 먹은 지는 열흘 정도 됐습니다. 의사는 다행히도 우울증 증세는 심각한 편은 아니라고 했지만, 매우 불안한 상태라고 하더군요. 불안해 한다, 그래서 쉽게 분노하고 있다. 약을 먹은 지 사흘째 되는 날 아내에게, 병원에 다녀왔고 약을 처방받았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잘했다고 약물의 도움을 받으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어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약을 먹은 지 열흘인데,,, 먹기 전과 먹은 후의 내가 어떻게 다른 것 같아?'라고요. 아내의 대답은 '오빠를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야. 착하고 순하고 부드러운 오빠. 그래서 좋아.' 아~~~ 그렇구나. 내가 6년 만에 많이 변했구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두 아들의 아빠로서 생업 전쟁에 뛰어들어 온갖 스트레스와 불평등을 이겨내며 많이 변했구나. 아내가 말을 잇습니다. '오빠는 성격이 원래 단체생활 못하는 성격이야. 그걸 이겨내느라고 힘들었던 거야. 처자식을 위해서 말이야.'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약을 먹기전엔 신경정신과에 다니며 약의 도움을 받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병원에 가기 전에도 많은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약을 먹으면서도 수많은 걱정과 두려움을 생각했습니다. '내가 너무 과민 반응인가?' '내가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할 정도로 약해졌나?' 하지만 약을 열흘 먹고 나니 괜찮습니다. 약을 먹기 전과 먹은 후의 달라진 점이라면,,, 화가 안 난다는 겁니다. 불안하지도 않고요. 걱정도 덜합니다. 원래 성격이 걱정을 사서 하는 성격이라 걱정을 전혀 안하는 건 아니지만, 불안할 정도는 아닙니다. 가장 좋은 점이라면,,, 화가 안 난다는 겁니다. 정말 화가 안 나요.

최근 두 달 동안 철야를 하면서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생각했고, '사람을 더 뽑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제가 들은 대답은 저번에도 언급했듯 '절대 안 된다. 채용 계획은 절대 없다.'였습니다. '절대 확정적으로 완전히 없다.' 그 후로 저는 더 신경질적으로 변했고 '엔지니어로서 지금 설계는 끝내고, 이직을 생각해봐야겠다'라는 생각에 이르렀죠. 제가 스판질도 많이 하긴 했지만, 제 월급을 제가 실제 일한 시간으로 나누니 최저임금도 안 되더군요.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러는 와중 위에선 회의 시간마다 저를 비난하고 갈구고 했습니다. 당장에 때려치고 싶을 정도의 억울함과 모욕감을 경험하면서 회사에서 가장 친한 동료와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동료의 추천으로 병원을 찾게 됐지요.

저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약간의 걱정이 있습니다. 약을 먹는다는 걸 공개해야 할 이유도 없는데 왜 이런 글을 쓰나 하는 걱정, 그리고 저를 이상하게 볼 사람이 있을 것 같은 걱정. 그런데 제가 생각이 많이 바뀐 이유를 들어보시면 또 생각이 다르실 겁니다. 저는 아내가 센터와 장애통합반 엄마들과 친해지면서 저도 자연적으로 그들과 친해졌고 엄마들의 남편들과도 친해지면서 자주 만났습니다. 자주 만나서 밥도 먹고 술자리도 하면서 자폐증 부모들과 많이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만나기 전부터 누가 약을 먹고 있다는 것도 다 알고 만났지요. 아내가 다 알려줬거든요. 생각외로 자폐증 엄마들이 약을 많이 먹고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실제 만나보면 그들이 좀 이상할 것 같았습니다. 넋이 나간 것 같다거나, 멍해 보인다거나, 멍청해 보인다거나. 하지만 만나보니 모두들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보통 사람과 전혀 달라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편견이란 게 참 대단한 거구나를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약을 먹는 엄마들도 자신이 약을 먹고 있다고 미리 말을 했다는 걸 생각하며 저도 용기를 냈습니다.

저는 최근 들어 조금만 건드려도 화를 낼 정도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약의 도움으로 요즘은 화가 하나도 안 납니다. 아내는 처음엔 놀랬지만 지금은 제 선택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약을 먹는다고는 하나 사흘 동안 아내도 전혀 몰랐을 정도로 저는 열흘 전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아마도 제 글을 매일 읽는 제 팬분들도 전혀 몰랐을 겁니다. 열흘 전 글과 요즘의 글이 달라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알게 됐다고 해서... 그렇다고 해서... 저를 이상하게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정말 전과 똑같으니까요. 화만 안 날 뿐입니다. 하지만 약을 언제까지나 먹을 수는 없습니다. 의사는 두세 달 안에 이직을 하든 회사와 어떻게든 업무적으로 합의를 보든 해야 할 거라고 했습니다. 약을 계속 먹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 회사를 당장에라도 때려치고 싶은 건 저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인의 소망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죠. 나는 왜 돈을 벌고 있는가... 두 아들을 사람답게 키우기 위해서. 그리고 큰애를 어떻게든 사람 만들기 위해서. ㅎㅎㅎㅎㅎ 이것 말고 무슨 이유가 있을까요. 제목은 거창한데 답은 뻔합니다. ㅎㅎㅎㅎㅎ

또 월요일입니다. 저는 한 주 중에 월요일이 가장 좋습니다.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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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고맙습니다. ^^

늦은시간 잠이 안와서 글을 읽고있는데 예전 생각이 나네요.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저도 힘든 프로젝트 때문에 매일 두시간씩 잘때가 있었어요. 몸이 힘드니 모든게 화가 나더군요. 여러가지 상황이 있겠지만 과로로 인한 피로는 어떻게든 풀어야 합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니까요. 힘내시구요. 응원합니다. ^^

아무래도 몸이 힘들어서 화가 많이 난 것 같기도 해요. 일단은 쉬엄쉬엄 일해야 할 텐데요. ^^

아빠의 이름으로 오늘도 화이팅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나하님께서 얼마나 심신이 모두 지치시는 상황인지 느껴지는 글이네요. 나하님을 응원하시는 분들이 많으니만큼 오늘도 화이팅하시기 바랍니다^^

화이팅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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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ha님 응원합니다 ~

고맙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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