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하늘 아래 바다

in #nature6 years ago

어느 날엔가 산책을 하다가 새삼스럽게 큰 하늘과 마주했다.
요즘은 유치원 아이들의 그림이 조각하늘에 아파트 그림이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나는 아파트에 살면서도 집을 그리라고 하면 지붕에 굴뚝에 창문이 떠오른다. 세상이 예전과 많은 부분 달라졌다. 항상 하늘 아래 살고 있는데.., 나도 높은 아파트 사이로 조각 하늘을 보다가 어느 날 탁 트인 아주 큰 하늘과 마주하며 그 거대함과 새로움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늘이 이리 큰 존재였구나!
너무 큰 존재 앞에선 얼음이 된다. 옛날 어른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른다는 표현을 쓰셨는데 과히 큰 하늘의 존재를 느끼며 내 마음이 절로 숙여진다.

올해 첫 장마로 들어서며 하루는 세차고 시원하게 비가 쏟아지고 하루는 맑고 티없이 청명하게 개이고를 반복하며 세상이 깨끗이 씻기고 새 단장을 하는 기분이다. 하늘도 더 푸르고 맑아지는 듯하고 나뭇잎들은 반짝반짝 윤이 나며 구름의 움직임도 오랜만에 빠르고 바쁘다.
기온은 높아도 장마바람에 운동하기에 시원하다. 세찬 바람에도 흔들리는 나무는 춤을 추듯 유연하고 보이지 않는 뿌리는 더 깊게 뿌리내리리라. 세차게 휘몰아치는 바람에도 작은 풀들조차 끄떡없다. 연약한 듯 강한 풀들.

변화무쌍한 파란 하늘의 구름 덕에 해가 쨍했다 사라졌다 그림자를 드리웠다 사라졌다 하다 갑자기 세상이 어두워지고 순식간에 굵은 빗방울이 뚝! 뚝! 떨어진다. 얼른 잠시 아파트 정원의 한 켠에서 비를 피한다. 순식간에 세차게 비가 내리 퍼붓는다. 순식간에 오고가는 사람들도 사라지고, 풍경만이 남는다.
시원스럽게 내리는 비로 온 세상이 비로 젖어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내 앞에 크리스마스 트리같이 생긴 정원수 안에 참새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여가며 나처럼 비를 피하고 있다. 저 곳에 빛이 들면 얼마나 아늑하고 아름다울까.. 생각하며 갑작스런 비로 피신해 있는 참새들과 친구가 된 듯하다. 삼십분즘 지났을까.. 그칠 줄 모르고 더욱 새차지는 비바람에 참새들도 어디론가 떠나고, 나도 오랜만에 비를 맞아보기로 했다.

얼마나 높은 곳에서부터 떨어지는 물방울들 일까…
그 낙차를 상상하며 내 팔뚝에 내 이마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느껴본다.
차갑다. 생각보다 금방 옷이 젖지 않았지만, 집근처 오니 옷이 흠뻑 젖어있다.
아주 오랜만인거 같다. 비를 맞으며 걷는 일. 그리고 비에 흠뻑 젖어본게 새롭고 반갑다.

비오는 도로를 달리는 차소리들이 눈을 감자, 어디선가 밀려오는 파도소리..와 같다.
눈을 감자, 바닷가가 되고 큰 하늘아래 바다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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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는 비를 흠뻑 맞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일부러 비도 맞고 그랬는데 말이죠..
온 기운을 볼 수 있는 통로에.. 들을 수 있는 통로에 집중하기가 어려운데 그 일을 하셨네요~~
사색도 좋치만 장마에 비옷이나 우산 장만하셔야 겠어요. 감기가 좋아라 달라붙는 수가 있거든요 ㅎㅎ

저도 넘 오랫만에 비를 맞아봤어요^^ 비를 맞을 때는 낭만적이었는데... 집에오니 축축한 기분에 얼른 따끈한 물로 샤워한판했습니다. 맞아요 감기걸리기 딱이에요...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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