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과 신은 양립할 수 있는가’에 관한 명쾌한 이론

in #milan7 years ago (edited)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이 책은 대학 다닐 때 후배가 읽고서

'처음부터 끝까지 밑줄을 긋고 싶은 책'이라고 했던 책입니다.

저는 그런 책을 이제사 읽어보았습니다.

그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하여간 좋은 글귀가 많았습니다.

소련의 체코 침공을 배경으로 한 소설 같은데,

그 시대 배경을 알면 이 책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 1950년대 초 무고한 사람에게 사형선고가 요구했던 체코 검사가

실은 러시아 비밀경찰과 정부에 기만당했다고 해 두자.

그러나 그 기소가 허무맹랑하고, 피고가 결백했다는 것을 누구나 아는 지금,

검사가 자신의 마음만은 순수했다고 강변하며 가슴을 칠 수 있을까.

"나는 양심에 한 점의 가책도 없어.

난 몰랐단 말이야.

그렇다고 믿었어!
난 몰랐어!

그렇다고 믿었어."
라는 말 속에 돌이킬 수 없는 그의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닐까? ]

간첩을 조작해 낸 국정원 직원과 검사들의 심정은 어떨까.

[ 히틀러와 아인슈타인 사이나,

브레즈네프와 솔제니친 사이에는

차이점보다는 유사성이 훨씬 많았다.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한다면

그들 간에는 100만분의 1의 상이한 점과 99만9999의 유사한 점이 있다. ]

인간과 다른 유인원도 유전자가 99% 동일하다는데,

같은 인간끼리는 오죽할까.

[ 신학적 예비지식은 조금도 없었지만,

어린 나는 순간적으로 똥과 신은 양립할 수 없으며

또한 인간이 신의 모습을 본따 창조되었다는

기독교의 인류학적 근본 명제가 지닌 허약성을

일찌감치 깨달았던 것이다.

둘 중 하나다.

인간은 신의 모습에 따라 창조되었고

따라서 신도 창자를 지녔거나,

아니면 신은 창자를 지니지 않았고

인간도 신을 닮지 않았거나.

고대 그노시스파 사람들도 다섯 살 적의 나처럼 이를 분명하게 느꼈다.

이 저주받은 문제를 단칼에 해결하기 위해

2세기 그노시시파의 대스승 발랑텡은
"예수는 먹고 마시지만 절대 똥은 싸지 않는다."
라고 단언했다는 것이다. ]

아니면 신은 존재하지 않거나,

적어도 인간이 신을 창조하였거나.

[ 창세기에서 이미 신은 인간에게 동물 위에 군림할 권한을 주었으나,

그 권한이란 단지 빌려준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될 수 있다.

인간은 이 행성의 주인이 아니라

단지 경영인에 불과하고

어느 날엔가 경영 결산을 해야만 할 것이다. ]

.

경영 결산의 날이 머지 않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결산의 날,

지구는(신은) 인류를 해고할 것이다.

[ 결혼을 원하는 처녀는

자기도 전혀 모르는 것을 갈망하는 것이다.

명예를 추구하는 청년은 명예가 무엇인지 결코 모른다.

우리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항상 철저한 미지의 그 무엇이다. ]

우리는 모르기 때문에 알고자 한다.

그것이 아무 것도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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