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 마을의 하루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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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없다! 이 목걸이가 가짜일 리가 없어!”
매력은 상대의 가슴에 단검을 꽂아넣었다. 그 녀석은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매력은 그의 몸 위에 올라타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몸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더 이상 그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그의 몸에 그녀가 스무 번 넘게 단검을 찔러넣은 뒤였다. 매력은 떨리는 손으로 그의 목에서 검은 목걸이를 떼어 내었다.
매력은 그제서야 다급하게, 참았던 숨을 헐떡였다. 이 저주받은 목걸이로 인해 수 많은 요정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 겨우 그것이 끝났다.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단검에서는, 그 저주받은 물건의 과거 주인의 몸에서 새어나오는 피가 묻어 번들거렸다. 이제 매력은 목걸이에 의해 고통받는 요정들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많은 요정들이, 그리고 요정의 친구들이 동료 요정들을 노리개로서의 삶에서 구해내기 위해 이 목걸이의 주인을 해치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결국 성공한 것은 매력이 처음이었다.
검은 목걸이는 완벽한 방어막이었다. 검은 목걸이는 반경 몇 미터 이내에 일정 크기 이상의 첫 번째 생명체가 존재할 경우, 그 이후에 들어오는 다른 모든 생명체를 소멸시킨다. 또한 기본적으로 모든 외부의 물리적 공격을 방어한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을 만들어낸 사람이 드러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사람조차 이 목걸이에 희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매력은 목걸이를 착용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우선 그녀는 요정들이 헛된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녀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물건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매력은 우선 오빠인 에트나에게 그 물건을 가져가기로 했다.
에트나는 지금까지 이 목걸이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멈춘 적이 없었다. 수많은 작전들이 실패했고, 수많은 요정들이 목걸이의 힘에 희생되었다. 그리고 매력은 오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법을 이용해 혼자서 작전을 성공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녀의 아이디어는 의외로 간단했다. 검은 목걸이는 생명체를 소멸시킨다. 거꾸로 말하면, 생명체가 아닌 존재가 의지를 갖고 물건의 주인을 살해할 수는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매력은, 자기 자신에게서 생명력을 일시적으로 빼앗는 주문을 생각해 내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테스트할 수 없고, 심지어 성공한 뒤에도 돌아오는 것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매력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실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매력은 “숨을 참는 수 초 동안은 생명체가 아닐 수 있게 되는” 마법을 운 좋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존재했다. 그 마법을 사용한 뒤 수 초 이내에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안된다. 시간이 너무 지나면 마법은 그 존재를 정말로 죽여버리게 되고, 그렇지 않다면 생명체로 돌아오게 되어 마찬가지로 목걸이의 힘에 의해 소멸된다. 절벽 위에서 벌이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마찬가지였다. 매력은 그 마법을 이용해 상대에게 다가갈 수는 있어도, 상대가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선다면 절대로 상대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숨을 참으면서 상대를 최단시간 내에 죽일 수 있는 방법. 게다가 상대는 왕국의 공작이며, 수많은 요정들의 공격 위협을 받아온 존재. 당연하지만 그러한 공격에 쉽게 당할리가 없었다. 매력은 결국 그의 성적 취향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요정들의 공격과 위협에 대한 반감으로 자기 취향의 요정을 성적 노리개로 이용했다. 커다란 지하 방 한 가운데에 놓인 침대 위에 알몸의 요정을 묶어둔다. 그리고 목걸이를 풀고서 그녀를 성적으로 학대한다. 충분히 만족을 얻게 되면, 목걸이를 착용하고서 단검을 그녀에게 던져준다. 그리고 그녀가 사지를 풀고 도망다니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천천히 따라가는 것이다. 죽음의 위협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요정을 다만 가만히 따라가서, 거리가 가까워지면, 목걸이는 그녀를 소멸시킨다.
그에겐 그만한 쾌감을 주는 유희가 없었다. 성적인 만족감도 그렇지만, 자신을 죽이려고 언제 어디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요정들을 하나씩 하나씩 소멸시켜가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힘들게 만든 요정들에 대한 복수의 일환이었다.
실질적으로 그에게는 더 이상, “다가올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귀족으로서 살아오던 그에게 있어서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삶이란 고단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옷을 입는 것도 스스로 해야 한다. 옷을 입혀주는 시종이 배신하기 직전에 잡힌 일이 있었으니까. 아파도 의사의 진찰을 받을 수 없다. 의사도 믿을 수 없으니까. 물을 가져다 주는 것이나, 식사를 할 때에도 모두 결국 자신의 손이 아니면 안 된다. 목걸이가 가져다주는 권력과 힘은 그에게서 귀족으로서의 편리를 모두 빼앗아갔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목걸이가 빼앗아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목걸이에 저항하려고 하는 요정들이 멋대로 벌인 일”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는 요정들을 학대하고, 잡아들이고, 노리개로 쓰고, 마음껏 부리고, 내키는 대로 해치웠다.
매력은 의도적으로 그에게 잡혀갔다. 지하실에 잡혀가 성적인 학대를 견뎌냈다. 그리고 그가 목걸이를 착용하고 자신에게 단검을 넘겨줬을 때, 그녀는 목걸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얘기를 그에게 들려주었다. 그는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그에게 “다가온” 그녀가 소멸하지 않는 것을 보고 경악에 차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죽음. 그녀의 필사적인 손이 그의 생명을 다만 수 초 이내에 빼앗아갔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대신 죽었을 것이다. 힘으로도 그에게 이길 수 없을 뿐더러, 목걸이가 자신을 “생명”으로 인지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소멸하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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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러한 무모한 선택과 과감한 노력으로 결국 목걸이를 빼앗아 온 그녀는 도리어 마녀로 몰리게 되었다.
목걸이는 생각보다 컨트롤이 어려웠다. 목걸이의 허용 범위라고 하는 것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수십, 수백의 사람들을 해치웠다. 당연한 일이었다. 우선 그 건물에서 벗어나는 동안 마주쳤던 대부분의 경비원들이 소멸했다. 당황한 그녀는 건물을 벗어나 골목으로 도망쳤다.
그녀의 다급함과 성급함은 문제를 더 키웠다. 헐레벌떡 뛰어나온 그녀를 발견하고 자신이 팔고 있던 꽃을 내밀던 소녀가 사라졌다. 그 소녀가 팔던 꽃에 -아니면 그 소녀에게- 관심을 보이던 소년이 사라졌다. 꽃집 소녀가 사라진 것에 의아해하던 옆집 과일 가게 아주머니가 사라졌고, 아주머니와 사소한 말다툼을 하다가 아주머니의 대답이 없자 의아해하며 달려나왔던 아저씨가 사라졌다. 맞은 편 길목에 있던 사람들과, 그 사람이 눈 앞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에 놀라 다가오던 사람들까지 모두가 사라졌다.
고통과 비명과 공포가 없는 위험은 더욱 위험했다. 목걸이가 소멸시키는 사람들은 즉각적으로 사라진다. 그 결과로, 실제로 눈 앞에서 사람들이 계속 사라져감에도 불구하고 매력을 피해 도망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만, 몇몇 사람만이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나머지 사람들은 심지어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 조차도 눈치채지 못했다.
매력이 마지막으로 그 도시의 한 쪽 관문을 벗어났을 때, 그 관문은 거의 완전히 텅 비어버렸다. 관문을 지키던 사람들도, 관문에 서서 들어가길 기다리던 사람들도 모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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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행위는 모두 그녀가 저지른 일로 바뀌었다. 그녀는 함정과 덫, 음모와 배신, 독과 사고에 휘말리게 되었다. 목걸이를 버릴 수는 없었다. 누군가가 그것을 이용할지도 모르니까. 목걸이는 저주였다. 그녀는 그것을 에트나에게 가지고 가는 것 만을 생각하면서, 그녀를 습격하다 사라지는 요정들에게 제발 그러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사라져가는 요정들과 함께 사라졌다.
매력은 에트나를 만나러 가는 동안에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법을 만들었다. 기존의 자신의 마법을 다양하게 바꿔낸 것이다. 범위형, 대상형으로 변형시킨 마법을 실험하던 과정에서 몇 가지 묘한 차이점이 발생했다.
죽음은 생명에게 있어서 삶의 증거였다. 그녀는 죽어버린 생명에게 그 마법을 걸게 되면, 살아있었던 것처럼 움직이게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죽은 생명은 죽은 생명이므로 숨을 쉬지 않았고, 또한 이미 죽었기 때문에 다시 죽지도 않았다. 즉, 그녀의 마법에 걸린 죽은 생명은 죽은 채로 움직이게 되었다. 그리고 살아있는 존재에게 악의를 품고 덤벼들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왜인지 그 “죽은 생명체”들에게 어느 정도의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 차악에 가까웠다. 자신에게 무모하게 덤벼든 생명은 소멸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덤벼들지 못한다면 차라리 그것이 더 나았다. 다치고 도망치는 것이, 부상을 입고 다음을 노리는 것이 더 낫다. 에트나를 만나면 이 모든 미친 짓들을 끝낼 수 있다.
마지막 순간, 세계수 마을에서 에트나를 마주쳤을 때 매력은 이 모든 일들이 이제는 끝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에트나는 그녀를 봉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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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은 에트나를 소멸시키고 싶지 않았다. 매력은 에트나에게 자신의 마법을 걸었지만, 에트나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매력은 별 수 없이 자기 자신에게 마법을 걸었다. 에트나가 먼저 목걸이의 영향력 아래에 있게 되면, 그 뒤엔 매력이 소멸하게 되더라도 에트나는 소멸하지 않는다. 그러나 에트나는 매력이 소멸하도록 두는 대신, 매력을 봉인했다.
매력은 목걸이 안에 봉인되었다. 봉인 전에 생명이 아니었던 그녀는 봉인이 풀리기 전까진 계속 그 상태 그대로 갇혀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매력은 자신이 세계수 내부에 있으며, 자신의 의지는 세계수를 타고 흐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녀는 세계수의 수맥을 타고 다니며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세계수는 나무였다. 거대한 나무. 생명력으로 넘쳐나는 나무였다.
그 나무는 너무 거대해서 그 껍질이 풍화하며 먼지가 되고 흙이 되었다. 그 위에 씨가 내리고 풀이 자라고 나무가 자라고 비가 내렸다. 꺾여진 큰 가지에는 흙이 쌓여 산이 되었다. 나무에 생긴 옹이에는 물이 고여 호수가 되었다. 나무에 생긴 흠집은 강이 되었다. 나무의 일부는 깨져 크게 파여 있었고, 그 부분에는 강에서 흘러들어온 물이 고여 바다가 되었다. 나무는 세계의 한 가운데에서 세계 그 자체를 이루고 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세계수는 정말로 세계수였다. 정확히는, 하나의 거대한 세계수의 아주 작은 곁가지였다. 그녀는 세계수의 작은 곁가지 중의 하나에 봉인되어 있었다.
그녀는 점점 더 멀리, 세계수의 뿌리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녀는 놀라운 것을 보게 되었다.
세계수는 뿌리가 없었다. 언제 어느 시점부터인지 모르지만, 세계수에는 뿌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세계수의 아랫쪽은 잘려 끊어져 있었고, 그 단면에는 검은 무언가가 잔뜩 드러붙어 있었다.
인간, 요정, 동물들.
죽은 그들은 흡수되어 세계수의 영양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매력은 그들이 도대체 어디서 오는지,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곳은 바다를 한참 지나야 나오는 “세상의 끝”과 같은 곳이니까.
그리고 매력은 그 수많은 사체들을 살펴보던 도중에,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자신에게 꽃을 내밀다가 사라진 소녀와, 그 소녀에게 관심을 보이던 소년과, 옆집 과일 가게 아주머니, 아저씨.
저주받은 목걸이는 생명을 소멸시키지 않았다.
그 대신, 그 생명을 세계수의 양분으로서 가져가고 있었다.
경악에 찬 매력에게,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엄청난 우연이었다. 수 많은 인간과 요정의 시체들 중에, 자신이 알고 있는, “요정의 세계로 돌아기로 결정하여 스스로 죽은” 요정 중 한 명의 모습이 있었다.
매력의 의지는 비명을 지르며 목걸이로 도망쳤다. 그 와중에 그녀의 봉인은 조금 약화되어 있었고, 그녀가 자신에게 걸었던 마법이 함께 새어나와 세계수를 타고 흘러갔다. 세계수에 있는 흠집에서 그녀가 자기자신에게 걸었던 마법이 샘솟았고, 그것은 거기에서 죽은 생명들을 오염시켰다. 그녀는 그것을 세계수 안에서 막고자 했지만, 그녀의 의지로서는 죽은 생명에서 탄생한 마물을 한 곳에 모여있게 만드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마물에게 섣불리 다가갔다가 죽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매력은 그들을 어떻게든 돕고자 했지만, 대개의 경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매력은 그런 경험들 중에, 우연히 한결을 마법으로 지켜낼 수 있었다. 매력은 한결에게 “마물에게서 보호받는 마법”을 가르쳐주었다. 일정 범위 내의 생명을 “살아있지 않은 것 처럼 보이게”하여 마물에게서 공격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한결은 매력을 구해내길 원했고, 그래서 그는 세계수 마을로 오게 되었다.
——
매력은 천천히 걸었다. 그러면서 찬찬히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그녀를 둘러싼 검은 안개가 생겨났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지만, 안개는 어느 정도의 범위를 잡고 나서는 딱히 더 넓게 퍼지지는 않았다. 한결은 안개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지만 더 멀리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웨인은 그 범위가 자신이 측정한 목걸이의 효과 범위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눈치채었다.
매력은 말했다.
“난 내가 할 일을 하겠어.”
매력은 손을 내밀고 주문을 외웠다. 하루츠는 자신에게 생명력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고, 자신에게 걸린 저주가 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마녀는 하루츠를 슬픈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살아. 죽지 마.”
매력은 하루츠에게 그 얘기를 남기고, 천천히 걸었다. 그 길에 있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 갈라져서 도망쳤고, 매력은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준 길을 따라 광장을 벗어나 마을을 떠났다. 그 뒤를 한결이 따랐다. 에트나는 하루츠를 붙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매력을 말리지도 않았다.
——
마녀가 돌아왔다.
요정들은 마녀를 해치우기 위해 별동대를 구성했다. 인간들도 가세했다. 세상에 퍼진 마녀의 악독한 마물들은 결국 마녀를 해치우지 않고서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마녀를 향해 적개심을 불태웠다.
그러나, 마녀는 아직까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