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일기 #166
2024.11.12(화)
아내차에 부동액이 없다는 알람이 떠서 집에서 가까운 정비소를 찾았다. 아내는 2달 전쯤 엔진오일을 교체했다는데, 비용을 3천페소(원화 20만원)나 받고서는 부동액 잔량확인도 해주지 않았나보다. 정비소 직원에게 전체적으로 차량점검을 요청했다. 부동액도 채워주고, 와셔액도 넣어주고, 자동차 센서 에러확인도 해주었다. 다행이 엔진오일은 충분하단다. 점검비용을 물어보니 주고싶은 만큼 달라고 해서 난감했다. 200페소를 내밀었더니 고맙다며 돈을 받았다. 적당한 금액인지 아닌지 몰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통 이런 점검은 손님들이 얼마를 주는지를 물어봤더니, 부동액과 와셔액 넣은 것만 거의 800페소 정도 된다고 했다. 당황해서 돈을 더 줘야하느냐고 했더니 그럴필요 없단다. 정비소 직원의 행동과 대답이 상반되어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그냥 나왔다. 여기서 몇 년 살아본 경험에 비춰보면 지불한 돈이 부족했으면 아마 기분나쁜 티를 냈을 텐데, 그렇지 않을걸로 봐서 지불한 금액은 적당한 것 같다.
아무튼 아내와 나온김에 시간도 애매해서 아침겸 점심을 먹고 들어가려고 식당을 찾았다. 아내는 LOS TARASCOS라는 식당을 추천했는데, 최근에 먹어본 타코집인데, 먹고 나서 집에가면 다시 생각나는 맛이라고 했다. 게다가 가성비도 좋다고. 마침 정비소 근처라고 해서 그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멕시코에는 빠스또르 타코집이 많은데 중동의 레바논 이민자들이 멕시코로 들어오면서 케밥이 멕시코 타코문화와 합쳐진 퓨전음식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케밥하고 너무 비슷해서 중동식당인 줄 오해 했었다.
평일이 오전이라 그런지 식당안은 손님이 많지 않았다. 식당내부는 깔끔했고, 대형 티비가 몇대 설치되어 있는데, 트랜스포머 영화가 방영되고 있었다.
먼저, 먼저 주문한 코카콜라를 한모금 마시니 톡톡튀는 탄산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드디어 타코의 소스들과 함께 나온 빠스토르식 고기 500g, 빨간게 잘 익은 고기를 보니 어서 한입 먹어보고 싶어진다. 여기서 특이한 건 일반 타코집에서는 나오지 않는 파인애플이 나온다는 점이다. 파인애플이 타코와 잘 맞을까 궁금했다. 상큼한 맛을 위해서는 레몬만으로도 충분할텐데 달달한 파인애플이 과연 잘 맞을까?
궁금한 마음에 옥수수 또르띠야에 고기를 올리고 타코를 만들었다. 매콤한 빨간 소스를 보니 입에 침이 고인다. 타코를 한입 베어 물고 맛을 음미했다. 짭쪼롬한 빠스또르 고기의 맛, 고수가 잔뜩 들어간 토마토샐러드(삐꼬데 가요)의 신선하고 향긋한 맛, 양파의 맵고달콤한 맛, 그리고 매운 소스의 불맛! 마지막으로 그 화끈한 불맛을 달달하게 달래주는 파인애플 맛!! 파인애플 완전 안어울리는 것 같은 맛인데, 오묘하게 괜찮았다.
이번에는 파인애플을 먼저 넣고 그 위에 매운 소스를 뿌렸다. 오~ 이것도 나쁘지 않다. 오묘하다 오묘해!
또 다른 스타일로 맛을 봐도 파인애플은 짭쪼롬한 빠스토르식 타코와 완변한 조화를 이룬다.
맛있게 0.5kg 고기를 아내와 먹고 집에 왔다.
정말 그 맛이 다시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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