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점 하나 찍었는 데 온통 살아있는
마디 1
여기 있는 나도 나요
그림 속의 나도 나다.
여기 있는 나도 좋고
그림 속의 나도 좋다.
이 나와 저 나 사이
진정한 나는 없네.
( 정민,‘조선 지식인의 발견’ 참조,
원전: 추사 김정희, ‘자제소조(自題小照)’)
마디 2
춘풍인가?
여하튼 비슷한 제목의 그림을 인사동에서 보았다.
유명한 월전 장우성화백께서 그린 그림이며
처음 본 순간 마음이 끌리어 자리를 못 떠나고
한참을 그대로 서있었다.
그때 본 그림을 나보러 그리라면 결코 그릴 수야 없겠지만
그림의 모습은 설명할 수가 있을 것 같다.
밀밭인가 보리밭인가
봄바람에 일렁거리는 모습에다
좌측에는 수양버들 한그루가
역시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었다.
관심 밖이라 잘은 모르지만 멀리에는
마을이 있었던 같기도 하고, 없었던 같기도 하고.
그 그림을 보면 차분히 가슴이 내려 앉으며
보리밭에서 그냥 벌렁 눕고 싶다.
그리고 이런저런 사념을 하고 싶다.
그런데 그림을 더욱 좋아하게 만드는 것은
점 하나 꼭 찍어 놓듯 그려놓은 종달새가 있어서이다.
멀리 밭 한가운데에서 이제 막 날개 짓 하며
하늘에 오른 종달새가 있어 그림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그림을 보면 볼수록 그림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그림 값이 꽤 비쌀 것 같아 얼마냐고
물어볼 용기가 없어 그냥 사무실로 왔다.
사무실에서도 자꾸만 그림 생각이 나 전화로 물어 보았다.
당시 내가 살던 집의 전세 값하고 거의 맡 먹는 돈이었다.
애초에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지레 생각을 해서인지 아쉬울 것은 없었다.
나는 그날 이후
그냥 내 머리 속에 그림을 넣어 두고
생각날 때 마다 그림을 펴놓고
그림 안에 내가 있었다.
요사이도 종종 나는 그 그림을 머릿속에서 펴본다.
바람에 일렁거리는 보리밭에서 누워
하늘거리는 물 오른 수양버들을 보는 나를.
특히 종달새라고 점 하나 찍어 났는 데
온통 살아 있는 그림을.
글 잘 보고갑니다. 공감도 가고 소소한 감동이 있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