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Review 90년대 아메리칸드림의 단면 ,빅 나이트

in #movie6 years ago (edited)

이 영화를 보게된 것은 최애 팟캐스트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을 듣다가 뜬금없이 전화연결된 김혜리 기자님의 음식 관련된 추천영화 중 하나가 바로 '빅 나이트'였던 것. 그렇게 흘러흘러 20년도 더 된 이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다. 96년이라하면 오래된 것 같지 않은데, 세어보니 22년전 영화라는 것이 새삼스럽다.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이탈리아의 두 형제는 미국으로 건너와 이탈리안 전문 식당을 열지만, 가게는 팔리만 날리고 그나마 온 몇 안되는 손님들은 생소한 음식과 맞지 않은 방식에 불만을 쏟아낸다. 당시로서는 유럽의 식문화가 빠르고 편한 것을 좋아하는 미국사람들에게는 낯설고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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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프리모는 뛰어난 셰프이지만 보수적이고 고집스럽다. 손님의 입맛에 맞게 이것저것을 바꾸는 것에 부정적이다. 그런 형의 모습과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동생 세콘도는 답답해하면서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가 성공한 이탈리안 식당 사장의 제안으로 파티를 준비하게 된다. 그는 유명한 재즈가수를 데려와 기사를 내고 소문이 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믿은 세콘도는 형을 설득하여 최고의 디너파티를 계획한다. 값비싼 재료들을 공수해 최고의 이탈리안 정통요리를 공들여 준비하며 마지막을 불태우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주변사람들을 모두 초대하고 기자까지 초청되어 모두가 재즈가수 '프리마'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지만, 그녀는 오지 않고 식사가 시작된다. 전체요리가 순서대로 나오고 맛을 본 손님들은 모두 하나같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 사람들의 흥이 오르고 파티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마지막 요리가 나올때까지도 프리마는 나타나지 않는다. 두 형제는 모든 것이 식당사장 파스칼의 거짓 약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파스칼은 그것이 두 형제를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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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무리는 담담하고 별것없는 아침을 맞이하는 것 뿐이다. 어떤 결론이나 그 다음을 보여주지 않은채 '빅나이트'를 치룬 형제의 다음날을 보여준다. 식당 부엌에서 오믈렛을 만들어 말없이 아침을 나눠먹는 형제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런 것이 90년대에 많은 이들이 꿈꿨던 아메리칸드림의 모습이었을까. 그 한 단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미국인들의 성향과 말투와 이탈리아 사람다운 두 형제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비춰지면서 당시의 상황을 그려내는 듯 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부분은 유럽영화같은 독특하고 묘한 분위기가 느껴지는가 하면, 어떤 부분은 정말 미국적인 느낌이다. 이제는 벌써 향수가 되어버린 90년대의 다양한 배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게 이렇게 레트로하게 느껴질일인가 하면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바탕 전쟁을 치룬 것 같은 밤 이후엔 어떤 나날들이 이어졌을까. 어떤 결론도 내지 않고 영화는 그저 '빅 나이트'에 집중해서 보여주고 관객에게 상상을 남겨두는 듯 했다. 두 형제는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갔을까. 아니면 그날이 계기가 되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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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글이네요 . 영화 한번 봐야겠습니다 ㅎㅎ 보팅 팔로우 하고갈게요. 맞팔해요~

감사합니다,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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