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발자취를 찾아-2(스위스, 몬테뇰라)

in #paris6 years ago

헤르만 헤세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고전작가 중 한 명이다. 인기가 어느정도 인가 하면 셰익스피어, 괴테, 토마스 만, 헤밍웨이보다 더 우위에 있을 정도다. 이것은 얼마전 네트즌을 상대로 투표한 인터넷 서점(예스24)에서의 결과다. 수레바퀴 아래서, 페터 카멘친트, 크놀프, 데미안,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 이중에 단 한 권이라도 헤세의 작품을 읽지 않은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헤세의 발자취를 찾아 스위스의 루가노로 향했다.

루가노는 이탈리아와 스위스가 경계를 이루는 호반의 도시다. 루가노 호수 산책길에는 빨간색 벤치가 운치있게 놓여있다. 그 양쪽으로는 몬테후라 산과 살바토레 산이 치솟아 있다. 사람들은 벤치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고 천천히 산책하는 사람도 있다. 백조가 있는 호수는 산과 함께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더 있고 싶지만 갈길이 있어 벌떡 일어선다. 헤세 박물관이 있는 몬테뇰라로 가려면 루가노에서 노란색 포스트 버스(436번)를 타야 한다.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오고 가는 버스는 하루에 4번씩 밖에 없다. 헛된 시간을 소비하지 않으려면 정류장에서 버스시간을 확인하면 편안하다.

박물관은 개인 후원자들과 헤세의 둘째 아들 하이너 헤세의 지원으로 1997년 7월 2일 마련됐다. 헤세의 탄생 120주년을 맞아 그가 몬타뇰라에서 처음 살았던 카사 카무치의 한 건물에 문을 연 것이다. 박물관에는 책상, 타자기, 안경, 면도기, 펜, 그림 도구, 모자, 우산 등 그가 사용하던 개인적인 물건과 헤세가 그린 수채화, 헤세가 독자에게 보낸 그림이 있는 편지, 번역본, 초판본 등 여러가지 기록들이 전시돼 있다. 헤세는 평생동안 3,000장 정도의 수채화를 그렸으며 35,000장의 답장 편지를 써서 독자들에게 보냈다. 그 중에는 그림 엽서 등 예쁜 수채화 그림을 그려 보낸 것도 있었다.

독일 유학생이던 전혜린도 헤세로 부터 엽서를 받았다. 그녀는 귀국하여 대학 강단에 섰으며 ‘데미안’을 번역하여 당대 청년들에게 깊은 감명을 준 바 있다. 1916년, 헤세의 주치의 랑(Lang)박사는 심리분석 치료의 한 방편으로 그에게 그림 그리기를 권고한다. 정신과 치료를 마친 헤세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몬타뇰라에 있는 카사 카무치로 거처를 옮겼다. 이혼한 아내(마리아 베르누이)도 정신분열이 악화되자 아이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흩어지게 된다. 장남 브루노는 화가며 친구인 쿠노 아미에트에게 맡겼고, 차남 하이네는 육아원으로 보내졌으며, 막내 마르틴은 위탁 가정에 맡기게 됐다. 이때서 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헤세는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데미안, 어느 청춘 이야기’를 출간하고 1920년에는 바젤 미술관에서 수채화 전시회를 열었다.

1923년에는 독일 국적을 포기하고 스위스 시민권을 취득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헤세가 53 세 때 발표한 소설이다. 그는 이소설을 자신의 영혼의 자서전이라고 말한다. 방랑자로 많은 여인들을 만나는 골드문트가 헤세였을까? 실제로 그는 어머니 품같은 마리아 베르누이를 만나 세 아이를 낳았으며 20살이나 어린 루트 벵거를 만나 두 번째 결혼하고 3년 후 헤어졌다. 그 것 뿐인가 그는 방랑자요 나체주의자로 발가 벗고 있기를 한 때 즐겨 하기도 했다. 니논 돌빈은 베를린 대학교 재학 시 헤르만 헤세의 책을 읽고 그의 열렬한 팬이 된 여인이다. 그녀는 자신의 사진을 동봉하고 ‘당신에게 내가 누구인지 큰 소리로 외치고 싶었어요’라는 편지를 보낸다. 그리고는 ‘내 안에 무언가 강렬한 힘을 느껴 당신에게 편지를 쓸 수밖에 없었어요’라는 고백을 한다. ‘11년이 지난 후 미술사학자가 된 니논(당시 36세)은 헤세(54세)의 3번째 아내가 됐다. 1946년, 헤르만 헤세는 괴테 문학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전세계에서 날라 온 축하 편지는 7,000통에 달했다. 1947년에는 베른 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도 받았다.

헤세는 몬테뇰라에서 정원을 가꾸고 낙옆 태우는 것을 좋아했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니논과 함께 천천히 산책하기도 즐겨했다. 루가노 호수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몬테뇰라는 그림 그리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화가가 된 큰아들 브루노와 호수, 산, 작은마을을 함께 다니며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헤세는 훌륭한 작가였지만 화가로서도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1920년 바젤에서 전시회를 가졌고 다음해에는 화집을 출간했으며 사후에는 도쿄, 뉴욕, 샌프란시스코, 몬트리올, 시카고, 마드리드, 룸셈부르크, 함부르크, 삿포로, 서울 등지에서 대대적인 그림 전시회를 열었다. 그래서 전시관에는 헤세의 그림과 아들 브루노가 그린 수채화도 수 십 점이 함께 전시돼 있다. 어렸을 때 병약하여 헤세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막내 아들 마르틴은 사진작가로 성장했다. 헤세의 유명한 사진 가운데 다수가 바로 그가 촬영한 작품이다. 안타깝게도 마르틴은 1966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962년 8월 9일, 헤르만 헤세의 주치의(닥터 몰로)는 니논의 전화를 받는다. 남편이 아침식사 시간이 넘었는데 아직도 내려 오지 않는다는 다급한 전화였다. 당시 헤르만 헤세의 서재 열쇠는 헤세와 주치의만 가지고 있었다. 헐레벌떡 카사 로사로 달려 온 주치의는 떨고 있는 니논을 안심시키며 서재로 올라 갔다. 방 문을 열자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헤세의 모습이 침대 위로 보였다. 그의 입술에는 피가 몇 방울 맺혀 있고 왼쪽 손에는 ‘성 어거스틴의 고백록’이 쥐어 있었다. 그의 책상에는 ‘부러진 나뭇가지의 삐걱 소리’라는 그의 마지막 시의 원고가 보였다.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시간, 그는 부러진 나뭇가지가 되어 하나님을 찾았다. 주님 이외에 이 죄인이 어디서 기쁨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그의 외침에 하나님의 음성이 들린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었다’. 그는 평안함 속에 방랑 인생의 종지부를 찍는다. 헤세는 몬테뇰라에 있는 아본디오 성당 묘지에 묻혔다. 1년 후 니논도 헤세 곁에 묻혔다.

여행팁: 코모 호수 매나지오에서 버스를 타고 루가노로 가는
방법과 코모에서 기차를 타고 루가노로 가는 방법이 있다.

루가노에서는 노란색 버스(436번)를 타고
Montagnola Phaese 정류장에서 내린다.
단 하루에 4번만 운행하므로 시간확인을 한다.

입장료: 성인(8.5유로), 학생, 시니어(7유로),
스위스 패스 소지자(무료)

http://www.hessemontagnola.ch/(헤세 박물관)

헤르만 헤세 박물관 전시실
n1.jpg

헤세의 모자, 수채화, 편지, 사진 등.
n2.jpg

헤세가 그림 그릴 때 사용하던 수채화 물감과 붓
n3.jpg

헤세는 독자들에게 그림 엽서 등
예쁜 수채화 그림을 그려 보냈다.
n4.jpg

헤세의 만년필과 그가 그린 수채화
n5.jpg

헤세가 수채화로 그린 티치노의 산 마을(1920)
n6.jpg

헤세가 사용하던 타자기와 편지들..
n7.jpg

헤세가 그린 수채화
n8.jpg

헤세가 독자에게 보낸 그림이 있는 편지
n9.jpg

헤세의 타자기 커버
n10.jpg

헤세가 늘 쓰고 다니던 안경과 안경집
n11.jpg

헤르만 헤세 박물관 내부
n12.jpg

몬테뇰라에서 바라 본 루가노 호수의 풍경
n13.jpg

몬테뇰라의 헤르만 헤세 박물관 건물
n14.jpg

루가노 호수
n15.jpg

루가노 호수와 백조 부부
n16.jpg

몬테뇰라 가기 전에 꼭 들려야 하는 루가노
n17.jpg

루가노 호수와 산 살바토레 산(Monte San Salvatore)
n18.jpg

루가노 시장에서 파는 싱싱한 토마토
n19.jpg

루가노 사람들도 밤을 잘 사서 먹는다
n20.jpg

브레 산 위에서 바라 본 루가노의 풍경
n21.jpg

산 살바토레 산(Monte San Salvatore)이 있는
루가노 풍경
n22.jpg

루가노 호숫가의 백조들
n23.jpg

루가노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
n24.jpg

이탈리아 코모 호수의 매나지오에서
스위스 루가노로 가는 C12 버스
n25.jpg

루가노 호수 산책길과
산 살바토레 산(Monte San Salvatore)

n26.jpg

브레 산 위 카페에서 바라 본 아름다운 풍경

n27.jpg

루가노 호숫가의 백조들..

n28.jpg

Sort:  

오와!! 사진 정말 잘 찍으시네요^^
사진보며 힐링좀 해야겠습니다ㅋㅋ

감사합니다 ~!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2
JST 0.028
BTC 64251.91
ETH 3494.19
USDT 1.00
SBD 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