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이유 #16] 올드한 느낌의 경양식집 분위기 "Room187" - 다 좋은데 치명적인 단점이...

일본식 돈까스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에도 저는 꿋꿋이 경양식 집 돈까쓰를 고집했었죠. 맛도 맛이지만 경양식 집 특유의 분위기도 참 좋아하기 때문인데요, 예컨대 흰색 레이스가 달린 컵받침이나, 체크무늬 테이블 보, 은색 식기구에 클래식한 커피잔 등이 그렇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왠지 촌스러워야 함! 뭐랄까, 마음이 따뜻해지는 촌스러움 있잖아요. 좋았던 호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촌스러움 있잖아요.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남대로98길 12-3

얼마 전 강남역에서 가볍게 맥주 한 잔 할 곳을 찾아 헤매다가, 올드한 느낌의 경양식집 분위기의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뭔가 가게 이름은 좀... 아닌것 같은 느낌인데 ㅎㅎ 들어가보니 왠걸.

컨셉 뚜렷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정통 경양식집 스타일은 아니지만(흰색 테이블보여야 하는데!), 체크무늬 테이블 보, 크리스마스 트리, 튤립모양 전등갓, 이정도면 합격입니다. ㅎㅎ 취향 뚜렷한 레고 덕후로써 디즈니캐슬은 썩 취향은 아니지만, 이런 가게에 저것보다 더 어울릴 게 또 있을까 싶긴 합니다.

위 사진은 가게 문 닫을때 나가면서 찍은거라 손님이 없는데, 들어갔을때는 만원이었어요. 젊은 커플도 있고, 여덟명 정도 규모 단체 손님도 있었습니다.

가게 입구부터 시작해서 안쪽 곳곳에 작은 소품들이 빈티지하고 예쁜게 많았습니다. 외국인 커플 빼고 우리 팀이 마지막 손님이어서 편하게 가게 곳곳의 소품들 구경을 했는데, 입구의 디즈니 캐슬도 그렇고 뒷편의 도날드덕 그림책도 그렇고, 사장님이 디즈니를 좋아하나봐요. 청년들이 영업하는듯 했습니다. 가게에서 일하는 분들 다 싹싹하고 훈남이었어요.

나왔다, 흰색 레이스 테이블매트! 그래그래, 이래야지. ㅎㅎ
그리고 "즐" 사이다. 귀여워...

식사 후에 가볍게 맥주 한 잔 하려고 들어갔던지라, 안주는 간단하게 스페인식 새우 요리와 치즈를 얹은 감자튀김을 시켰는데요... 이 집의 치명적인 단점은, 맛이 없다. 위에 적었듯이, 청년들이 힘을 합쳐서 운영하는 곳인것 같은데, 컨셉부터 서비스, 메뉴 구성까지 다 좋았으나, 극악의 난이도로 맛이 없습니다. 농담아니고, 감바스 알 아히요는 그 중 최악... 냉동새우 쓰는건 이해할 수 있지만, 고춧기름을 너무 부어서 무슨 맛인지 모르겠고, 마늘은 다 태워서 쪼그라든 게 몇 조각 들어있는 수준. 감자튀김은 그것보단 나았지만 치즈 품질은 안좋아보였고 감자는 눅눅했습니다. 안습요... ㅠㅠ 식사는 안먹어봤습니다만, 딱히 먹어보고 싶진 않네요.

하지만 분위기도 좋고 친구들과 대화도 즐거웠어요. ㅎㅎ 요리가 좋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맥주가 맛없기는 힘드니까요. 이야기를 안주삼아 잘 놀다 나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