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 하루에 한편

in #phot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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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by Bastien-Lepage(출처 naver), write by k0sh)

코를 훔치면서 꼴밤이라도 한대 맞을까 싶었다.그는 쉬 다가가지 못하고 툇마루에 걸터 앉았다.
흰 수염이 삐죽삐죽 나고 이따금 컥~하며 굵은 가래를 올리는 꼰대 앞에는 김이 모락 모락 나는 감자가 싸리 바구니에 가득하였다.

그는 힐끗 곁눈으로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감자 몇개를 먹는 상상을 하였다.
뱃속까지 따스해지는 감칠맛이 실제 느껴지는듯했다.
하지만 커다란 파리가 왱왱 거려도 꼰대는 뻐끔뻐끔 담뱃대만을
입에 문체 모락모락 김이 나는 감자는 쳐다보지도 않고있었다.

처마에 가려진 마루 한끝에서 꼰대는 황토흙 사이로 짚 몇개가 삐질히나온 벽에 등을 기댄체 멍하니 고정된 시선도 없는 쾡한 눈으로 앉아있기만 할뿐이었다.

그는 망설였다.이때를 노리지 않는다면 저 김이 모락나는 감자 하나 먹어보지 못하고
그저 꼰대가 어그적 어그적 제 목구멍으로 넘겨버리는 꼴만 봐야 할듯하였다.

파리를 잡는 시늉을 한것은 그때문이었다. 왱왱 거리는 파리가 아까운 감자를 다 먹어치우기
전에 그는 파리를 쫒고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
그의 손이 점점 처마 밖 해가 닿는 뜨거운 마루위에서 슬금슬금 기어갔다.
마치 그림자가 옆집 순이 치마인양 자는 순이의 치마속에 몰래 손을 넣어보듯 가슴은 쿵쾅였다.

코가 이럴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따끔 킁킁 하고 누런코를 들이 마시는 수밖에는 별도리가 없었다.

꼰대는 아직도 그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한 듯 촛점없는 시선으로 그저 멍하니 앞산을 바라볼뿐이었다.

후,... 깊게 마셨다 뿜는 담배연기가 퍼져나갈때 그는 거의 감자 바구니에 손이 다았다.

순이의 치마속에 손을 넣고 어딘가 끝날껏 같지 않던때 손끝에 전해지던 구멍 뚤린 팬티가 손에 닿았던 그때처럼 그는 눈에 핏발이 서고 가슴엔 기차가 하나 들은듯 숨이 가빳다.

'이제 된거야...'

손톱밑으로 까만때가 덕지한 그의 조그마한 손이 감자하나를 집을때쯤.. 칵아악~~저 밑으로 부터 올려부치는 꼰대의 가래소리가 들릴때쯤... 머리에 불이 번쩍이고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별을 보았다.

꼰대의 담뱃대는 그의 머리를 내리치는 힘을 그대로 이어가서는 싸리 바구니의 한쪽끝을 휙 하니 잡아 당겨버리는것이아닌가. 꼰대는 한쪽 무릅을 세우고 담뱃대를 털어내면서 말하였다.

'어린놈의 시키가..어른이 손도 안된 음석을...'

그눈이 무서워 그는 궁뎅이를 일으켜 짐짓 모른척 고개를 돌렸다.

'지혼자 다 처먹고 좋겠다....'

몇해전 물난리가 났을때 물막이 공사를 하러 나간다던 어머니가 보고싶어졌다.

무쇠솥 안에 식지 마라고 아침에 쪄준 한대접 가득 감자가 그리웠고 흰 수건을 머리에 두른 그 어머니가 그리웠다.
그는 아무일 없었다는듯 꼰대에게 조막만한 등짝을 보이며 일어섰다.

아주 잠시지만...발걸음을 때기전...우걱..우걱..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가 꼰대의 입에서 의깨지는 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그의 한발자욱은 그렇게 우걱우걱 으깨지는 감자 처럼 멀어져갔다.


그림을 보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하루에 한장 사진을 통해 그때 그때의 감정을 적어보려 했는데 글도 좀 써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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