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활용법

in #life7 years ago (edited)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무수한 인간관계망 속에 점철되는 하나의 점이다. 대학생으로 범위를 좁혀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우리는 매일 다른 사람들 혹은 친분 있는 사람들과 같이 한정된 공간에서 수업을 듣고 이 공간 안의 관계망에 존재한다. 팀 과제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항상 어떤 사람들과 연결된 관계망 속에 속해있다. 인지를 하든 하지 못하든 말이다. 모든 일과가 끝날 때도 우리는 동기들, 선배들 혹은 후배들과 간단하게 술자리를 가지며 그 시간과 공간을 함께한다. 그리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할 때 나 자신과 시공간을 함께하는 순간을 맞닥뜨린다. 혹자는 이 순간을 무의식적으로 외면하려 할 수도 있다. 그 고독함과 적막이 두려워 피하려는 지도 모른다. 또는 누군가와 함께 공간을 채우는 것이 익숙하여 그 공허함이 거부감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어떠한 경우이든 우리는 ‘혼자’이길 거부한다. 혼자 밥 먹기, 혼자 여행가기, 혼자 영화보기. 혼자라는 동굴 속에 갇히기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를 마주하는 것이 정말 두려워해야만 하는 순간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앎’이라는 측면에서 위에서 제시한 문제를 담론하고 싶다. 앎의 종류는 무수히 많다. 단순히 지식에 대한 학습에서부터 넓게는 통찰력도 앎의 종류에 해당한다. 이 넒은 범위들 중 내가 가장 중요하게 가치를 부여하는 앎의 종류는 자의식이다. 자의식의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1. <심리> 자기 자신에 대하여 아는 일. 신체적 특징, 사회적 존재로서의 남과의 관계, 종교적 세계와의 관계 따위의 모든 외적인 관계를 벗어나 직접적인 성찰에 의하여 순수하게 자신의 내면적 세계에 대하여 아는 일이다.

  2. <철학> 외계나 타인과 구별되는 자아로서의 자기에 대한 의식.

우리는 나를 모르고 남을 만나는 현상이 팽배한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자의식이 부재한 상태에서 거대한 인관관계망속에 편입되어 있다. 이는 자의식의 사전적 의미에서 비춰본다면 마치 영혼과 정신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회적 병폐는 새로운 병폐를 낳고 이는 한 개인이 자의식의 부재를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 결국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느끼고 있는 원인 불명의 불안증은 자의식의 부재에서 기인된다고 생각한다. 논의가 확대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은 자명하다. 자기 자신을 목도하는 것이다. 이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샤워하면서, 자기 전에 잠시 누워서, 또는 혼자 카페에서도 가능하다. 단 하루에 5분의 사색 시간이 나와 나 사이의 유리되어 벌어진 커다란 간격을 조금씩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를 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저 5분의 사색이면 끝나는 걸까? 방법론에 관하여 확실한 답을 기대한다면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전세계 70억명의 사람이 70억의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방법론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70억의 생각 중 나의 생각을 하나의 예시로 제시하려고 한다. 자기 전 기숙사 침대라는 나만의 공간에 누워서 또는 화장실이라는 나만의 공간에서 샤워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이 들어 올 수 없는 영역을 만들고 이 공간을 활용한다. 이 순간은 그 누구에게도 방해 받을 일이 없다. 오롯이 내가 만든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동굴 속에서 오늘 내가 느꼈던 감정, 사람들이랑 나누었던 대화 중 기억에 남는 것, 내일에 대한 계획, 때론 먼 미래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하여 생각을 정리한다. 사색의 주제는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거의 매일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 하는 이유가 있다. 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만든다는 발상이 좀 생소할 수 있지만 그 의미는 이렇다. 나를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외부적인 것에 의하여 사람들이 변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내부적인 변화를 통해 더 큰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성찰로 인해 사람은 성숙하고 더 발전된 사람으로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오늘 하루 종일 우울하고 기분이 안 좋았다고 하자. 만약 당신이라면 “다음 날에는 괜찮겠지” 라는 막연함에 기대어 원인 모를 문제가 해결되길 바랄 것인가? 아니면 한 번쯤 그 원인에 대해 하루를 마무리 하는 시간에 생각해 보고 다음 날 조금 변화된 나를 볼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나는 공간활용법을 사용하여 그 원인을 한 번 분석해보는 편이다. 어제 과음을 한 것이 원인지 아니면 요즘 봄을 타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내 마음 속 뿌리 깊은 고민이 발목을 잡아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인지.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도 그 물음에 대한 해결책을 다음 날 시도해 볼 수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고 분명히 해결하는 과정에서 내가 몰랐던 감정이나 경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간활용법이란 꽤 단순한 것이다.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그냥 편안하게 하루를 되돌아 보는 것. 그거면 된다. 꼭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할 필요가 없다. 나 자신과 대화하면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면 충분하다. 그 과정에서 나를 이해하게 되고 나를 발견하게 되면 나만의 색깔, 나만의 취향 그리고 나만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만나고 이해해야 나와 다름도 포용하고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밤이라도 공간활용법을 시도해 보길 바란다. 그러면 언젠가 나도 모르게 변화된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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