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넌 나고 난 너야
Call Me By Your Name (2017)
소설 <그해, 여름 손님> 을 원작으로 한, 아미 해머,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관람했습니다. 개봉 전부터 이탈리아 올 로케(?) 촬영과 강렬한 퀴어 코드로 이미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아카데미 및 다수의 독립영화 시상식 후보로 거론되면서도 거듭 화제가 되었는데요. 결국 아카데미에서 각색상을 받았네요.
- 1976년 이탈리아 북부, 고고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시골마을에 살고 있던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는 여름방학을 맞아 연구 보조로 방문한 '올리버(아미 해머)'에게 자신의 방을 내어주게 된다. '엘리오'는 잘생긴 외모에 재치까지 넘쳐 마을 사람들의 호감을 얻는 '올리버'가 왠지 거슬리면서도 싫지만은 않은데.
개인적으로 <소셜 네트워크> 때부터 팬이었던 아미 해머 때문에 예매하게 된 영화입니다만, 의외의 반짝거림에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던 영화였습니다. 로버트 시한과 트로이 시반을 정확히 반씩 섞은 듯한 '엘리오' 역의 티모시 샬라메 때문인데요. 여물다 못해 터져 흐르기 일보 직전의 사춘기 소년을 완벽히 소화해 냈습니다. 당분간 실명 대신 '엘리오'로 대중들 입에 오르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네요.
영화는 두 캐릭터의 매력에 상당 부분을 의지합니다. '한 여름 휴양지에서 만난 낯선 이'라는 보편적 로망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지만 서로 다른 섹시함으로 중무장한 두 주인공을 만나 긴장감을 확보할 수 있게 됐죠. 소년과 남성, 발칙함과 테스토스테론(?). 그 케미가 너무 강렬한 나머지 일반 관객으로서는 생소할지 모르는 남남커플임에도 불구하고 두 캐릭터가 서로에게 느꼈을 끌림에 적극적으로 설득 당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발끝이 저릿한 몰입감에 취해 관람하고 말았네요.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을 요약하자면 그저 '야하다'라는 말만 떠오릅니다(...). 이탈리아의 여름이라는 배경을 빌미 삼아 대부분의 인물들이 반나체 상태로 돌아다니기 때문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영화적 요소들이 열일(?)한 덕이 큽니다. 드라마틱한 피아노 선율은 평화로운 공간을 헤집어 놓다가도, 멜로신에서는 얄밉게 자취를 감추며 '부재' 그 자체로써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카메라의 초점 또한 스킨십의 호흡에 맞춰 풀렸다 또렷해지기를 반복하며 사랑의, 접촉의 감각을 극대화하고요.
이처럼 둘째가라면 서러울 에로틱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성장영화에 가깝습니다. 또한 분명한 퀴어 코드임에도, 영화는 한 사람에 대한 이끌림과 그 관계의 진행과정을 다룰 뿐 정체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죠.
엘리오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진 소년입니다. 어리고, 아름답고, 지적이며 언제나 이해심과 사랑이 넘쳐나는 주변인들에 둘러싸여있죠. 그렇게 매끄럽던 엘리오의 삶에, 자신보다 더 완벽해 보이는 올리버는 첫 어긋남으로 다가옵니다. 일부러 차갑게 굴다가도 어느새 그의 침대 맡을 어슬렁거리는, 한순간 미련과 모순의 영역에 발을 들인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한 구절처럼, 또래보다 성숙하다 자부하던 소년은 미숙한 감정에 어쩔 줄 몰라 합니다.
십 대 소년의 사랑은 욕지기가 올라올 만큼 벅찬 감정에도 그 끈을 놓지 못합니다. 달다 못해 쓴 순간도 삼켜내려 하죠. 하지만 성장의 순간은 언젠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사랑의 기억은 둘의 것이지만, 잊은 척 살아가야 하는 어른의 삶은 혼자 감내해야 합니다.
내내 타이트하게 달려오던 영화는 결말에서 다소 시시한 설명으로 감정선을 흐리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입을 빌린 장황한 교훈으로 갑자기 <굿 윌 헌팅>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거나, 마지막에 삽입되는 음악까지도 가사로써 설명적 역할에 뛰어들죠.
하지만 어찌 보면 모든 성장이나 사랑이 이런 모양새가 아닌가 싶습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던 상황이나 기분이 명확해져버리는 순간이 오죠. 그렇다고 해서 상대에게 부여한 이름을, 내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눈물은 단순히 이별 때문이 아니라, 다신 찾아오지 않을 열병에 대한 향수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엘리오는 참 운이 좋은 녀석입니다. 어떤 사랑들은, 또 이별들은 설명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데 말이죠. 삼 개 국어를 구사하는 아름다운 소년에게 이해심까지 넓은 부모라니, 다시 생각해보면 괘씸할 법도 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두 주인공 때문에 이미 마음이 녹아내린 건 어쩔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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