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엔 먹스팀 : 아재들의 입맛? 한점에 소주 석잔 : 대구 왕거미 식당 뭉티기 & 양지 오드레기

아재들의 입맛? 대구 왕거미 식당 뭉티기 & 양지 오드레기

대구하면 역시 육고기가 대표적인 먹거리죠. 도축 산업이 발달했던 대구의 특성상 막창이나 곱창등이 발달하기도 했지만, 아는 사람만 안다는 생고기 메뉴인 "뭉티기"라는 음식 또한 육식 대구의 지분 일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갓
도축한 소의 우둔살 부위를 신선할 때 썰어 내는 생고기 메뉴인데, 이게 나름 오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이 뭉티기 맛집으로는 대구 녹양구이 등 수십년 경력의 걸출한 지역 유명 식당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주당들은 자주 찾는 뭉티기 맛집 중 하나가 바로 "왕거미 식당"입니다.

이 집의 메뉴는 대표적으로 뭉티기와 양지 & 오드레기 구이인데 이 메뉴는 한가지만 맛보기엔 너무 아쉬운 메뉴들이기도 하죠. 방문하신다면 두 메뉴를 꼭 모두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뭉티기는 특유의 거친 마른 고추를 찧어 부스러뜨려 참기를 마늘에 버무린 양념장에 푹 찍어 먹으면 소주 안주로 이만한 녀석이 없을 정도입니다. 쫀득하면서도 구수한 감칠맛에 매콤 짜릿한 양념장이 어울리면 그냥 한 점에 소주 석잔은 털어 넣을 수 있을 정도죠.

양지 & 오드레기 구이는 차돌박이 구이에 소 혈관 부위인 오드레기 구이를 합쳐놓은 세트 구이인데, 이게 또 꽤나 별미입니다.

특히 연탄불에 직접 사장님이 구워내신 이 구이는 처음 받아들면 양이 적다 싶은데도 불구하고 기름지고 오독거리는 식감에 연탄불 향을 덧대면 소주잔을 부딪히느라 한접시를 쉬이 비워내기 힘들 정도입니다. 특히나 그득한 연탄불향은 오물거리며 씹는 동안 대구에서 또 유명한 북성로 연탄돼지석쇠구이를 떠올리게도 만들지만 돼지에 덧대진 불맛 보다 더 고급진 맛이 있어 한수 위란 생각이 들기도 하죠.

분면 아재 입맛의 메뉴이거늘 젊은 여성 손님 테이블도 꽤나 많습니다. 사실 인테리어는 30년 전 그대로인 수준일텐데, 가게의 42년 업력을 생각해보면 굳이 인테리어가 중요할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근래 백종원의 3대천왕 프로그램에서 이곳이 다뤄졌었죠. 유명 공중파 프로에서 다뤄진 만큼 사람들의 늘어선 줄 탓에 지금 기존 단골들은 볼멘소리를 하고 있고, 여기 사장어르신은 특히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방송 출연 이후 어마어마한 인파들로 인해 연세 있으신 이모님들이 일일이 테이블을 서빙하시기엔 너무 힘들어 보이시기도 하더군요. 좀 인파가 빠진 뒤 방문하시거나 방문하시더라도 서툰 서빙은 조금은 양해해주셔도 좋지 않나 싶습니다.

여튼 소주 좋아하는 주당들은 인생에서 한번은 꼭 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