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네 개의 눈이 어찌 두 개의 눈만 못할까?

in #life7 years ago

마디 1

춘추시대에 진문공이 어느 날 밥을 먹기 위해

밥상을 받았다.

밥상을 들여오는데 산적 등을 구은 채 올리는

적수란 음식 받이에 머리카락이 감겨 있는 걸 모르고

그냥 들여왔다.

밥상을 나르던 책임자가 놀라 머리카락이 있다고

문공께 보고하였다.

문공이 가만 들여다보니 정말로 머리카락이 있었다.

문공은 크게 화가 나서 고기를 요리하는

책임자를 죽이라고 했다.

고기 요리 책임자는 문공 앞에 불려나와

죽기 전에 마지막 말을 하게 되었다.

그 사람은 말하기를

‘신이 마땅히 죽어야 할 3가지 죄가 있습니다.

첫째는 쇠붙이도 녹여내는 숫불에다 머리카락 하나를

살라버리지 못한 죄가 있으며,

둘째로 신이 살아있는 소의 뿔을 뽑을 만큼 힘이 센데

머리카락 하나 감겨있는 것을 끊어내지 못했으며,

셋째로 신과 저를 보조하는 요리사

둘이서 네 눈으로 살펴본 것이 밥상을 나르던 책임자의

두 눈만 못했으니 죽어 마땅합니다.

진문공이 가만 생각하여 보니 주방에서 불 쓰는 사람이

잘못했다면 이미 불에 타 밥상까지 오를 수가 없었다.

중간의 누군가가 농간을 부린 것을 알고 용서하였다.

마디 2

윗글은 중국의 춘추시대의 고사로서

고기 요리 책임자의 말 중에서

‘네 개의 눈이 어찌 두 개의 눈만 못 할까?’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사실 독일에 four eyes rule 이란 중요한 원칙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four eyes rule 이 사용되는 것은

대출 심사 때 해당 라인이 아닌

심사라인에서 한 번 더 심사할 때

통상 four eyes rule 적용 이라고 한다.

그러나 독일의 four eyes rule은 은행 서류뿐만 아니라

모든 서류에 적용되는 중요한 원칙이다.

독일에서는 반드시 두 사람의 co-sign 이 있어야

정식문서로서 효력을 인정한다.

네 개의 눈 즉 두 사람이 상호 견제하며

또한 상호 균형을 맞춘 문서라야

올바른 문서로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의 결재문화는 말단 직원이 기안하면

기안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연필을 잡은 윗사람이 수정을 하면

말단 직원은 다시 기안서를 만들어 올린다.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등 각 결재단계마다

이런 식으로 매 단계 다시 만들어

최종 결재 책임자까지 올라간다.

그러면 최종 결재서류는 말단 직원의 초기 기안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각 단계에서 잘 다듬어진 기안서만 남아 있게 된다.

거기에다 다시 직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등이

도장을 찍으면 세련되고 멋있는 기안서는 완성이다.

기안 책임은 기안서를 수정할 때 마다 비켜나갈 것은

비켜나가고, 빠져나갈 것은 빠져나가서

잘 정돈되어 결재가 이루어진다.

때로는 서류에 도장 찍은 사람이

줄줄이 책임을 질 때도 있고

혹은 기안서에 다른 의견이 있음에도

줄줄이 도장을 찍어야 하는 기세에 눌려 도장을 찍고

책임 추궁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팀제 실시로 결재단계가 많이 줄었으며

책임추궁을 당할 일에서는 당당하게 나서

결재 도장을 안 찍고 올리는 경우도 많지만

여전히 윗 사람의 눈치를 보며

기안하는 기본문화는 바뀌지 않았다.

독일식으로 four eyes rule을 적용시켜

결재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말단 직원과 대리가 둘이서 자기 직책에 맞는

책임범위를 명쾌히 하여 공통으로 합의한 내용에

사인을 하고 그것은 서류로서 남는다.

동일한 사안에 대리와 과장이 합의를 할 때에는

말단 직원과 합의한 것을 기초로 대리가 자기의견을 넣어서

그들 수준에 맞는 책임범위를 명확히 하여

과장과 공통으로 합의를 하고 이것 역시 서류로 남긴다.

과장은 자기의견을 넣어서 차장하고 합의를 하고

이런 식으로 최종 결재라인까지

둘씩 합의한 서류가 계속 존재하게 된다.

어떤 방식이 일의 능률을 높이고 종이의 낭비를 막을까?

어떤 방식이 책임의 명료성 면에서 더 높을까?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가 있지만

나는 four eyes rule을 적용한 것이 훨씬 나아 보인다.

‘네 개의 눈이 어찌 두 개의 눈만 못할까?’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four eyes rule을

새로운 결재체계로 반영해봄은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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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네요ㅎㅎ
저도 four eyes rule을 적용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ㅋㅋ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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