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이 진담처럼

in #life7 years ago

교실 옆 화단에 샛노란 개나리 꽃이 활짝 피었다.

책상에 앉아서도 봄 내음이 살포시 밀려온다.

수업시간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리고 나서도

여전히 교실은 시끄럽다.

시끌 법석 하던 교실이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누가 교실 문을 밀치고 들어왔다.

오늘 처음으로 새로 부임한 미술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공식적인 인사를 받기 전에

먼저 손을 흔들며 “여러분 안녕!”하고

교탁 있는 교단이 아니라

학생들 책상 있는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차렷, 경례를 준비하던 반장이 머쓱해서

자리에 도루 앉았다.

선생님은 교실 가운데에 있는 한 학생자리에 가서는

책상위에 걸터 앉았다.

미소 띤 모습으로 아이들을 한번 휘돌아 보며

다시 눈인사를 교환하였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여러분 막사이사이에 대해 아는가?”

라고 선생님은 물으셨다.

모르는 아이도 있었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막사이사이를 알고 있었다.

필리핀 대통령, 막사이사이상, 비행기사고로 죽다 등

아이들은 아는 대로 대답들을 했다.

선생님은 씨익 웃더니만

“똑 같은 질문을 모 여중에 있을 적에 했습니다.

한 여학생이 일어나 설명을 했습니다.“

“막사이사이란 예를 들면 춘향이와 이 도령이 나오는

연극에서 말입니다.

이 도령이 신관 사또가 되었는 데 말입니다.

춘향이는 형틀에 매여 죽게 되었습니다.

그때 클라이막스 막이 새로 열릴락 말락 할 사이를

막사이사이라고 합니다“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젊은 여자아이의 흉내를 낸 억양이나 제스쳐,

그리고 발음이 새는 듯한 소리는

교실에 있는 아이들을 웃기기에 충분하였다.

선생님은 단번에 인기 선생님이 되었다.

그리고는 선생님은 다음 말을 이었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하랬다고

여러분들에게 똑바로 말하겠습니다.

앞으로 수업시간에는 모두들 사전 준비물을 잘 챙겨서

들어와 주기 바랍니다.

다음 미술시간에는 여러분이 자주 쓰는

HB연필이 아니고 4B연필과 그리고 스켓치북을

준비해 오시기 바랍니다.“

그리고는 천천히 교탁 있는 데로 걸어가서는

황 oo 이라고 이름 석자를 칠판에 썻다.

선생님이 칠판에다 이름을 다 쓰고 돌아서서

정면을 보고 서있을 때에

그제사 아이들은 선생님께서 비뚤어진 입 이야기를

그냥 농담으로 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

선생님의 입이 진짜로 비뚤어져 있었다.

그날 이후 아이들은 선생님 시간만 기다렸다.

선생님은 권위하고는 거리가 멀었으며

아이들과 농담을 많이 하셨지만

모든 말씀들이 진담 같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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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네요ㅎㅎ 봇팅하고 팔로우하고 갑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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