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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버킷리스트 이야기 :

in #sago5 years ago

20여일의 긴 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선 며칠에 걸쳐 여행기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 도중의 기록과 사진에 의존한 여행기였습니다. 그리고 앨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중간중간 의미 있었던 공간과 사진 주인에 맞춰 열댓 개의 개인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여행을 정리하는데 여행지에서 보낸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이 들었습니다. 여행이 정리되었을 즘 다시 여행을 떠났습니다. 목적이 없는 여행이었습니다. 앨범을 작업하는 도중 느낀 그리움 탓인지 불쑥 비행기표를 예매했습니다. 앨범을 나눠주고 다음날 아침 일찍 공항으로 떠났습니다.

첫번째 여행과 너무나 다른 두번째 여행이었습니다. 첫번째 여행에서 무언가를 찾았다면, 두번째 여행은 첫번째 여행에서 찾은 것에 대한 그리움을 되돌아보는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의 절반을 카페에 전전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술이 아닌 카페인에 취해 여행지의 감상을 거름삼아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내가 그리워했던 것은 여행지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움에 파묻혀 있을 수 있었던 여행을 떠난 적이 여한은 없습니다. 다만 한번 더 가보고 싶습니다. 몇 년이고 기억에 남을 그런 그리운 여행을 다시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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