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는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

in #science6 years ago (edited)

 ‘드라큘라’ 가정 해충 - 빈대 


우리 속담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초가삼간이 다 타도 빈대 죽는 것만 시원하다.”라는 말이 있다. 초가삼간(草家三間)은 가난한 서민이 사는 방 2개 부엌 하나인 매우 작은 초가집을 나타낸다. 빈대가 얼마나 사람을 괴롭히기에 이런 속담이!

2006년 CNN은, 시카고의 한 부인이 유명 호텔을 상대로 2,000만 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그 부인은 그 호텔에서 3일 간 숙박하는 동안에 온몸이 빈대에 물려 마치 피부 전체가 불에 덴 것처럼 되었던 것이다. 소송 결과는 알지 못하지만, 이때를 전후하여 미국 대륙에서는 오늘까지 빈대 출몰로 대소동을 일으키고 있다.

빈대((bed bugs, Cimex lectularius)는 3,500년 전의 서양 기록에도 나오는 가정 해충이므로, 그들은 이집트의 파라오, 크레오파트라, 시저를 가리지 않고 피를 빨던 해충이다. 빈대는 사람이 사는 공간 실내의 벽, 장롱, 책상, 가구, 침대, 문, 매트리스 등 어디나 틈이 있으면 들어가 잠자다가, 밤이 되어 불이 꺼지고 사람들이 잠자는 시간에 틈에서 나와 사람의 피부를 여기저기 이동하며 닥치는 대로 주둥이의 긴 침으로 피부를 찔러 피를 빤다. 빈대가 피를 빠는 동안에는 누구나 알아차리지 못한다.

날이 밝았을 때는 모두 다시 틈새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빈대에 물린 곳은 모기에 물린 자리처럼 대단히 가렵고 붉게 솟아오르며(발진 發疹), 긁다 보면 상처가 커져 곪게 되기도 한다. 빈대가 극성을 부리던 과거에는 한밤중에 일어나 붉을 켜고 이불, 방바닥, 벽을 살펴 빈대를 사냥했다. 굶주린 빈대는 납작하지만 피를 잔뜩 빨면 배가 동그래지도록 부풀어 오른다. 실존(實存)하는 드라큘라(Dracular) 빈대에서는 매우 고약한 곰팡내 같은 특이한 냄새가 난다. 이 냄새는 그들의 페로몬이며 몸 아래 뒷다리 부분에 있는 분비샘에서 나온다. 이상스럽게도 곤충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 페로몬이 짝을 찾는데 이용되는 것 같지 않다고 한다. 빈대가 교미를 할 때는 요란하다. 암컷의 몸에는 수컷의 정자를 받아들일 생식기 구멍이 따로 없다. 그래서 수컷은 암컷 복부에 강제로 구멍을 내어 정자를 주입한다. 복부로 들어간 정자는 그 이후에 암컷의 생식기관으로 각기 찾아간다. 

빈대에게 물린 가벼운 발진. 가려워 긁으면 아래 사진처럼 악화된다. 빈대에게 물린 자국은 일렬로 연달아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곧 빈대의 짓이란 걸 알게 된다. 

빈대는 인체 어디나 공격하지만 팔과 어깨 부위를 특히 잘 문다. 빈대에 물려도 피부에 아무 변화가 없는 사람도 드물게 있다.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빈대 


 DDT와 같은 살충제가 보급되기 이전에는 그들을 박멸할 방법이 없었다. 다 자란 빈대의 크기는 4~5mm이고 납작한 타원형이다. 체색은 붉은 갈색, 날개는 흔적처럼 있으며 짧기 때문에 날지 못한다. 알에서 갓 깨어난 어린 새끼는 투명하다가 점점 갈색, 적갈색으로 된다. 빈대의 알은 깨어나 5차례 탈피를 하며 7~10주 걸려 성체가 된다. 그들은 일생 동안에 500여 개의 알을 낳는다. 알 표면은 대단히 끈끈한 점액으로 덮여 있어 붙은 곳에서 떨어지지 않고 부화를 기다린다. 한 실험 보고에 의하면, 빈대는 영하 16℃에서도 5일간 죽지 않았으며, 32℃에서는 15분 만에 죽었다. 건조한 조건에 잘 견디며, 온도가 45℃가 되면 7분 만에 죽었다. 그들은 1년 간 굶어도 살아있었으며,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고양이, 개, 닭, 새, 쥐, 토끼 등의 포유동물을 공격한다. 빈대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온갖 수단을 다해보았다. 어떤 사람은 침대에 빈대가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침대 다리를 물통에 세워놓도록 했다. 그러나 빈대는 영화 <미션 임파스블>처럼 어떻게 찾아왔는지 달려들어 물었다. 그들은 벽을 타고 천정으로 기어 올라가 잠자는 사람 바로 위에서 떨어져 내린 것이다.

빈대는 시각(視覺)을 이용하여 사람을 탐지하지 않고, 인간의 체온과 호흡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하여 찾아오는 것이다. 빈대의 체온 감각 능력은 대단히 예민하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빈대를 담은 상자를 적군이 침투할 가능성이 있는 길목에 놓아두면, 사람이 접근했을 때 체온을 느끼고 그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하기 때문에 그 진동을 탐지하여 적의 접근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납작해 보이는 빈대(위)가 피를 잔뜩 빨고 나면 아래 사진처럼 동그란 모습이 된다. 체온을 잘 감지하는 빈대가 어떤 적외선(열) 탐지 기관을 이용하고 있는지 그 비밀을 안다면, 그것은 곧 군사기밀이 되어 군대가 이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빈대가 사는 틈새 근처는 그들의 배설물이 많이 묻어 있어 매우 지저분해진다. 오늘날의 주택이나 건물은 구조가 복잡하고 가구가 많아 빈대가 살게 되면 구제(驅除)하기 매우 어려워 전문 회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북미 대륙 빈대 소동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거의가 빈대를 본적이 없으므로 이름만 알고 있다. 빈대가 없는 것은 DDT를 비롯한 과거에 사용한 강력한 살충제 덕분이다. 그런데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빈대가 가정, 호텔, 식당, 학교 교실, 병원, 옷 매장, 기차, 버스, 심지어 극장에까지 나타나고 있다. 호텔방의 빈대는 숙박객의 트렁크와 옷 안에 들어가 가정으로 전파되기도 한다.

어느 집이건 집안에서 빈대가 발견되면 '빈대 잡이 전쟁'을 벌인다. 빈대가 발견된 극장과 호텔에서는 손님이 오지 않게 되기 때문에 대단한 박멸작전을 벌인다. 이런 경우에는 직원들이 약을 뿌리는 정도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해충을 전문으로 잡는 '기업체'에 의뢰하여 여러 날 박멸작전을 벌여야 한다.

2007년에 한국에서 빈대가 새롭게 발견되자 신문에서는 20년 만에 나타난 해충이라 쓰고 있었다. 이때의 빈대는 미국에서 실려온 이삿짐과 함께 건너온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후 때때로 한국에서도 빈대가 나와 소동을 벌인다. 살충제를 살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해충 퇴치 전문 기업에 의뢰하기도 한다. DDT만 사용할 수 있다면 빈대를 쉽게 퇴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용이 불가능한 살충제이다. 많은 경우 강력한 살충제는 사람과 동물에게도 피해를 주기 때문에 약제를 사용할 때는 설명서를 잘 읽고 따라야 한다. 인터넷에서 ‘빈대 퇴치법’을 검색하면 여러 가지 나와 있으나 완벽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빈대 제거제 중에는 실내를 밀폐한 뒤, 살충 가스를 폭발적으로 강력하게 뿜어 나오도록 하고, 4~5시간 후에 문을 열어 환기를 잘 한 뒤에 사람이 들어가도록 하는 훈증(熏蒸) 살충제가 있다.
사람을 해치는 곤충을 ‘위생곤충’(衛生昆蟲)이라 한다. 위생곤충의 하나인 빈대는 사람의 피를 빨기는 하지만 전염병을 옮긴다는 증거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피를 먹는다면 분명이 전염병을 퍼뜨려야 하는데, 왜 병균을 옮기지 않는지는 연구할 과제일 것이다.

DDT가 나온 이후 선진국에서는 빈대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20년 이상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하여 위생곤충 퇴치에 가장 선진국인 미국에 빈대가 나타나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모르고 있다. 생명의 세계는 어떤 것이든 신비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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