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shopping mall)에 도서관이 있는 이유
오차드 도서관도 마찬가지이지만 왜 싱가포르의 많은 도서관들은 대형쇼핑몰 안에 있을까? 조용한 여건에서 책을 읽고, 교통 혼잡도 야기하지 않으려면 도서관을 도심외곽이나 주택가 근처에 집중적으로 설치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이 궁금증을 그제서야 풀 수가 있었다. 유적지와 오래된 건물 투어를 병행한 걷기 모임에서 해설사가 그 이유를 설명해 준 것이다.
도서관을 쇼핑몰 내에 설치한 것은 한마디로 싱가포르 정부의 사려 깊은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나라인 만큼 쇼핑몰 같은 곳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 해야 하는데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도서관을 쇼핑몰 내에 위치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도서관에는 가족단위나 연인끼리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쇼핑몰로 오가면서 물건도 살 수 있고,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음식도 사 먹게 된다.
반대로 쇼핑을 하러오거나 도심에 다른 볼 일을 보러 온 사람들도 도서관을 휴식공간처럼 활용한다. 도서관에 들러 책도 보고 남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니 큰 마음먹고 가는 도서관이 아니라 찻집 들르듯이 찾는 곳이 되는 것이다. 도서관은 조용하고 주택가 근처에 있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관념을 깸으로써 도서관도 살리고 상업시설도 살리는 실리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싱가포르의 사회의 핵심 작동원리 중에 하나가 실용주의라고 할 수 있다. 명분과 체면보다는 실질적으로 개인이나 조직, 국가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모든 의사결정을 그 기준에 입각해서 한다. 매춘과 도박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등 우리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싱가포르에 대한 통념과는 어울리지 않는 결정을 하는 데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사실 이곳에 온지 9개월 동안 싱가포르인들로부터 도박의 폐해나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었다. 마카오 다음으로 세계적으로 큰 도박산업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싱가포르다. 센토사섬과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 두 군데에 대형 도박장이 있어 내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도박장의 사례는 피할 수 없으면 관리를 잘 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신에 국가적으로도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실리주의적 접근법에 따른 결정의 예라고 하겠다.
건국 이래 싱가포르 지도자들이 실적주의, 실용주의, 효율성을 다른 어떠한 가치보다도 강조해 온 때문인지 일반시민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에서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곤 한다.
내가 자주 가는 편인 라우파삿 호커센터의 사테거리는 늘 사람들로 붐빈다. 그 중에서도 7번과 8번 사태꼬치 점포는 장사가 압도적으로 잘 되는 곳이다. 우리식으로 보면 포장마차가 두 개라고 보면 되는데 주인은 한 사람이라고 한다. 특히 한국 손님들이 무조건 이집만 가기 때문에 아마 한국 손님들 때문에 돈을 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이 주인은 모르긴 해도 재벌 못지않은 큰 부자일 거라고 본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른 종업원들과 마찬가지로 일하고 있는 여주인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언제는 딸까지 나와서 일을 하는 것을 보았다.
사테거리는 넓은 차량도로를 저녁시간 이후 막고 하는 장사다. 길거리에 좌판을 벌리고 하는 장사라서 주위가 소란스럽고, 깨끗한 근무환경이라고 할 수도 없는데 억만장자인 주인과 그 딸이 나와서 손님 시중을 들거라 정신이 없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들을 다시 보게 된다.
싱가포르인들은 어마어마한 부자라도 대체로 검소하고 부를 과시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외관만 보아서는 누가 부자이고 누가 아닌지를 잘 모른다. 괜히 많지도 않은 돈을 가지고 돈자랑 하다가는 망신을 당하기 쉬우리라.
비록 서울면적보다 조금 더 큰 도시국가이긴 하나 우리가 부족한 것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다 보니 조금만 마음의 문을 열고 보면 요소요소가 다 배울 점이다. 남은 연수기간 더 많이 보고, 배우며 더 많이 경험하고 가리라 다짐해 본다.
좋네요. 쇼핑몰 안의 도서관. 우리에게 필요한 공간들이 쇼핑몰과 어울리는게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