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베카에 대하여

in #life9 years ago

“레베카, 나의 레베카. 돌아와. 안개의 성 맨덜리로.” 이것은 노래 ‘레베카’의 가사 중 한 구절입니다. 전세계에서 공연하며 오랜 전통을 가진 뮤지컬이면서 인지도를 자랑하며 사랑받아온 뮤지컬 [레베카]. 원작은 다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라는 소설이며 공연의 대부분은 이 원작 스토리대로 진행이 된다. 다만 뮤지컬이라는 점 때문에 삭제되는 장면이 있기도, 좀 더 극적으로 표현되는 장면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일맥상통한다. 레베카의 시놉시스는 이러하다.

「맨덜리는 아름다웠지만 음산하고 시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기도 했다. 죽은 레베카가 마치 살아 숨쉬고 있는 것처럼... 맨덜리의 모든 것은 여전히 레베카에게 깊게 물들어 있었다. 게다가 집사 댄버스 부인은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며 경계심을 드러내고... 새 안주인은 점점 숨통이 막혀옴을 느낀다. ‘나(I)’는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가면 무도회를 열기로 하고 댄버스의 조언으로 멋진 의상을 준비한다. 하지만 무도회 당일, 자신이 입은 드레스가 레베카의 것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막심의 분노에 실망하여 깊은 자괴감에 빠진다. 댄버스는 그런 그녀에게 레베카의 자리는 아무도 차지할 수 없다고 끝내 자살을 권하기에 이른다...」
이 뮤지컬의 주인공은 바로 ‘나(I)’이다. ‘나’는 원작에서 이름이 소개되지 않아 뮤지컬에서도 이름이 없다. 다만 ‘나’는 원작가인 다프니의 특성을 너무나도 닮아있어 ‘다프니’라고 부르자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뮤지컬에서 결국 다프니가 아닌 ‘나’라는 이름을 선택한 이유는 뮤지컬 레베카는 그녀의 성장을 음악으로 표현한 그런 뮤지컬이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그녀는 극에서 내적 자아를 발견하고 자신감을 키워가는 순진한 젊은 여성이다. 그리고 그녀가 사랑한 남주인공 ‘막심’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의, 아내를 잃은 남자였다. 그를 둘러싼 환경은 ‘나’와는 맞지 않는, 지위가 전부인 가식적이며 거짓스러운 사회(맨덜리)였다. 그런 그에게 ‘나’는 사랑하는 안주인임과 동시에 실망의 대상이었으며 ‘나’는 그녀를 둘러싼 가식과 거짓에 적응하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잠재력과 강한 내면을 통해 차츰 강하고 담대한 모습을 보이며 가식과 거짓에 괴로워하는 막심을 구해낸다.
뮤지컬 [레베카]를 보며 알 수 있었던 건, 이 작품은 이길 수 없는 존재(레베카)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는 한 여성의 모습을 통해 이상과 현실, 거짓과 진실, 가식과 솔직함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이 말들은 모두 서로 다른 가치의 말이며 서로 대립을 이루는 말이다. 이것은 막심과 ‘나’를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나’와 댄버스를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막심은 그의 인생을 별다른 고민 없이 집안을 위해, 거짓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레베카가 의문의 사고로 죽고, 솔직하고 진실된 인간상의 ‘나’를 만나며 천사 같은 그녀의 영혼을 안식처 삼아 상처로 가득한 그의 내면에 치유를 얻는다. ‘나’와의 대립을 통해 댄버스는 레베카의 거짓된 모습들을 알게 되고, 레베카의 대신이라 생각했던 맨덜리 저택을 불태우고 자살한다. 댄버스라는 인물이 할 수 있던 최선의 선택, 마지막의 사죄였던 것이다. 거짓으로 가득한, 가식으로 무장한 맨덜리 저택의 사람들은 ‘나’에 의해 모두 생각의 전환을 얻고, 구원을 받았다. 끝내 자살한 댄버스마저도.
뮤지컬 [레베카]는 보면 볼수록 해석의 여지가 많은 뮤지컬이다. 이번 글에서는 다만 스포일러가 될까 이만 말을 아낀다. 이 글을 봤다고 너무 아깝게 생각하진 말아달라. 이 내용이 뮤지컬의 전부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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