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in #pati8 years ago

<부엉이> - 이원규

밤새 너무 많이 울어서
두 눈이 먼 사람이 있다.

먹으로 부엉이 눈과 깃털을 그린다. 눈이 먼 부엉이를 그려내고 싶어 동그랗게 자른 비닐을 눈 위에 덮는다. 눈 먼 동물들의 눈은 비닐을 덮어놓은 듯 뿌옇다. 나는 밤새 울어본 적이 있는가. 있다. 눈물은 어찌해도 멈추지 않았고, 기분은 어찌해도 나아지지 않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퉁퉁 부어있다. 코를 풀고 세수를 했지만 다시 눈물이 삐죽삐죽 나왔다. 잠이 와서야 멈췄다. 먹은 눈 먼 부엉이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좋았다. 갈라진 붓으로 깃털을 쫙 피고 먹물을 흘렸다. 눈에 맞게 비닐을 잘라 붙였지만, 얼굴 전체를 비닐로 감싸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눈 먼 부엉이는 거울에 비친 퉁퉁 부은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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