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5] 이더리움의 역습

in #sct5 years ago (edited)

연어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는 영화 제목이 있습니다. 제목만으로도 그 웅장함과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 제국의 역습 [The Empire Strikes Back]

■ 트로이 목마에 아직 끄떡없는 이더리움

이오스 ICO 당시 이더리움으로 결제를 받게 되며 일명 '트로이 목마'설이 제기되었습니다. 언젠가 이오스가 플랫폼 대장의 지위를 놓고 이더리움과 겨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시장에서 이더리움을 대량 보유하게 됨으로써 트로이 침투에 성공한 아카이아 연합군의 위치가 되었다는 의견이었죠.

사실 여러 스펙만을 따지고 본다면 이오스에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속도, 수수료 등등 이오스가 이더리움을 잡아먹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고, 이더리움의 혁신이 스마트컨트랙트에 있다 하더라도 이오스 역시 스마크컨트랙트를 지원한다고 하니 말입니다.

이더리움에는 지금까지 크게 두 번의 히트가 있었습니다.

  • ICO 지불 수단으로 활용
  • 수많은 유틸리티 토큰들의 플랫폼

그러나 여전히 속도 향상, POS로의 변환 등의 난제를 극복하지 못하며 한 때의 히트작으로 끝나는가 했는데 이더리움의 명성은 그리 쉬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 트랜젝션을 일으킬 때마다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가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영역이 블록체인과 스마트컨트랙트를 반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증권형 토큰의 영역이죠. 꾸준한 개선 제안과 새로운 환경 적응을 위한 노력이 이 STO 시장과 맞물린다면 이더리움의 세 번째 히트가 시작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 ERC-777 : ERC-20 과 ERC-1400의 중간을 잇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이더리움 반격의 선봉에는 STO 시장이 있습니다. 스마트컨트랙트에 충실하고자 하는 STO 시장은 이더리움 기반의 증권형 토큰에 대한 기대를 불러 일으킵니다. 여기엔 약 1년 전에 제안되었던 ERC-1400 표준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봅니다.

유틸리티 토큰 붐에 ERC-20 표준이 그 역할을 했다면 새로운 시장에는 새로운 표준이 힘을 쓰는 법이죠. 우선 ERC-1400의 모태가 되는 ERC-777의 역할을 조금 살펴보았습니다.

ICO 시장에 가장 성공적이었던 것은 ERC-20표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여타 다른 ERC를 이용한 토큰들이 ERC-20 표준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면서 전송 문제 등 난처한 상황에 빠지곤 했나 봅니다. 여기에 ERC-777은 ERC-20 표준과의 완벽한 호환을 보장하였고, 특히 '승인된 운영자'인지 확인하는 기능이 더해져 스마트컨트랙트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즉, ERC-20이 단순히 전송이 되었는지 확인하는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ERC-777은 전송을 실행하는 행동 자체가 어떠한 본성인지 확인하고서 그 실행을 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통제권을 토큰 소유자에게 줄 수 있는 것입니다. ERC-777은 블랙리스트 등록을 할 수 있으니 악의적인 해커들의 공격을 막아내는데 도움이 되고, 또 KYC/AML에 적합하지 않은 명단을 리스트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ERC-777에 제안된 이런 개선 사항은 STO에 매우 유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STO용 표준이 될 것이 유력한 ERC-1400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 STO와 함께할 ERC-1400

사실 증권형 토큰은 유틸리티 토큰에 비해 엄청난 상상력이나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저 실물 자산이나 증권화 된 대상의 전체 또는 일부 소유 현황을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고, 증권의 특성상 관리 감독 규제라는 제한된 영역 안에서만 확실하게 활용될 수 있으면 됩니다. 그 이외의 기능은 기본적인 블록체인과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에 충실하면 되지요.

그런데 ERC-777은 증권형 토큰으로 사용되기에 적합하지만 실물 자산을 다루는데는 약간 부족한 면이 있었나 봅니다. 일단 온체인과 오프체인의 상호작용을 확실히 담을 수 있어야 했고, 이런 점을 개선 사항으로 제안한 것인 바로 ERC-1400이라 하겠습니다. 앞으로 이 ERC-1400의 최초의 취지대로 표준으로서 자리잡는데 성공한다면 STO 시장은 더욱 탄력을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ERC-1400의 특성은 어떠할까요? 지난 번 글에도 일부 남겼습니다만, 오늘은 조금 더 내용을 풀어볼까 합니다.

ERC-20 토큰에서 거래가 거부되는 경우는 토큰을 보내려는 발신자의 계정에 충분한 토큰이 없거나 수수료가 부족할 때 뿐입니다. 바꿔 말하면 보내려는 토큰과 수수료만 충분하다면 일정 조건이 성립될 경우 강제적인 전송이 가능한 것이죠.

그러나 증권형 토큰에서는 스마트컨트랙트의 내용(조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발신자나 수신자, 또는 발행인의 자격요건입니다. KYC/AML 등의 조건이죠. 이런 자격 요건이 승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ERC-1400에서는 '메타데이터'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인증 절차를 통과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 잠시만 '메타데이터'로 넘어가 볼까요?


■ 메타데이터[MetaData]

보아하니 그리 어려운 개념은 아닙니다. 일명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라고도 하죠. 예를 들면, 여러분이 DSLR 카메라나 핸드폰으로 디지털 사진을 찍으면 그 파일에는 어떤 카메라(디바이스)로 찍었는지, 위치는 어디인지, 크기나 촬영 모드는 어떠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담기게 됩니다.

즉, 어떤 목적을 두고 만들어진 데이터가 따라 붙는 것이죠. 이것이 메타데이터입니다. 이 메타데이터의 효시는 예전에 전산화 되기 전 도서관에서 볼 수 있었던 도서 카드 목록이라 합니다. 도서관에 가보면 카탈로별로 카드 목록이 있었죠. 여기엔 책 제목, 저자, 간략한 주제 정리 등이 있었습니다. 즉, 책에 관해 분류하고 추가 정보를 담은 것이 또 하나의 데이터가 되어 있는 것이죠.


■ ERC-1400

다시 ERC-1400으로 돌아와서, 아마도 ERC-1400에는 이렇게 추가적인 데이터(메타데이터)를 달고 다닐 수 있게 설계되었겠죠? 이것을 어떻게 써먹을까요? 바로 블랙리스트 또는 화이트리스트로 써먹는 것이죠. 이 거래를 실행하는, 또는 실행 받는 쪽이 블랙리스트나 화이트리스트에 해당되는지 확인하고 블랙리스트에 있거나 화이트리스트에 없으면 실행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필요한 조건들은 이뿐만이 아니죠.

  • 증권의 락업 기간에 해당되는지
  • 발신자와 수신자 모두 KYC 인증을 거쳤는지
  • 발행인은 필요한 인증을 거쳤는지
  • 토큰 이체량이 투자자 전체의 보유량을 넘어서는지

등등, 함부러 거래가 일어나면 안되는 조건들을 메타데이터로 걸어둘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조건들을 통과하고 나서야 비로소 스마트컨트랙트에 있는 내용대로 실행이 되어야 하지요. 여기에 또 다른 기술도 들어갑니다.

  • 법적 조치나 자금 회수를 위해 제3자가 투자자를 대신하여 토큰을 회수하거나 강제 이체할 수 있는 권한

이거 좀 쎄지요. '제3자가' 정부라던가 관련 규제 기관이면 한 마디로 회수나 몰수가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ERC-1400은 이런 기능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매우 깐깐한 STO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지요. 즉, 어떤 조건에 따라 거래를 승인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한, 그것도 제3자가 강제로 처리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동 가능성이 ERC-1400의 키포인트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발행자, 투자자, 신원인증에 관련된 업체(KYC등), 거래소, 관련 기관 등등이 함께 작업을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표준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기존의 ERC-20이나 ERC-721(예: 크립토키티)으로 채울 수 없는 부분을 새로운 제안인 ERC-1400이 도맡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 STO의 도약 가능성

지난 몇 년간은 가히 유틸리티 토큰의 세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하고 신박한 서비스 모델을 담아낸 수많은 코인과 토큰들이 ICO 행진까지 벌이며 승승장구 했었지요. 그러나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몇몇 큰 피해를 야기하였고 각국 정부는 규제을 칼을 들게 됩니다. 한국도 이러한 위축 과정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이제 비교적 천천히, 또 조용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분야로서 증권형 토큰 영역을 주목해 볼지 않을 수 없습니다. ERC-20 토큰이 유틸리티 토큰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증권형 토큰에 ERC-1400은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ERC-1400은 이더리움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가장 가까운 예가 아닐까 합니다.

이더리움은 ICO지불 수단과 유틸리티 토큰에 이어 증권형 토큰 기능을 지원하는 합의 알고리즘으로서 그 생명력을 이어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더리움... 명불허전[名不虛傳]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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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합니다.ㅎㅎㅎ

"이더리움은 바퀴벌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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