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최면에 대하여

“언니가 자꾸 날 찾아와...”

최면치료(hypnotherapy)란, 의학적 용어로써 최면의 특성을 이용한 심리 요법, 최면에 의한 의식의 변화를 이용하여 증상을 없애거나 고통을 줄이려는 방법으로, 신경증이나 심신증, 악습 따위를 치료하는 데에 쓰인다.

이 최면치료를 범죄에 이용한, 그것을 통해 사람을 조종하여 사랑을 얻고자 한 남자와 그의 친구였던 연인의 비극을 다룬 연극. 포스터에서부터 압도적인 비쥬얼을 보이며 서울에서 부산, 대전까지 그 악명을 떨친 연극 [최면]입니다. [최면]의 시놉시스는 이러합니다.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 사이였던 광현과 성진. 성진은 광현의 약혼녀 은별을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하게 된다. 광현의 결혼식은 점점 다가오고, 최면술사였던 성진은 초초한 마음에 최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은별의 사랑을 얻으려 한다.」
극 내내 최면이라는 소재는 성진의 사랑을 이루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였고, 또한 성진의 목숨을 앗아간 흉기이기도 했습니다. 극 중에서 최면의 효과는 엄청난 파장으로 나타납니다. 성진의 최면에 걸려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목을 자른 여선생. 그리고 성진의 최명에 밤 12시가 되면 성진에게 찾아가 온갖 성적행위를 허락해주게 된 은별. 그리고 최면의 부작용이 점점 나타나 자신의 목을 죄어 오는 것에 부담을 느낀 성진의 은별 살인사건과 성진의 자살. 최면은 인간의 무의식과 관련하여 굉장히 밀접한 그런 것으로, 인간의 무의식에 어떠한 인위적인 작용이 가해졌을 때 그것은 어떤 형태로, 어떤 행위를 불러일으키는 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그런 연극이었습니다.

이 연극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비뚤어진 소유욕과 사랑이 불러올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도 있지만 그것 보다 작가의 의도에서부터 비롯된 ‘묻지마 범죄’에 대한 경종입니다. 성진은 은별을 정신적으로 몰아넣어 자신에게 최면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 아무런 죄도 없는 11명의 사람들을 최면으로 모두 자살하게 만듭니다. 그녀가 공포를 느끼도록, 그녀에게 강한 트라우마가 생겨 반쯤 미쳐버리도록. 성진은 자신의 사랑을 위해서 어떤 희생에 대해서도 아무런 죄의식을 가지지 않았고, 오히려 “아... 목이 반 만 잘렸어? 이상하네... 완전히 잘려야 되는데.”라고 하며 히히덕대까지 합니다. 이런 성진의 모습은 오늘날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살인과 번죄를 행하고 의도를 묻자 ‘아무 생각 없었다.’ ‘그냥 갑자기 그러고 싶었다.’ 등의 이유로 대답하는 묻지마 범죄자들에 대해 비난의 의견과 그들이 가져야 할 생명에 대한 무게감을 강경한 어조로 가르칩니다.
최면으로 인한 인간의 극단적인 행동 변화에 한 번 놀라고, 극의 몰입감을 증가시켜 이것이 마치 자신의 눈 앞에 일어나는 실제 상황으로 믿게 되는 배우의 연기에 두 번 놀라고, 최면으로 인해 부작용이 일어날 때, 은별의 트라우마가 은별을 괴롭히는 그 순간마저 번쩍대며 공포 분위기를 가중시키는 조명과 끔찍할 정도로 두려움을 조성하는 음향효과. 마치 4D로 느끼는 주온 같았다는 리뷰 마저 달고 있는, 올해 최고의 호러 연극 [최면]. 극도의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느끼고 싶은 호러 마니아에게 정말 강력 추천하는 연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