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 경북 영천 늪지에서 겪은 실화
4년 전으로 기억됨.
당시는 총각이었고 교대 근무하는
직업이라 주주야야비비 이 패턴으로 근무했었음.
주말에 쉬는 일반 직장이 아닌 관계로
평일 날 쉬는 날이 많다 보니
만날 친구가 없는 거임.
그래서 당시 취미로 민물고기 잡아서
집 수족관에서 키우는데 열중하던 중이었음.
사는 곳이 대구라 인근 중소 도시로
민물고기 잡으러 밤이건 낮이건 여름이건 겨울이건
가슴 장화 신고 물속을 헤집고 다니던 중...
경북 영천이란 곳에 굉장히 특이한 민물고기가
자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됨.
그 물고기가 바로 가시고기.
물고기도 수계마다 차이가 있으나 가시고기가
서식하는 수계는 한국에서 몇 군데 되지 않음.
묘한 호기심에 새벽 2시에 영천으로 혼자 가게 됨.
그런데 가시고기가 사는 환경이
천 주변의 정수 역임.
즉 흐르는 물이 아니라 물 흐름이 완만하고
깨끗한 물에만 서식하는 물고기였음.
영천 자호천 탐어 장소에 도착하니
새벽 3시가 다 돼 가고 있었음.
지금 생각해보면 새벽 3시에 혼자서
늪 같은데 혼자 들어갔다고 생각하니
그때 당시 보통 미친 게 아닌 것으로 생각됨.
암튼 탐어의 기대감에 가슴 장화를 신고
반두질을 하기 시작함.
그때가 6월 경이었으니 물도 차지 않고
가시고기와 송사리를 잡을 생각에
피곤도 잊은 채 탐어에 열중했음.
그런데 한참 반두질 중 갑자기
물안개가 미친 듯이 피어오르기 시작함.
뭔가 이상하다 생각할 찰나,
누군가 귀에 속삭이는 말이 들림.
하지만, 물안개가 미친 듯 피어오르고
사람 소리가 정말 귀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들려도 별로 개의치 않았음.
그땐 정말 탐어에 대한 열망이 엄청났기 때문에...
그렇지만 맘 한편으론 겁이 나기 시작했음.
소리보단, 물안개가 더 겁이 났기 때문에...
그러기를 20분,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차는 곳에 다다르고
물안개에 한 치 앞이 안 보이는데
갑자기 발이 안 움직이는 거임.
짙은 안개에 렌턴을 입에 물고 족대를 들고
물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음.
마치 누군가 물속에서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그때부터 정말 두려움이 몰려왔음.
일단 살아야겠단 생각에 물고기 건 물건
다 던져버리고 렌턴만 든 채 필사의
발걸음 옮기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었음.
근데 그때 갑자기 귓속말이 들리는 거임.
"돌아가라고 했지"
정말 딱 이렇게 들리는 거임.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에 늪에서 주변엔
아무도 없는데 말이 들리던 순간
15살에서 18 살 정도의 소녀 목소리였음.
그냥 느낌이 그랬음 소녀의 목소리.
그러곤 기억이 안 남.
다행스럽게도 동네에서 새벽에 다슬기 따던
또래 동네 주민이 물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를 발견하고 구해주었음.
내가 정신 차리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야심한 새벽에 물에 들어가는 거 보곤
약간 걱정을 하면서 지켜보았다고 함.
별 일 없길래 내가 있던 곳 하류 여울에서
다슬기를 채집하다가 첨벙 거리는 소리가 들려
내가 있는 곳으로 오는데
안개가 짙어 볼 수 없었다고 함.
그런데 하얀 안갯 속에서
유난히 검은 안개가 보였다 함.
그래서 뭔가 이상하다 싶어 렌턴을 비추는데
렌턴을 비추는 순간 검은 안개가 사라졌다 함.
그제야 내가 허우적거리는 게 보였다 함.
그래서 날 구할 수 있었다 함.
그리고 들은 이야기 그 일이 있기 전 해에 여기서
물놀이하던 여고생이 익사했는데
시체를 발견 못했다 함.
그렇게 못 찾다가 큰 비가 오고 곳곳에
천 주변으로 늪지가 생겼다 함.
물이 빠지고 늪지 물도 말라갈 즈음
내가 탐어 하던 그곳에서 발견되었다 함.
그래서 다음부턴 밤에 혼자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걱정스럽게 이야기해주었음.
라이프가드에 구조를 업으로 하는 나도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이 존재하는구나 느꼈음 .
그 후론 좋아하던
탐어도 물고기도 기르지 않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