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 3탄 "뱅쇼를 샹그리아로 만들기-죽어가는 와인 부활시키기"

in #life7 years ago (edited)

샹그리아sangria는 차가운 과일을 차가운 와인에 넣고, 때에 따라 사이다, 소다수, 설탕 등을 겸하는 방식이고, 뱅쇼vin chaud 냄비에 과일이랑 와인을 넣고 후추, 계피등을 같이 넣고 따뜻하게 해 마시는 방식이죠. 샹그리아는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서, 뱅쇼는 지중해 국가를 중심으로 한 레시피라는군요. 샹그리아는 좀 더 달고 시원하게 마시려는 거죠. 저 특이한 단어는 산스끄리뜨어로부터 왔습니다. "달다"는 뜻이고, 요샌 뉴슈가로 불리는 사카린과 같은 어원을 갖고 있습니다. 샹그리아는 그대로 쓰는 만큼 알콜이 유지되지만, 뱅쇼는 데우는 수준을 높여 끓이게 되면 알콜이 날아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술을 못마시는 분들도 드실 수 있겠지요. 특히 날씨가 추울 때 그 쪽 동네 사람들은 감기약으로도 씁니다. 저도 감기에 써봤는데, 따뜻하고 기분 좋아집니다. 따뜻한 혹은 뜨거운 새콤함이 우리한테는 좀 색다르긴 한데 마신 후 뒷맛이 제법 괜찮습니다. 과일은 오렌지, 귤, 레몬, 사과 등을 쓰시면 되겠습니다. 바나나나 감 같은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별로입니다.(해봤습니다)

물론 이 두 종류 모두 비싼 와인은 쓰지 않습니다. 반드시(?) 저렴한 와인을 써야하죠. 물론 아주 총알이 많은 분들은 뭐 그런게 상관없겠지만… 근데 실제로 싼 재료를 써야 더 맛있는 음식들도 있습니다.^^ 저는 오늘 살짝 더운 장소에서 잘못보관한 오래된 와인을 살리려고 합니다. 왠만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와인을 깠는데, 맛이 식초로 변하진 않았지만, 포도 결정과 물이 분리(?)가 되었고, 색이 투명하지 않고 둔탁한 보라색으로 변해있었습니다. 그냥 마시기엔 분명 무리가 있었습니다. 뱅쇼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대신, 두 가지, 팔팔 끓이기, 차갑게 식히기로 합니다. 처음 해보는 시도입니다. 뱅쇼는 팔팔 끓이지도 않고 차갑게 먹지도 않죠. 하지만 살짝 와인상태가 그러니까요. 반대로 싼 와인이 있다면 많은 양의 떠나가는 과일들도 아마 같은 방식으로 살릴 수 있을겁니다.

와인은 두병입니다. 4병 정도 저 상태의 와인이 있는데, 일단 2병만 하기로 합니다. 두 병 정도 끓이면 아마 한 병 정도의 양으로 줄어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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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과일을 슬라이스해서 냄비에 넣습니다. 사과와 오렌지밖에 없네요. 있는 것만 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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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두병을 투하합니다. 병은 바꾼 상태입니다. 원래 병에서 꺼내서 스크루 뚜껑 병으로 옮겨서 보관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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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끓입니다. 상태가 안좋기 때문에 부글부글 끓입니다. 로즈마리와 월계수, 통후추 등 향신료를 약간 넣어줍니다. 없으면 말고요. 묘한 향이 집안에 퍼집니다. 이상하긴 한데 그렇게 나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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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물이 나왔습니다. 마치 새 와인을 까서 부은 것 처럼 기분 좋은 거품이 납니다. 이걸 냉장고에 차갑게 숙성시키면 아마 샹그리아 같을 겁니다. 여기까지가 공식적인 목표였습니다. 문제는 맛이 참 심심합니다. 와인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이걸 차갑게 식힌다음, 다시 과일을 넣어서 샹그리아로 먹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더래요~) 1부 끝.


2부

하지만 저는 여기서 순도 높은 과일주스를 선택해 봅니다. 바로 이 건더기를 믹서기에 넣고 갈아서 채에 걸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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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대추차를 끌이고난 후 재료를 갈아둔 느낌이 납니다. 실제로 식감도 비슷합니다. (오래끓인 대추차를 부드럽게 간 건더기와 차게 해 드셔보셨어요? 예술이죠. 비싸서 먹기 힘들지만요.) 두 세번 걸러서 와인과 과감하게 섞어버렸습니다. 그리고 트위스트, 격하게 흔들어서 하나로 만듭니다. 위에서 휙 읽으신 분들은 잠깐 멈추세요. (이 부분은 1부 아니고 2부 진행중입니다. 1부 손님들은 다 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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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까맣게 나왔지만, 좀 더 갈색에 가깝습니다. 잘 흔들어서 바로 언더락(?)으로 얼음타서 먹어봤습니다. 설탕이 안들어갔으니 달콤하진 않고 약간은 새콤합니다. 하지만 역시 천연과일쥬스 아니겠습니까? 막 맛있고 그렇지는 않지만 깊이가 느껴집니다. 다시 스크루 뚜껑 와인병에 넣어 보관합니다. 재료 2병에 과일을 싹갈고 걸러 넣었는데 1병하고 두 컵이 나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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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기 아까운 와인을 갖고 계신분은 시도해보시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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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 보여요~

음… 넵 처음엔 그냥 너무 담백(?) 덤덤하기도 하고 좀 한약(?) 같기도 했는데 뒷맛이 아주 괜찮습니다.

예전에 뱅쇼 \만드는 데 집에 설탕이 없어서 콜라(...)를 넣고 끓였더랬죠. 결과물은 지옥과 천당 사이 그 어디쯤 있는 아귀도..

ㅋㅋㅋ 괜찮은 아이디어인데용? 근데 기발하십니다. 잡스가 콜라를 설탕물이라고 표현했잖습니까

Rasanya pasti sang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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