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1] 공증 세대와 스마트컨트랙트 세대

in #sct5 years ago

연어입니다. 대개 어릴수록 빨리 받아들이는 것들이 있지요.

  • 언어
  • 신문물(新文物)
  • 새로운 패러다임

이런 것들이 아닐까 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금방 친숙해지는 신세대의 특성은 이를 굳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거나 그저 하나의 선택 정도로 치부해 버리는 기성세대를 앞질러 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곤 합니다.

전기부터 시작하여 전화기, 텔레비전, 컴퓨터, 핸드폰, 인터넷 등등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신문물과 서비스를 우리는 세대를 거듭하며 맞이하게 됩니다.

비트코인이 출현한지 10년이 되었으니 적어도 열 살 미만의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블록체인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발을 딛고 사는 셈입니다. 그러니 이 아이들은 깊은 사고를 하며 사회에 뛰어들 때쯤 되면 블록체인의 개념을 숨쉬는 공기처럼 받아들여질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전화기나 컴퓨터의 원리를 굳이 생각하며 이해하지 않듯이 말이죠.


■ 공증 세대

'패러다임'이라는게 무엇일까요? 사전적 정의는 이러합니다.

  • 동시대 사람들의 견해와 사고를 지배 또는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

저는 여기에 어울리는 한자가 '懂 (동)'이 아닐까 합니다. 마음에 파장이 일어난다는 뜻이죠.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공감이 되고 이해가 되면 우리 마음에는 파장이 일게 됩니다. 마음이 '동'한다고 하죠. 우리가 동시대인으로서 같은 패러다임을 공유한다는 것은 아마 그런 의미일 것입니다.

어릴때부터 공증[公證]을 접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세대는 '공증'이 보여주는 패러다임을 받아들인 세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증은 어느때 활용할까요? 네, 강력한 신뢰가 요구되는 상황, 즉 분쟁에서 확실한 증거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준비해 두는 일련의 과정이자 서류로 구현되는 실체지요.

공증은 '공증인'을 통해 신뢰를 부여받습니다. 믿을 만한 공증인을 통해 믿을 만한 서류 또는 약속라는 것을 확인받게 되지요. 공증인 역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이러한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 대한민국 국민일 것
  •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 자격을 갖춘자로서 10년 이상 재직할 것
  • 지방검찰청 소속으로 법무부장관이 임명할 것

아마도 이정도는 되어야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나 봅니다. 그리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권위도 갖추게 되겠지요.

이런 방식의 제도 아래서는 '공[公]'이란 상황을 통해 신뢰를 높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미래에 발생할 책임소재나 분쟁 상황을 가르기 위해 '공문서'를 주고 받습니다. 공문서는 일반 문서와 달리 적힌 내용과 주고 받고 접수한 시점이나 발행자 접수자 등이 모두 객관적인 증거 자료가 됩니다. 그래서 공문서를 발부할 때는 늘 조심해야 하지요.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까요.

이 공문서가 유효하기 위해서 일정한 작성 양식도 지키고, 발부자 쪽의 최종 승인자의 직인과 서명도 넣고 하는 것이죠. 우리 사회는 지금껏 이러한 방식을 통해 객관적인 '신뢰'를 확보하려 하였고, 저를 비롯한 여기 계신 대부분의 이웃분들은 이런 사회적 과정에 익숙해진 세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스마트컨트랙트 세대

핸드폰이 있다고 일반 전화기를 이상하게 보지 않듯이, 새로운 신뢰 확보 방식인 블록체인을 일찍 접했다고 해서 앞서 얘기한 '공증' 방식이 구태로 보일 것은 결코 아닙니다. 각기 역할이 다르고 방식이 다를 뿐이죠.

그러나 적어도 어릴때부터 블록체인을 접하거나 존재했던 사회에서 커온 세대라면 P2P든, 네트워크든, 큰 사회 단위든 '신뢰'를 부여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서 블록체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아주 당연하게 이런 생각의 수순을 밟겠죠.

  • '뭐? 못믿겠대? 그럼 블록체인에 하면 되지 않아?'
  • '블록체인 기반으로 신뢰를 확보하고...'

비탈릭이 이더리움 발행을 통해 대중화시킨 스마트컨트랙트의 개념이란 것이 어떤 '조건부 실행'의 작동이 믿을만한 공증인이나 관리 감독자도 없는 상황에서 네트워크 자체의 검증을 통해 신뢰를 확보해간다는 점에서 볼 때 서로 누구인지 알 수도 없고 믿을 수도 없는 네트워크에서 '신뢰'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쉽고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세대를

  • 스마트컨트랙트 세대

라고 불러보고 싶은 것이죠. 전 세계 어디나 현대적 교육 과정에는 수학이 포함되어 있고, 최근에는 프로그래밍 교육이 어릴 때부터 필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수학과 프로그래밍 교육은 논리적인 사고와 일을 풀어나가기 위한 수순을 짜는 법을 터득하게끔 하는 과정입니다.

어느 책에서인가 읽은 내용같은데, 이러한 수학적 대중 교육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세상과 그 전 세상의 사람들 사고방식, 행동방식, 결정방식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 보안의 관점

지금껏 '신뢰'의 키포인트로 말씀드렸지만, 공증이나 스마트컨트랙트가 공통적으로 중요시 하는 것 중 하나가 '보안'입니다.

공증된 문서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어떤 경우엔 법적 증거 자료로서 소명될 수 있기 때문에 쌍방 계약 당사자 뿐만이 아니라 공증 사무실에서도 그 자료를 오랜 기간 보관하게 되어 있습니다. 설사 한 쪽, 또는 양 쪽이 서류를 분실하거나 소실하였다 하더라도 최소한 한 장의 원본은 남아있는 것이죠.

이렇게 동기화된(?) 원본이 세 군데로 분산되어 보관되고, 그 중 지정된 장소에 지정된 기간동안 보관되는 공증인 쪽 문서 역시 최대한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증 역시 보안의 측면이 매우 중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문제를 온라인 네트워크 상에서 풀어가는데 역시나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컨트랙트는 매우 훌륭한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쉽게 위변조, 삭제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 공증과 스마트컨트랙트의 공존

세상이란 것이 새로운 하나가 이전의 모든 것을 뒤집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이전에 존재했던 것도 현실적 이유와 쓸모란 것이 있는 법이니 말입니다.

그러니 블록체인과 스마트컨트랙트가 이 세상에 출현했다고 해서 기존의 공증 방식이 권위를 상실하거나 사라지지는 않겠지요.

다만 새로 피어나는 신세대들은 기존의 공증 뿐만이 아니라 블록체인과 스마트컨트랙트를 온전히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세대로서 앞으로 어떠한 활용과 발전을 이루어 낼지 자못 기대가 됩니다.

문든 이런 생각도 드네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이후에 또 우리 사회는 어떠한 패러다임을 맞이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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