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멜랑콜리아>steemCreated with Sketch.

in #melancolia6 years ago (edited)

<멜랑콜리아>(라스 폰 트리에,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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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 덴마크 , 독일에서 합작으로 제작되었다. 유럽 영화들은 대개 티브이 채널을 공유하면서 -아르테는 독일, 프랑스 공동 채널- 공통 합작으로 영화를 만든다. 이들은 동아시아 국가들보다 교류가 활발하다. 어쨌든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라스 폰 트리에의 이 영화는 2009년 개봉 당시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었다. <안티 크리스트> 이후 2년만에 선보이는 이 영화는 폰 트리에의 문제작 대열에 끼기에는 표현과 설정 등이 완곡한 편이다. 스토리텔링보다 상징과 은유를 통해서 이미지에서 극단적인 설정을 완화하고 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다. 지구멸망을 극단적인 묘사, 공포, 불안이 혼재하는 미스터리로 그린다. 또 하나의 작가주의 영화의 쉐되브르(명작)다.
도그마 영화의 수장으로서 감독은 덴마크 출신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포스에는 못 미치더라도, 세계에 추종하는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지금은 아무래도 약해졌지만 말이다. 이 영화를 만들 당시까지 공백없이 영화들을 속속 선보였었다. 저스틴(커스틴 던스트)과 마이클(키퍼 셔덜랜드)이 결혼식 장소로 가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이들의 마냥 행복해 보이는 모습은 핸드 핼드 카메라의 거친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결혼식은 언니 클레르(샤를롯뜨 갱스부르)가 기다리고 있는 성에서 열릴 예정이다. 자동차는 숲속에서 길을 잃게 되고 클레르와 가족, 하객들 모두를 기다리게 한다. 헌신적인 클레르의 도움으로 결혼식은 축복 속에서 순조롭게 진행된다. 문제는 신부 어머니의 이상 행동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하객들과 둘러앉은 테이블에서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해 비관적인 말들을 쏟아 놓는다. 결혼이 자신에게 가져다 준 구속을 원망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신부 아버지도 괴팍한 행동을 한다. 테이블 위 스푼들을 양복 주머니 속에 숨긴 다음 서버에게 스푼을 가져다 달라고 한다. 부모들에 이어서 결혼식 내내 역할에 충실했던 신부도 일탈행동을 한다. 클레르에게 가슴을 갑갑하게 조이는 웨딩 드레스가 숨막히다고 말한다. 웨딩 드레스를 입은 채 숲속을 걸어 가는데 수풀들이 드레스에 달라 붙어서 걷기조차 힘들었다고 전날 꾼 꿈 이야기를 한다. 다음 장면에서 그녀는 히스테리를 부린다. 식장에서 도망쳐 나와서 숲으로 걸어 들어간다. 케익을 자를 순간, 신부가 자리를 비우자 형부인 존이 클레르를 찾아 나선다. 그녀를 찾는 존과 욕조안에서 허우적대는 저스틴의 모습이 대비된다. 한편 마이클은 하객 가운데 직장상사와 다툰다. 당황한 손님들이 서둘러 저택을 떠나고 나서 마이클마저 어디론가 떠나 버린다.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클레르는 혼란스러워다. 정신이 혼미해진 저스틴은 탈진한다. 그녀는 언니의 친절한 보살핌을 받으며 성에서 함께 지낸다.
두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첫번째 챕터 제목은“Justine(저스틴)"이라는 제목이다. 내용은 저스틴이 자신의 결혼식을 이유없이 망치는 상황이다. 두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은 "Claire(클레르)"다. 후반부에는 거부할 수 없는 재앙이 지구로 다가온다. 멜랑콜리아 행성과의 충돌.두 자매들이 종말의 운명을 맞이하는 태도에는 차이가 있다. 멜랑콜리아의 도래는 클레르의 남편 존이 천체 망원경을 통해 가장 먼저 관찰한다. 존은 불길한 기운을 가져다주는 별이 지나쳐갈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하고 클레르에게 말한다. 존의 말에 안심하며 정원에서 잠이든다. 문득 깨어난 그녀는 불안에 휩싸이고 서둘러 망원경을 들여다 본다. 행성이 무척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이어서 마굿간에 숨져있는 존을 발견하고 나서 클레르는 피할 수 없는 종말의 시간이 다가옴을 깨닫는다. 필사적으로 살기 위해 도망쳐보지만 소용없다. 말의 고삐를 풀어주고 어린 아들을 차에 태우고 도망치지만 가던 도중 차가 고장난다. 그녀는 골프용 이동차를 타고서 필사적으로 도망쳐 보려 하지만 우박이 내리고 어쩔 수 없이 성으로 되돌아 오고 만다. 성에서 언니를 바라보는 저스틴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이미 멜랑콜리아의 마력에 지배당한 걸까? 별이 다가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는 그녀는 침착하게 운명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 앞서 그녀가 행성이 내뿜는 광기에 매혹당한 듯 보이는 장면이 이미 그녀의 미친 혹은 체념한 상태를 예견한 바 있다.

폰 트리에는 영화의 시작부터 저스틴과 클레르, 가족들, 결혼식 하객들의 모습을 핸드 핼드 카메라로 시점으로 보여 주었다. 프레임은 계속 흔들리고 공간을 유동적으로 이동하는 카메라 무브먼트는 혼란을 가중하고 관객이 점점 서스펜스로 밀어 넣는다.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두 자매가 살고 있는 거대한 성은 인적이 끊긴 곳으로 전락한다. 대표작 <도그빌>에서의 인간들이 가진 서로에 대한 불신과 증오, 집단 이기심은 연극무대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극도의 경계심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멜랑콜리아>에서 지구를 꼭닮은 멜랑콜리아의 충돌은 마찬가지로 극적 긴장감을 만들기 위한 장치다.
2009년 칸느 영화제에서의 발언은 기자단의 반감을 샀고 그의 영화 세계는 이후 크게 위축된다. 이 영화에서 사실상 폰 트리에 감독만의 영화세계는 정점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감독의 이력을 보면 이전부터 깐느 영화제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를 위대한 시네아스트로 추앙한 칸느 영화제는 2000년 <어둠속의 댄서>에 황금종려상을 수여한 이래 여러 차례 그의 영화들을 영화제에 초대했었다. 그러나 2009년에 영화감독은 어떤 이유인지기자회견장에서 막말 파문을 일으킨다. "히틀러를 이해한다. 물론 그런 자는 좋은 사람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에게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Je comprends Hitler. Bien sur, ce n'est pas ce qu'on appellerait un type bien, mais je peux eprouver un peu d'empathie pour lui.)" 라고 했다. 전후 상흔 때문에 신음하는 유럽의 한 가운데에서 이 발언은 유럽사회에서 금기시된 표현을 공공연히 한 것이나 다름없다. 곧이어 “내 말로 인해서 그 누군가가 상처를 받게 되었다면 정말 죄송하다 (Si j'ai pu blesser quelqu'un par les propos que j'ai tenus ce matin, je tiens sincerement a m'en excuser)"라고 사과를 했다. 또한, 영화제 시작 며칠 전 발생한 노르웨이의 총기난사범 사건이 <도그빌> 팬이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내 최고의 영화 도그빌이 그 자 (총기난사범)의 각본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때 너무나 괴로웠다.”며 유감을 표했다. 결국 영화제 도중 집행위원회로부터 참가금지 판결을 언도 받고 만다. 이후 그는 자신이 한 말의 진의를 제대로 파악해 달라고 청해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양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인들의 홀로코스트 기억은 재현이 불가능한 이미지로서 곧 '멜랑콜리아'의 존재같은 것이라 하겠다. 이 행성이 일으키는 공포감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유한함을 말해준다.
전반부 저스틴의 히스테리는 이미 가까이에 도착해 있는 종말의 고통을 암시하고 있었으며 자매의 성이 종말론족 공간으로 재현된 것은 인간의 유한성의 허망함을 강조해서 보여준다. 폰 트리에는 인간의 삶 속에 이미 시원부터 존재해 온 것을 다룬다. 결말에서 감독은 반전의 메시지를 의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쓴 평론을 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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