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 마을의 하루 -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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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은 다시금 세계수 지하로 들어왔다. 혼란 속에서도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확인해야만 하는 필요가 있었다.
웨인이 마녀의 목걸이가 봉인된 방 입구에 도착했을 때, 그는 방 안에 설치되어 있는 끈이 위로 늘어뜨려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방 안은 아마 거꾸로일 것이다. 웨인은 손에 들고 있던 검은 막대를 꺼내 안쪽 벽의 아랫쪽에 꽂았다. 벽 아랫쪽에는 딱 그에 맞는 크기의 구멍이 있었다. 웨인이 막대를 죽죽 당기자, 막대는 점점 길어졌다. 막대가 맞은 편 벽에 닿았고, 웨인은 조금씩 움직여서 막대를 맞은 편 벽의 구멍에 맞춰 꽂았다.
웨인은 쭈그리고 앉아 막대를 꽉 잡은 채로, 조금씩 방 안으로 들어섰다. 어느 순간, 쭈그리고 앉았던 웨인의 머리가 위로 확 들어올려지며, 웨인은 막대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웨인의 머리 윗쪽에서, 즉 천장-아래 쪽에서 만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되돌리는 게 그 방법 밖에 안 됩니까?”
“그래.”
웨인은 만싸를 바라보지 않은 채, 막대에 매달린 채 몸을 움직여, 맞은편 벽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벽 가까운 곳에 도착하자, 만싸를 향해 말했다.
“준비해라.”
“에휴.”
만싸는 엉덩이를 탁탁 털고 일어서서는, 몸을 숙여 준비했다. 아까 전에 있었던 일의 반복이었다. 웨인은 벽의 어느 부분을 눌렀고, 만싸는 타이밍을 맞춰 뛰어올랐다. 만싸의 몸이 상당한 높이까지 올라갔고, 만싸가 천장-바닥 가까이에 도착할 때 쯤 중력이 완전히 뒤집히며 만싸는 바닥에 떨어졌다.
“우왓!”
“…뭐, 잘 동작하긴 한 것 같군.”
웨인은 막대를 챙겨 넣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녀의 물건이 들어있었던 세계수는 뻥 뚫려 있었다. 웨인이 설명을 바라는 시선으로 만싸를 돌아보자, 만싸는 대충 설명해주었다.
—–
만싸는 겨우 몸을 일으켰다. 상황은 결국 “한결이 나무 위에서 뛰어내려 아랫쪽에 있는 만싸를 덮친” 것과 같은 형태가 되어버렸다. ‘그냥 낙엽을 깔고 밧줄 올가미를 만들든가!’ 라는 의미를 담은 욕이 목구멍 근처까지 나왔지만, 지금 그걸 외쳐봐야 웨인은 들을 수 없다. 만싸는 자신이 부딪혀서 바닥-천장-을 구르게 된 것 이상의 피해를 한결이 받았기를 기대하면서, 도끼를 뽑아들고 고개를 돌려 한결을 찾았다. 한결은 만싸와 부딪힌 뒤에 좀 더 굴러간 모양인지, 마녀의 물건이 있는 반대쪽 벽 근처까지 가 있었다. 만싸는 잠시 그를 지켜보았으나 한결은 엎드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만싸는 도끼를 손에 든 채로, 천천히 걸어서 한결에게 다가갔다. 바닥-천장-이 빛나는 상황에서 걷는 것은 꽤 이상한 느낌이었다.
가능하다면 여기서 한결이 움직이지 못하는 편이 나았다. 그럼에도 만싸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가능하다면 밧줄을 마련해서 한결을 묶어두면 좋을 텐데, 정작 여기엔 딱히 밧줄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위 아래를 뒤집는 장치가 방 안쪽에 있다면, 틀림없이 그 장치를 발동한 뒤에는 발동한 사람조차 방 안에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정상이다. 즉, 천장 가까이에 위 아래를 다시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장치가 하나 더 있을 텐데, 웨인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만싸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마땅히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꾸로 말하면, 이 안에서는 한결도 아무것도 못한다는 말이 된다. 즉, 어쨌거나 현재 상태는 긍정적이다.
“괜찮으세요?”
머리 윗쪽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싸는 누군가 입구 쪽에서 자신의 곤경을 발견해준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쁘게 고개를 들어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입구 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의아하게 생각한 만싸가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니, 천장에 한 소녀가 서 있었다.
만싸는 순간 소름이 확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천장에 서 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보였다. 마치 유령을 보는 듯 했다. 바로 옆에 있는 끈이 아래로 늘어뜨려져 있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이 그녀는 천장에 붙어 서 있었…
그제서야 만싸는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천장이고 그녀가 서 있는 쪽이 바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한 판단이 겨우 그의 소름을 가라앉혔지만, 다만 거기까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거꾸로인 이 공간에서 그녀 혼자 똑바르게 서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상하게 바라보는 만싸와 마찬가지로 그녀 또한 이상하게 만싸를 바라보다가, 옆에 쓰러져 있는 한결을 바라보고 깜짝 놀라서 외쳤다.
“한결!”
——
“…그러니까, 마녀에겐 이 장치가 효과가 없었다는 거군.”
“그랬죠. 덕분에 마녀는 한결만 데리고 홀랑 나가버렸습니다.”
만싸는 바닥이 어색한지 발로 바닥을 툭툭 치면서 위와 아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웨인은 이 방에 설치한 “거꾸로” 장치에 대한 기억을 되새겼다. 틀림없이 에트나가 이것을 설계했다.
원래 웨인의 계획은 이 저 물건에 가까운 “부분”에 한해서만 “거꾸로”가 일어나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에트나는 그러한 식의 세부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우며, 따라서 이 방 자체에 대한 동작 구조를 꾸미는 것이 훨씬 유지가 용이하다고 조언했다. 웨인이 그에 따른 것일 뿐이다. 그러나, 어째서 “마녀에게만”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거꾸로 말하면, 만약 마녀가 깨어났을 때 이 공간이 뒤집혀진다면 마녀는 그대로 천장으로 추락한다.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이 공간 자체를 봉해버리면 마녀는 여기서 다시 벗어날 수 없다. 웨인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도중에, 만싸는 “이제 마음껏 들어가도 아무 상관이 없어진” 마녀의 물건이 있던 공간에 들어가서, 벽 안쪽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거기엔 세계수의 줄기의 한편이 도끼로 찍어낸 듯 파여 있었고, 그 안쪽에 남겨진 검은 마녀의 흔적만이 예전에 그 곳에 마녀의 물건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예전부터 궁금하던 건데, 땅을 이렇게 파 들어왔는데도 왜 세계수 뿌리는 보이지도 않습니까?”
“…….”
세계수 뿌리. 웨인이 아버지와 함께 찾던 것도 사실은 그것이었다. 세계수는 많이 있다. 하지만 몇몇 세계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만약 세계수를 다른 곳에 “옮겨 심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마물들의 공격에 대항하는 좋은 방어막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웨인이 발견한 마녀의 목걸이에 의해 웨인의 아버지만이 희생되었다. 그 뒤에야 나타난 에트나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었다. 마녀의 목걸이의 힘과 그 정체. 웨인의 연구는 멈췄고, 그 대신 우선 마녀의 목걸이에 더 이상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연구를 먼저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때에 웨인은 마녀의 힘이 흐르는 방향을 측정해본 적이 있다. 그것은 마치 강처럼 세계수를 타고 뿌리 쪽으로 흘러가, 남쪽을 향해 이동했다. 세계수를 타고 이동한다면 아마 세계수 수맥을 타고 흘러가서?
“……!”
웨인은 멈췄다. 세계수 수맥이 남쪽으로 흘러간다면 세계수는 남쪽을 향해 계속 이어져 있다는 의미이다. 뿌리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수 줄기나 마찬가지다.
“…자세한 것은 에트나에게 물어봐라. 난 마녀를 찾아가 봐야겠다.”
“…네?”
만싸의 반응에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웨인은 바로 방을 빠져나가 자신의 짐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마녀는 무방비로 버려져 있는 만싸를 그대로 둔 채, 한결만을 데리고 방을 빠져나갔다. 그러면서도 이 지하 구조물 내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빠져나갈 때 까지 밍기적거렸다. 웨인은 마녀가 “검은 안개”를 펼쳐 사람들을 자신의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 것을 되새겼다. 그 거리는 아마도 마녀의 목걸이의 효과 범위에 가까울 것이다. 에트나가 눈 앞에 있었지만 마녀는 에트나를 봉인하지도 죽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하루츠에게 걸린 저주를 풀어주기만 했을 뿐이다.
그것은 에트나가 다른 요정들에게 마녀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근거인, 마녀의 수많은 악행과 살생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웨인은 마녀의 마지막 말을, “내가 할 일을 하겠어” 를 되새겼다. 그것은 “하고 싶은 일”과는 다르다. “해야 할 일”이 더 옳다. 그렇다면 왜 에트나에게의 복수와 같은 너무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무시하고 지나쳤을까?
모든 해답은 마녀가 갖고 있을 것이다.
——-
“만싸!”
만싸가 세계수 지하에서 빠져나왔을 때 처음으로 마주친 것은 하루츠였다. 그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만싸는 그의 귀가 조금 더 길어졌음을 깨달았다.
“너, 귀가…”
“…요정이 되었지.”
하루츠는 싱긋이 웃으며 칼을 내밀었다. 만싸는 조금 멋적은 표졍으로 그 칼을 받았다. 그러나 만싸에게 칼을 건네자 마자, 하루츠는 번개같이 달려들어 만싸의 목을 졸랐다.
“너 이 자식 날 속였겠다!”
“왁! 쿱! 켁!”
거의 기절할 때 쯤이 되어서야 하루츠는 만싸를 놓아주었다. 만싸는 거의 기절하기 직전이 되어서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는 천천히 말했다.
“…너, 큐에 이어서 나까지 죽일 셈이냐..”
“…형 안 죽었다.”
큐는 애나의 부축을 받고 나타났다. 하루츠가 큐를 미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으나, 큐는 하루츠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루츠는 억지로 입을 열어 사과의 말을 꺼내려 했다.
“…큐?”
“내가 정할 때에 다섯 번 오빠라고 부를 것.”
하루츠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별 수 없이 대답을 했다.
“그리고 내가 지정한 옷을 입을 것.”
“알았ㄷ…뭐?”
큐는 당연하지 않느냐는 눈빛으로 하루츠를 바라보았다.
“형은 남장하고 있는 녀석에게 오빠 소리 들을 만큼 한가한 몸이 아니다.”
“잠깐만!”
“잠깐, 잠깐. 하루츠. 진정해.”
만싸가 급히 하루츠를 말렸다. 하루츠가 다급히 만싸를 바라보았다. 만싸는 진지하게 말했다.
“나도 네 대답 들었어. ‘알았다’라고.”
“야!”
“형은 너의 사과를 받아들인다.”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