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과 일확천금

in #lotto5 years ago (edited)

유럽으로 유학을 다녀온 직후에 친구 추천으로 스팀잇에 가입했다.
유럽생활과 여행 정보들을 블로그에 올리는 재미로 방학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친구가 블로그에 올리는 걸 스팀잇에도 올려보라며 추천해준 지가 2년이나 지났다.
가입한 지 2년만에 첫 글을 쓰게 되었는데 감회가 새롭다. 그 당시만 해도 스팀잇은 가상화폐 붐과 함께 뜨고 있었지만 최근 스팀잇은 경영난으로 직원의 70%를 해고하는 데 이르렀고, 스팀잇을 찾는 방문자도 하루 5천명 정도로 적은 수다.

그럼에도 스팀잇을 찾은 것은. 그냥.

여전히 스팀잇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이 사이트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고,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이들이 있는 공간에서 내가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일기처럼 쓰고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도 나눠보고 싶어졌다.

오늘은 비도 추적추적 오는 방학.
무료하게 뒹굴거리다 문득 복권을 사고싶어졌다. 그러나 비도 오는데 나가기에 너무 귀찮아서 온라인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검색해보았다.
아니나다를까 '동행복권'이라는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있었다.
5천원을 예치하고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로또를 사려고 했다.
그러나 내 눈길을 끌었던 건 로또가 아닌 다양한 게임들이었다.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혹은 기다리더라도 5분~6분 안에 결과가 나오는 사행성 게임들
파워볼, 캐치미, 빙고, 트레져 헌터 등
다양한 게임들이 있었고, 그 중 캐치미라고 도둑을 잡는 게임을 해보기로 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총 11개의 선택지 중에 6개를 골라 생김새가 같은 도둑 3명을 잡으면 되는 게임이다.
총 세종류의 도둑이 있다. 복면, 안대, 수염이었나.. 특징이 다른 세종류의 도둑이 있는데 그 중 같은 특징을 가진 도둑을 세명 잡으면 되는 것이다.
확률도 높아보이고 쉬워보여서 한 게임 두 게임 하다 2천원 총 4판을 해버렸다.
똑같은 도둑 2명을 잡고 마지막 한 명만 잡으면 천만원을 받을 수 있는 그 상황에서 나는 두 번 더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었다.
가볍게 시작했지만 천만원을 받을 수도 있단 생각에 등에선 식은 땀이 흐르고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뭐랄까 긴장도 설렘도 아닌 것이 아드레날린이라도 분비되는 것인지.
한 편으론 떳떳하지 못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이 슬쩍 스치기도 했다.
뭐 결론적으론 당연히 꽝이었지만.
이래서 도박을 하는구나 싶었다.

애초에 그 11개의 선택지 중에 똑같은 도둑 3명이 꼭 존재할 것이라고 믿은 나의 잘못이기도 했다.
같은 도둑이 2명, 또 다른 같은 도둑이 2명, 마지막으로 같은 도둑이 2명
총 6명이 나온 게임을 마지막으로 난 게임을 중단했다.

마치 나를 가지고 놀리려는 듯 같은 도둑을 두명 씩 세 번이나 고르게 하다니.
나의 선택인지 그렇게 시스템이 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난 한 게임에 꼭 3명의 같은 도둑이 있으란 법은 없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말았다.
노트북에 비친 내 모습에서 겨우 500원을 투자해서 천만원을 얻으려고 흥분하고 풀이 죽는 나를 스스로가 비웃는 듯 하여 노트북을 닫았다.

그래도 나머지 3천원은 써야 하니까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로또는 사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역시나 행복한 상상이다.
로또를 사고 일주일을 행복한 상상으로 긍정적으로 살 수 있다면 그 값으로 5천원은 결코 비싸지 않다고 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숫자 5 13 17 23 29 37 39 41 등 딱 떨어지지 않는 느낌이 드는 숫자들을 나열했다가 수동으로 입력해보았다.
수동으로 한 장, 자동으로 두장 삼천원을 끝으로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인터넷 복권 구매는 끝이났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이 번개맞을 확률보다 적다고들 이야기 한다.
난 그다지 운이 좋지도 또 나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운이 좋다는 것이겠지.
내가 하는 만큼 그에 따른 결과 혹은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었던 것 같다.
남들보다 월등히 잘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나지도 않았다. 어디가 특별히 뛰어나지도 모나지도 않았다.
지극히 평범한 것 같은데 그럼 운이 좋은 것일까.

약 50개? 60개? 되는 숫자 중에 무작위로 6개를 다 맞추면 1등. 10~20억 정도. 그야말로 일확천금
그 확률은 뭐...
50개 정도 되는 숫자들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숫자를 하나씩 고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뭐하는거지?'
'진짜 이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
진짜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냥 하는 거다.

한편으론
절대 될 수 없겠구나 라는 압도감도 느꼈다.
예상치 못했지만 교훈을 얻게 된 것 같다.
실낱 같은 티끌 같은 가능성에 일확천금을 걸어보느니, 꼭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백프로 나오진 않아도 그에 상응하게 나오는 나 스스로에게 걸어보는 게 어떨까 하고
그런 의미에서 맛있는 음식 해 먹고, 운동도 하고 공부나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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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zzan, dblog 태그도 사용하시면 좋습니다
올려주실 여행정보 기대됩니다 ^^

아! 그런 꿀팁이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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