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베카에 대한 개인적인 인물 분석

in #life7 years ago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예전에 보고 왔던 뮤지컬인 뮤지컬 [레베카]에 대해 극 중에서의 인물 분석 겸 감상을 적어볼까 합니다. 본문에 앞서 제 개인적인 생각이 200% 반영된 글이므로 뮤지컬 보신 다른 분들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뮤지컬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뮤지컬 [레베카]의 주요 인물은 총 4명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 모두를 다루기에는 이번 글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으니 그 중 뮤지컬에서 가장 주요한 인물 2명을 소개, 분석하겠습니다. 이 뮤지컬의 주인공은 ‘나’ 입니다. ‘나’는 원작 소설에서도 이름이 공개되지 않고 소설이 1인칭 시점이라는 점에서 ‘나’로만 언급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도 계속 ‘나’라고 하면 뭔가 글이 매끄럽지 않고 어지러우니 ‘나’를 지칭하는 독어인 ‘Ich’라고 대신해 부르겠습니다. Ich는 원작 소설에서도 주인공이었듯 뮤지컬에서도 주인공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녀를 둘러싼 대부분의 사람들은 탐욕과 가식, 거짓과 허영으로 가득 찼지만 그녀는 그 속에서 순수함과 진실함을 지켜나가는, 극 중에서 ‘막심’이 얘기하는 대로 말하자면 평범한 여성이었습니다. Ich의 존재는 남주인공인 막심에게 구원으로 다가오고, 가식으로 가득 찬 맨덜리 저택의 사람들 속에서 극의 분위기 속 가득 찬 부정적 분위기를 중화시키는 비타민과 같은 사람으로 부각되어 나타납니다. 실제 극 중에서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예시로 뮤지컬 넘버 중 사랑을 노래하는 등 밝은 분위기의 넘버 속에서는 모두 Ich가 존재한다는 점과 아내인 레베카를 잃은 후 어느 누구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아 사람들 모두가 어려운 사람으로 취급하던 막심이 처음 마음을 열고 조금 섣부른 감이 없지 않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까지 생각한 사람이라는 점 등이 있습니다.

Ich에 대해서 가장 그녀를 잘 표현하는 말을 꼽아보라면 필자는 ‘전환점’이라는 말을 꼽겠습니다. Ich는 자신을 거부하고 배척하는 댄버스 부인과 맨덜리 저택 사람들의 냉대에도 끝까지 자신을 잃지 않았고, 무너지려는 바로 그 순간에도 막심과의 사랑을 원동력으로 자신에게 드리우는 레베카의 영향력을 떨쳐내어 모든 이들을 구원과 변화로 이끌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Ich를 대표하는 말을 꼽아보라 하면 전환점이라는 말만큼 그녀를 제대로 표현한 말은 없다 생각합니다. 그녀가 가진 진실함은 막심에게 트라우마가 되어 그를 괴롭히는 레베카에게서 그를 벗어나도록, 막심이 그녀를 따라 변화할 수 있는 굳은 믿음이 되었습니다. 또한 Ich가 가진 순수함은 맨덜리 사람들의 가식과 크게 맞부딪히는 모습으로서 주된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지만, 그녀의 순수함은 그녀가 맨덜리에 물드는 것을 막고 맨덜리의 막심과 가까운 사람에서부터 하나 둘 그녀를 믿고 따르게 하는 매력으로서 그 힘을 발휘했습니다. 다만, 극 후반으로 갈수록 그녀가 가진 아무것도 모른다는 의미에서의 순수함은 점점 변해가 가식에 물들지 않는, 오직 진실된 것만을 향하는 소신, 그리고 그 소신을 지키는 강인함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에 막심은 ‘어쩐지 처음과는 많이 다르게 변한 것 같아.’라고 얘기하며, 그녀의 본디 아무것도 모르던 그 순수함이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하지만 그 모습마저 모두 포용하고 막심은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그 변화는 오직 막심만을 위한 Ich의 결단이었기 때문이죠. 이렇듯 Ich는 극 중 이야기의 꼬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맞부딪혀 오는 갈등을 풀어 나가는 인물로서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Ich와 갈등을 빚었던 인물은 누가 있을까요? 그것은 2명이지만, 어쩌면 1명인 그런 인물입니다

다음 소개할 인물은 맨덜리 저택의 집사인 ‘댄버스 부인’입니다. 사실 뮤지컬 [레베카]는 극을 보고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댄버스 부인의 박력이었다는 후기가 제일 많습니다. 실제 극중에서 댄버스 부인은 맨덜리 저택 주인인 막심보다 저택 내에서 영향력이 강했고, 맨덜리의 원래 안주인이던 레베카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맨덜리 저택 내에 레베카의 영향력과 존재감을 그토록 강하게 남아 있게 해 뮤지컬의 기승전결을 완성시킵니다. 그만큼 댄버스 부인은 뮤지컬 속에서 없어선 안 되는 중요한 인물 중 제일 큰 하나로 꼽힙니다. 그렇다면 이 댄버스 부인은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어떤 사람은 댄버스 부인을 ‘교주’ 같다 말했고, 또 어떤 사람은 그녀를 ‘광신도’ 같다고 얘기합니다. 그렇다면 그녀가 믿는 존재는 누구일까요? 그것은 바로, 뮤지컬 이름에 그대로 나와 있듯 맨덜리의 전 안주인인 레베카입니다. 댄버스 부인은 그녀를 보필했던 사람으로서 완전무결 완벽한 그녀에게 완전히 빠져들어, 맨덜리 저택은 레베카 그녀가 있어야만 완성이 된다고 착각을 합니다. 물론 그것이 가능케 했던 레베카의 완벽한 가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지만요. 아무튼, 댄버스 부인은 새로 들어온 안주인인 Ich를 그 누구보다 증오하고 경멸해, 그녀에게 가장 크고 잦게 압박을 가하며 맨덜리의 안주인의 자리는 절대 넘길 수 없다는 의사를 강하게 표합니다. 그것은 심지어 Ich를 죽이려는 극단적인 모습으로서까지 나타납니다.

여기서 댄버스 부인의 존재는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적인 사람들을 대표하기도 합니다. [레베카]의 주무대는 맨덜리 저택이며, 모든 크고 작은 사건들이 그 안에서 일어나고 사람들도 그 안에서 생활하며 살아갑니다. 맨덜리는 이들에게 작은 ‘사회’인 것이지요. 어떤 사회던 지금에 안주하려는 보수파와 안주를 위한 비리를 혁파하고자 하는 개혁파는 존재합니다. 서로의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이 가능하면 좋겠다만은 현실은 그럴 수 없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죠. 맨덜리 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레베카가 만들어 놓은 맨덜리의 규율과 원칙들을 지키려는 댄버스 부인과 그것이 너무나 부조리하고 갑갑하다는 것을 느끼고 변화를 원하는 Ich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지요.

이 분석이 너무 크게 과장해서 분석하는 것이 아니냐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관점은 뮤지컬 [레베카]를 계획하고 구성한 미하엘 쿤체의 발언에서도 (여기선 아예 대놓고) 나타납니다. 미하엘 쿤체는 처음에는 레베카의 기에 눌려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Ich가 막심의 사랑에 대한 확신으로 강인하게 성장해 맨덜리의 부조리를 이겨나가고 끝내 맨덜리를 변화시키는 모습이 이 공연을 보는 사람들에게 보다 의미있게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등의 발언을 했었습니다. 그만큼 Ich의 모습은 상당히 개혁적인 면모를 가지고 댄버스 부인마저도 변화시키는 그런 힘을 가집니다. 다만, 댄버스 부인의 변화에로 인한 결과는 달랐습니다. 보수파가 완전히 개혁파로 돌아설 수 없는 모습과 관련이 있다는 의견도 있고, 무엇보다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라는 의견 또한 있습니다. 댄버스 부인에게 레베카는 신이었고, 댄버스 부인의 신념이었으며 더 나아가 댄버스 그녀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되었던 이가 알고보니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는 아예 전혀 다른, 온갖 부조리와 악행을 일삼고 레베카를 따르고 믿었던 모든 이들을 우습게 보아 조롱했던 실제 모습을 알게 되자 그녀는 환멸감을 느끼고 레베카에게 강한 분노와 실망감을 표출합니다. 그것으로 인해 댄버스 부인에게 있어 맨덜리는 더 이상의 의미를 잃었고, 더 이상 레베카를 따를 수 없어 자신의 정체감마저 잃어버린 댄버스 부인은 맨덜리를 불태우고 그 안에서 자살을 하고 맙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당해 더 이상의 살아갈 의미도 이유도 잃어버린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죠.

허구의 이야기지만 그 어떤 작품들보다 무겁게 와닿는 삶의 교훈을 담은 뮤지컬. 그리고 그 교훈을 위해 만들어진, 실제 존재하는 인물들 보다 더욱 현실적이고 더욱 구체적이며 더욱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레베카] 속의 인물들. 로맨스와 스릴러를 넘나들며 관람객들을 어느새 맨덜리 저택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매력적인 스토리는 이 뮤지컬이 어떤 점에서 그토록 인기가 있는 건지에 대해 피부를 체감하게 합니다. 한 번도 안 본 적은 있어도, 한 번만 보고 왔다는 사람은 없는 뮤지컬 [레베카]! 좀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오늘은 시간 관계상, 분량상 여기서 마무리 합니다.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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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 롭 군.
나는 다시 한국어를 배워야합니다.

아주 좋아.

i resteeming your post :)

nice...you deserve upvote and reste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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