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오해/노자규

in #nojagyu6 years ago

아름다운 오해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https://m.blog.naver.com/q5949a/221352280846
아름다운 오해

마당 끝 감나무처럼 익어가는 일상 속에
그나마 치켜뜬 초승달을 지우려
구름만 오고 가니
달빛조차 없는 하루가
늘 빈병처럼 쌓여만 갔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교육비에
남편 장사도 늘 거기서 그 기라
늘어나는 건 한숨밖에 없답니다
거기에다
담낭에 물혹 제거 수술을 한 후
집에서 안정을 취하다 낙상까지 겹쳐
발목에 깁스를 하고 누워만 있어니
천장에 보이는 건 세월 따라
하나둘 사라져 간 것들을 대한
원망들뿐이었습니다

남편은 거래처 손님을 만난다며
요즘은 늘 늦게만 들오더니
하나 있는 직원까지 내 보낸 후
이젠 일요일에도
가게로 출근을 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제 마음엔
탓할 수 없는 바람만 불어왔습니다

“오늘 일요일인데
집 청소 좀 거들어주면 안 돼.... “

“밀린 작업 할게 많아.. 미안해 “라며
뒤통수만 보여주며
나가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아이들과 청소를 하다
가막득히 잊었던 기억하나를
떠올리고선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엄마,, 어마,,, 미안해
엄마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네

“그래서
딸보다 아들이 낫다고 그러는 거야”

“뭐 이때까지 한 공 없이
엄마 진짜 이럴 거야..”

“난 지금 바쁘니 나중에 통화하자”

엄마... 엄마 잠 깐 만이라고 소리쳐도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소리는
기계음뿐이었습니다

“울 엄마,
어디 숨겨둔 영감님 있는 거 아냐... “
혼자 중얼거리고 있을 때
울리는 전화 벨소리

“오빠 그렇잖아도 전화하려고 했어”
울 엄마 남자 친구 생긴 거 아니야.. “
엄마랑 같이 사는 오빠는 알 거 아냐 “

고인 물의 안부를 물어보듯
“차서방은”

“오빠 뭔 일 있어”

차서방 출근했지 이 시간에.. “

“면목이 없다 너한테..

“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

빈 바람 대문 두드리듯
알 수 없는 말만 남긴 채
하루는 저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빈등에 불을 켜놓은듯한
어둠은
밤과 나 사이에서 걸어나와
새벽 3시가
되어가도 남편은 들어오질 않습니다
조각난 시간들을 맞추어보곤
가게를 전화를 한 저는 대뜸
“낮엔 뭘 하고 밤에 일해“
말없이 듣고 있던 남편은
“당신 먼저 자“라는
한마디만
내뱉고는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밤늦게 까지
일하는 남편을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낮엔 뭐하고
밤에 일한다고 궁상을 떨며
아픈 저를 외면 하나 싶어
저는 날개 없이 허공을 가르는
구름이 된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무덥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차가운 바람으로 인사를 하는
오늘은
결혼을 앞둔 아들의 사돈댁과
상견례를 하는 자리입니다

식당에 먼저 도착한 저는
멀리서 장모님 손을 잡고 띄엄거리며
걸어오는 남편을 보며

“뭐해요 빨리 와요
사돈댁 벌써 기다리고 있단말 예요
엄마 어디 아파... 왜 잘못 걸어
그리고
운동화는 또 뭐야
이런 날은 구두를 신어야지,,,,엄마“

빙긋이 웃어 보이며 저를 지나쳐
남편과 걸어가는 엄마를 보니
못 다진
짐 하나를 보는 듯 애연하기만 합니다

구름따라 흐르는 저 달처럼
고비고비 넘겨오던 날들을 뒤로하고
초침 소리 쿵쾅거리는 마음으로

    • 병원 619호실로 오라는
      남편이 보내온 문자로 보고
      병원에 왔습니다

침실에 앉은 엄마는
뜨개질할 털실을 감고 남편은
털실 꾸러기를 양팔에 끼우고
실을 따라
이리저리 팔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따라오지도 않는 그림자를 쳐다보듯
“왜 엄마가 병원에 있어 “

엄마를 보며 흐느끼는 저의
손을 잡으며
그동안의 사정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오빠가 사업한다고 진 빚이 늘어나
집은 경매로 넘어가고
그 충격으로 쓰러지다 계단에서 굴러
너처럼 발목까지 부러져 꼼작 없이
병원신세를 지고 있었다는 말에

“그럼 오빠는 “

연락조차 되질 않는 오빠를 대신해
낮엔 병원으로 와서 엄마 간병을 하고
밤 늦게서야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에
전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병원비는 어떡해 “

주인에게 말해
가게 전세금을 월세로 돌리고
직원까지 줄인 비용으로
혼자 묵묵히 병원비를 대고 있었던 남편

“차서방이
너도 지금 간병 중이고
괜한 걱정 시킨다고
한사코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바람에
못했어,,,“

“니 아들 상견례 날에 가려고
차서방이 운동화를 싸와서
걷는 연습을 시켜줘서
그만큼이라도 걸을 수 있었던 거야 “

죄인의 자리가 그기인 듯
울고만 있던 저는
“당신... 나한테 먼저 말했어야지
왜 날 못된 딸로 만드냐고,,,

내 눈에서는 눈물이 나고
가슴은 왜 이리 저려오는지...
양철지붕 위
녹슨 못이 되어 기쁨인 듯 슬픔인 듯
모르는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 그래도 여보
엄마 아프신데
뜨개질하는 건 말리지 그랬어.. “

“차서방이
하루하루
세월과 헤어지는걸 안타까워하며
무료한
병원 생활로 지쳐가는 날 위해
바늘가 실을 사다 주더구나
너 다리 낫고 나면
아침 일찍 출근도 해야 하는데
새벽바람이 춥다며
목도리 하나 짜 달라고 부탁하면서... “

깃털을 세워도
지나는 바람 한점
막을 수 없었던 엄마에게
사랑 그대로의 사랑으로
몽돌이 될 때까지 무언으로 말하고
침묵으로 배려한 남편에게
만선의 기쁨을 매단 어부처럼 안기며
전 말했습니다

“고마워 여보
난 다음 생에도 당신 아내 할 거야 “

“하하 그래 또 결혼해 줄 테니
어머니 모시고 얼렁 집에 가자고,,“

저물녘 새들이 나는 하늘가를 건너
사위에 등에 업혀가는 엄마를
바라보는 섰던 나는
떠나는 노을이 안타까운 듯
제 눈가엔 어느새 붉은 석양이 들었습니다

멀어져 가는
남편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당신은 나의 하늘에
첫눈 같은 사랑인 거 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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