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투 운동, 거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미투 운동은 무엇인가?
사회적 권위를 갖고 있는 남성이 과거에 자신의 지위, 힘을 이용해서 성적 폭행을 저질렀다라고 고발하는 운동.
me too! 나도 당했어요! 라는 것이 이 운동의 상징이다.
한국에서는 정치인, 유명 연예인, 예술 분야에서 막강한 지위를 누리던 인물 등이 그 대상이 되었다. 내가 아는 인물로는 안희정, 이윤택, 조민기, 조재현, 김생민, 이윤택, 오달수 등이다.
이것은 미국의 문화라면 무조건 사랑하는 경향을 보이는 우리 국민들이 깊은 고민없이 시작한 것으로 그 의도는 천박하지만 그 의미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고결하다.
'과거에 파렴치한 죄를 지은 사람이 현재 높은 지위에서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 것은 부당하다.'
이 한 문장으로 미투운동의 본질적인 정신을 설명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은 '죄를 지은 사람'이지만 국내에서 미투운동의 초점은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에 집중된 느낌이다. 안희정은 유력한 정치인이며, 이윤택은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지만 연극계에서는 강한 힘을 갖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는 어느정도 자기분야에서 존경받아온 평범한 연예인이다. 만약 이들이 과거에 자기 힘을 이용해 여성에게 성적 폭행을 저질렀다면 이들이 대가를 치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뭔가 잘못 진행되고 있다.
나는 이 글에서 미투운동의 부정적인 면에 대해 얘기할 것이다. 그런 얘기를 하기에 앞서 본인 역시 평범한 한국의 남자이며 할머니 손에서 자랐으며 두명의 어머니를 갖고 있고 여동생이 있으며 사랑하는 연인을 가졌다는 것을 말해두겠다.
미투 운동이 나에게 안 좋은 느낌을 준 첫 이유는 죄의 불확실성이다.
미투 운동은 일단 대상으로 지목되면 대상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보통 가진 지위에서 내려오게 되며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되고 명예가 실추된다. 실제로 조민기는 자살을 선택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큰 공격인지 짐작인 간다. 이렇게 큰 사회의 공격을 받게 될 때는 무엇보다 먼저 죄의 입증이 우선되어야 한다. 미투운동의 특성상 오래된 일이기 때문에 과학적 입증이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람들의 증언에 기댈 수 밖에 없다. 본인이 죄를 인정한다면 별 문제없지만 인정하지 않았을때 그 시비를 가리는 것은 아주 난이도가 높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어낸 이야기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한 이야기였다'
라는 것을 근거로 대중은 비난을 쏟아냈다.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여기에 극단적인 여성인권주의자들과 인터넷 상에서 세력을 가진 저질 커뮤니티들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미투운동은 적어도 나에게는 실패한 운동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수많은 여성들이 성폭력에 고통받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게 만드는 가장 주요한 사람들은 거짓으로 남성을 고발하는 자들이다. 우리는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열 사람의 범죄자를 놓칠 각오를 하는 사법정신을 갖고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 나 역시 한 사람의 무고한 남성을 보호하기 위해 슬프지만 열사람의 미투 피해자들을 외면할 수 밖에 없다. 죄가 입증된 이들에겐 나 또한 엄중한 처벌을 원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간다면 나는 당연히 전면에서 그들을 변호하겠다. 우리는 모두 죄가 입증되기 전에는 비난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나에게 여성인권주의자들이란 강아지나 돌고래만 사랑하는 동물 복지가들과 같은 위치에 있다. 어떤 인권주의자들도 앞에 특정 집단이 붙지 않는다. 아동 복지, 장애인 복지, 노인 복지와 마찬가지로 여성 복지는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피부색, 종교, 가치관 때문에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면 여성의 차별은 이미 당연히 일어나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은 당연히 여성의 경우에만 차별당해선 안된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성별에 따른 차별이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 여성인권주의자들은 거의 언제나 '여성만 차별당하고 있고 여성만 보호받아야 한다'라고 외치는 사람들로 여겨진다. 우리가 돼지, 소, 양, 거미, 딱정벌레 역시 생명으로서 존중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성 역시 차별당해선 안되며 보호받아야 한다.
미투운동은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
만약 과거에 파렴치한 잘못을 저지른 남성이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사건의 앞뒤를 파악하지 않고 무조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의 편에 서서 가해자를 공격한 행위 역시 반드시 처벌 받아야 한다. 생각없이 누르는 공감, 좋아요, 악의적 댓글이 가해자로 오해받고 있을 뿐인 사람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생각해야한다. 그리고 책임져야 한다.
얼마전 수지라는 한국의 아이돌 출신 여자 연예인이 한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에 공감하고 그에 관한 소신이 담긴 글을 SNS에 올렸다. 그 글은 한 스튜디오에서 한 명의 여성에게 여러 남성이 성추행한 사건에 대한 고발이었다. 그런데 그 글에 언급된 스튜디오는 무고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람들은 수지를 비난했다. 이것은 무책임한 짓이다. 우리는 유명 연예인을 따라 생각없이 국민 청원에 동의한 수십만명의 사람을 비난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이러한 멍청한 짓을 하지 않도록 반성해야 한다. 생각없이 동의한 수십만명의 사람에게 확실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비난해선 안된다고 말하지 않은 그 외 나머지 국민 모두를 비난해야한다. 그리고 가해자로 지목된 스튜디오에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은 일부 사람들에 대해 처벌해야한다. 이것이 바로 정의다. 이런 과정이 있고 나서야, 우리는 본질로 돌아가 성추행 당한 여성에 대한 사건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미투 운동을 본인이 지지한다면 반드시 가져야한 고민이자 책임감이다.
그리고 미투 운동은 양심적인 성폭력범을 제외하면 처벌하기 어렵다. 시간이 많이 지난 뒤이기 때문에 죄를 입증하기 어려워서이다. 결국 미투운동은 성추행, 폭행을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범죄가 벌어졌을 때 빠르게 신고하고 증거를 확보해 범죄자를 처벌하도록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는 운동으로 발전할 수 밖에 없다. 과거에 잘못을 저질럿지만 현재에는 바른 삶을 살아가고 있던 사람은 크게 벌받고, 과거에 잘못을 저질렀고 현재도 반성하지 않고 죄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그냥 넘어가고, 무고한 사람은 억울하게 대중의 손가락질을 받는 현재의 미투운동은 안타깝지만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