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이야기] 30일 같은 3일..

in #nurse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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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to @carrotcake & @crowsaint.

연속 3일 off 후 3일을 일했다.
고작 3일 일했는데 30일을 일한 듯한...
많은 일이 있었다.

다행히 마지막으로 받은 근무표 이후로 아직까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신졸 한명이 사직을 고했고, 곧 그만둔다. 무슨 일인진 정확히 모르겠으나 본인의 건강 문제도 젤 중요한 원인이었던것 같다. 남자선생님인데.. 남자 간호사가 귀한지라 수선생님과 간호부장님이 애지중지 하는 터라 절대 태움이 있어 나가는 것 같진 않다. 그리고 2주 남짓 근무했지만 다른 경력직 선생님들도 다들 좋은분이라 태울 사람들이 없다. 문제가 있다면 수선생님이 좀... 그렇지만 수선생님들은 어딜가나 비슷하다. 특별이 더 나쁘거나 더 이상하지 않다.

태움 이야기를 하니 오늘 있었던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 집회가 떠오른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깐 이야기 하자면, 아산병원 신졸 간호사였던 고 박선욱 간호사가 태움으로 인해 자살을 한 사건이있었다. 그것을 잊지 않고 간호사의 태움의 문화를 없애 보고자 단체를 만들어 오늘 집회를 가졌던 것이다. 이전 같았으면 집회를 홍보하고 했겠지만 난 삶에 눌려 그걸 신경쓸 겨를이 없다. 단톡방에 올라오는 이야기들만 볼 뿐이다.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해요.. 하지만 난 내 자리에서 당신을 잊지 않고 태움을 없애보려 노력할게요.

아무튼 그 남자 선생님은 곧 못보게 된다.

그리고 나와 마치 1년을 같이 일했던 것처럼 본인이 그만둔단 이야길 틈만나면 했던 신졸 간호사 선생님은 내가 쉬는 동안 간호부장님에게 사직하겠단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러자 행정부장의 면담까지 하고 왔단다. 똑부러지는 성격답게 하고 싶은 이야길 다 하고 왔단다.
세대차이일까. 성격차이일까.
부럽다는 말이다.
그냥 참고 위에서 시키는대로 힘들던 말던 죽어라 하던 나와는 달리 본인의 힘듬을 당당히 말할 줄 알고 그게 누구때문이라는 것도 밝힐 줄 아는...
어찌보면 철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긴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걍 사이다.

그래서였는지 갑자기 일하는 포메이션이 바뀌었다. 바뀌고 나서 처음으로 데이 근무를 했는데 한명이 늘었는데,,, 일하는것이 한결 쉬워졌다. 하지만 아직도 바뀌어야 할 건 남아있다. 아니면 그날은 상대적으로 덜 바쁜 날이라 그랬을지도...

문젠 집에 와서였다.
일호가 집에 오질 않았다. 학원에도 오지 않았다. 핸드폰이 없는 일호와 연락을 할 수 없었다. 집, 학원, 학교 운동장, 집, 놀이터를 한시간이 넘게 돌아다녔다. 중간에 오호를 픽업하고 다시 돌아다녔다. 일호의 학교 친구 엄마가 세시 반까진 같이 있었다고 했는데 그 이후론 본 사람이 없었다. 미친듯이 차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으로 학급 엄마들 단톡방에다 혹시 일호를 본 사람이 있는지 톡을 남기고 마지막으로 학교를 한번더 갔다. 차를 대고 오호를 들쳐 안고 구석구석 찾아볼 요량으로 갔는데.... 일호 친구 엄마들로 보이는 두명의 엄마가 애들과 함께 건물앞에 앉아서 나에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 일호가 같이 있었다고..
하.................................
주저 앉을 뻔했다.

멀리서 얼굴을 뻘겋게 해서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는 일호가 보였다.

일!호!!!!!!!

라고 소리쳤다. 화도 안났다. 그냥 소리쳤다.

그러자 일호왈~

왜요?

아.... 화가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왜요? 왜요? 왜요??
하지만 화도 힘이 없어서 더 낼 수가 없었다. 그냥 데리고 삼호와 사호를 마져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다음날 나는 스프린트 번(9시~5시)이었다. 대충 인계를 받고 9시에 출근해서 주사약을 돌리기 시작했다.
난 그땐 알지 못했다. 내 간호사 생활 중 하루에 IV(정맥주사)를 한 숫자의 최고를 기록하리라고는.... (사실 난 신졸때 소아병동에 있어 IV를 하지 않았다. 그곳은 레지던트들이 IV를 했기에.. 그러고 나선 임상은 지금 병원이 처음이라.... 그래서 IV하는 것에 자신이 별로 없었다. )

9시부터 주사약을 주기 위해 환자들의 정맥을 찾아 헤매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첫 IV의 대상은 정맥이 참 사랑스럽게 굵은 남자분의 혈관이었다. 간호사인분들은 공감하실지 모르겠으나 참 건장한 남성의 튀어나온 정맥은 참... seductive하다.
모두가 그랬으면 했지만 두번째 정맥은 항암치료를 하고 오셔서 며칠째 못드시고 계신 분의 것이 었다. 식사를 못하면 정맥도 잘 나오질 않는다. 항암치료도 정맥으로 하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오래한 분들의 혈관들은 다 굳어서 사용할 수가 없다. 하지만 다행히 아직 남아있는 곳을 찾아 무사히 성공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뭐. 하루에 두개 정도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바쁨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영양제를 원하는 분, 토하는 분, 소변이 너무 농축되서 나오고 균도 나와서 hydration 이 필요한 분... 에다가 새로 입원하는 환자 세분 다 수액처방이 나왔다.

자... 난 프로페셔널한 간호사니깐 정신 차리자...

나와 같이 일하는 신졸은 아무래도 IV가 익숙하지 않아 차마 시도하지도 못하고(바쁘지 않으면 내가 데리고 다니며 가르쳐 줄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빡빡했다. ) 서로 일을 분담해서 했다. 신졸은 신환(새로온 환자)의 간호정보조사와 경구약 투여 교육을 담당했고, 난 신환의 IV와 추가로 계속 수액 처방이 나는 환자들의 IV를 담당했다.
그렇게 신나게 일하고...
눈을 들어보니 4시...
점심도 안먹고 일했는데... 아직도 할일이 남아있다.
이미 이브닝 근무자 선생님들도 같이 열심히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데이근무자 선생님들도 같이 남아서 일하고 있었다. 이미 한 시간 전에 집에 갔어야했는데...
잠깐 숨을 돌리고 과장님이 쏘셨다는 피자를 물들이키듯 들이키고 남은 일은 마저하러 갔다. 그 피잔 코로 들어갔을까? 입으로 들어갔을까? 뭐 어찌되었든 내 위로 들어갔으면 됐다.

어떤 기사 댓글에 간호사들이 환자는 안보고 라면파티... 간식파티를 하고 있었다고 하던데...
원래 먹는 밥도 제대로 못먹고 일하는 사람들인데...
보이는게 다가 아닌 것을...
뭐.. 원래 남 말하긴 쉽다... 라고 생각하자. 내 정신 건강을 위해...

7명의 IV를 하고 8명째 하려는 찰나 내가 이러다 IV specialist 되겠다고 소리쳤더니 수선생님이 가져갔다. 내가 해도 됬었는데..
IV를 성공할때...
바늘을 정확히 정맥에 집어 넣어 피가 맺히고, 가이드 바늘을 빼고, 수액줄을 연결하여 빠르게 떨어지는 수액을 볼 때의 그 쾌감.
쓰고 나니 좀 변태같다.
누구나 일하면서 각자만의 쾌감은 느끼지 않을까?..... 아닌가???

아무튼 난 이브닝 근무자 선생님들의 배려로 5시 5분에 퇴근할 수 있었다. 데이 근무자 선생님들은 4시 50분에 퇴근했다는건 안비밀...

고마워요~ 선생님들.. 사랑해요 선생님들..

그 전날 일호의 사건으로 일호에겐 2G폰이 부여되었다. 아빠가 일호에게 주면서 계획이 바뀌면 아빠에게 전화를 하라고 말했나보다. 그날 일호는 정말 본인의 계획이 바뀔때마다 아빠에게 전활했고, 아빤 전화길 준걸 후회한 듯한 카톡을 나에게 보냈다. 나한테도 부재중 전화가 몇통이나... 귀엽다. 전화기가 처음 나왔을때 사람들도 이랬을까.. 하지만 그날로 전화길 회수했다.

오늘은 데이 근무...
무난한 하루였다. 적어도 내가 담당한 환자들은...
다른 선생님쪽은.... 음..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지만...
이미 너무 많이 적어 생략.

간호부장님이 병동의 문제점에대해서 물어보신다. 물어봐놓구선 계속 자기 이야기만하신다.
그래.. 사람이 바뀌면 죽는다는데... 오래 사실 것 같다.

집에선 일호가 나의 스타킹으로 쫄쫄이를 만들어 입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참... 디자인이 미래지향적이다.

이렇게 나의 30일 같았던 3일이 지나가고 있다.
난 지금 생 후 두번째 마시는 쏘맥 500cc를 신랑과 사이좋게 나눠 마시면서 데드풀을 보는 중이다.
내일은 쉬는 날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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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 .^^. 퇴원 전날 저녁 식사후에 오셔서 일찌감치 링거 주사 바늘을 뽐아 주신 분 덕에 병원 구내를 한가로이 산책했던 어느 초여름밤이 생각납니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면서 ...

^^ 퇴원을 위해 링거를 빼는일은 저희도 신난답니다~ 좋아지셔서 퇴원하는경우는 말이죠.

수고많으시네요.후배가 나가면 평소 잘해주었음에도 왠지 미안한 느낌은 뮐까요? 아이가 4명이세요? 다음 생에 나라를 구하실듯..저도 핏줄 잘찾아 한 방에 끝내주는 간호사가 제일 좋아요..ㅎㅎ

아인.. 다섯명입니다. ㅎㅎ 다음 생에 나라를 한번더 구할 수도 있겠군요?? ㅎㅎ

후배가 나가지만 사실 저랑 일한건 이틀밖에 없어서요.. 미안한 느낌은 없으나 같이 더 일하지 못해 좀 아쉽긴 하네요..

저도 한방에 끝내주는 제가 좋습니다. 그러지 못하면 저도 넘 힘들어서.. ㅎㅎ

아고...일호때문에 심장이 뚝떨어졌다 올라왔겟네요..ㅠㅜ 그간에 수고스러움이 글에서 보이네요;; 힘내세요!!

일호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ㅠㅠ
힘내겠습니다. (--)(__)

너무 수고 많으세요~
아이들 걱정에 쉴틈없는 회사일에~ 워킹맘들 항상 응원합니다~
그리고 데드풀을 필리핀에서는 아직 상영전인데~ 재미있나요??

ㅎㅎ 예전 데드풀을 봤습니다. 다시봐도 더럽고 재밌더라구요.
^^ 감사해용 차차차언닝~

전 예전것도 못봤는데... 더럽다니~~ 아이와 같이 봐도 되는거에요??
동생님??? ^^

음... 걍 남편분과 보시는걸로.. 해요.
우리 아이들 눈과 머린 소중하니깐요~

병원에 계신분들 너무 고생 많으십니다 정말로!! ㅠㅠ
특히 간호사분들은 3교대 주말없는 3교대라니..
근데 쏘맥을 고작 생후 2번밖에 안마셨나요? ㅎㅎ
이제 곧 세번 네번 늘어나실겁니다.. 맛나거든요!! ㅋ

ㅋㅋ 오늘 카스와 소주의 만남은 별로 더라구요. 첫번째꺼가 맛있어서 오늘 또 먹은거였는데...
세번짼 다른걸로 시도해 보렵니다.

간호사는 주말에못쉬면 평일에 쉬는 묘미도 있어서... 나름 괜찮습니다.라고 위안을 삼습니다. ㅎㅎㅎㅎ

일호 때문에 많이 놀라셨겠어요
다행이네요
아이들과 행복한 꿈나라 여행을 즐기시겠네요~^^

아이고.. 일호땜에 정신이 없었죠.
잘자고 일어났습니다~^^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ㅜㅜ
간호사분들 정말 대단하신것같아요!
데드풀 보시는군요~이번 데드풀2기대하고 있는데요^^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리안님두용~ ^^
데드풀은 정말 더럽고 웃긴것같아요. ㅎㅎ

IV할때 튼실한혈관이면 넘나감사했던기억이 저도있어요 ㅎㅎ 임상에서 오래못버텨서그런지 멋져보이네요! 응원할께요!^^

임상이 전 맞나봐요.... 라고 생각하다가도..
또 뭔일이 터지면 역시 임상은 아니야... 라고 생각하겠죠??? ㅎㅎ 애증의 임상...
응원 감사합니다.

한 가지 역할만으로도 힘듦을 넘어 사람 잡는다 소리 나올 법 한데 두 가지를 척척 해내시는 게 대단하다 싶으면서 걱정도 되네요~리자님도 일을 그냥 두고 못 보는 성격인 것 같아서요! 가끔은 요령도 좀 피우세요~ ^^
저도 1호 때는 키즈폰으로 해보고 2호 학교 가면서 고민했었는데 2g폰으로 갔어요. 엄마 아빠 맘 편하려고요 ㅎ
제 혈관은 음... 예전에 어느 간호사님이 신졸분들을 위한 환상의 혈관이라고 ㅋㅋ

오~ 환상의 혈관.. 환영하지만.. 병원은 안오시는게 좋겠죵? ㅎㅎ

병원일은 요령을 피우면 사고가 나니 집에와서 요령을 피웁니다.. 저녁은 시켜 먹는다거나... 저녁은 신랑을 시켜먹는다거나... ㅋㅋ다 신랑의 내조 덕분이죠. ㅎㅎ

신랑님 군대 내조도 다 하셨는데 그 정도는 받으셔야죠 ㅎㅎ
다행히 제 혈관은 아직 헌혈이나 정기검진용입니다~ ㅋ

리스팀 합니다. 제친구 생각 나네요.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ㅠㅠ

어머~ 회장님 오래간만이예용~
법조계분이 의료계쪽의 친구가 많으신가봐용?!?
리스팀 감사해요.

묘~하게 병원 사람들과 인연이 많네욬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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