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약간은 뒤틀린 취향들

in #life7 years ago (edited)

약간은 뒤틀린 취향들


여러가지 이유로 경산, 영천, 경주, 울산 쪽을 자주 가게 된다. 밤에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졸음이 쏟아지면 어쩔 수 없이 경산휴게소에 들러 잠시 눈을 붙인다. 잠시 눈을 붙이고 정신이 돌아오면 판에 박힌듯한 생활 탓에, 갔으면 당연히 돌아와야 하는 숙명 탓에, 내 속에서 무언가 반항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그래서 정면에 보이는 '매일우유'간판에 대한 반항으로 매번 '서울우유'를 사서 마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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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트북을 샀다. 왠지 특이한 파우치를 갖고 싶었다. 온갖 물건들을 검색하다가 결국 내 손에 쥔 것은 LG 정품 노트북 커버였다. 백팩에 삼성 노트북을 넣은 채 LG서비스센터에 들러 파우치를 구매한 뒤, 백팩에서 꺼낸 노트북을 파우치에 넣을 때의 묘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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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저녁 늦게 마트를 들렀다. 마침 '한우데이'라며 할인행사를 하고 있었다. 평소에 엄청 비싸게 팔던 한우를 평소만큼 비싸게 팔고 있었다. 한우에 붙은 가격표를 한참 쳐다보다가 매장직원의 친절한 인삿말 '오늘 한우 싸게 팝니다. 한번 가져가서 드셔보세요.'를 듣고는 나도 모르게 캐나다산 쇠고기를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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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격이 덕에 혼자 피식거리며 웃을 일은 가끔 있지만 내 인생에 도움만 된 것은 아니다. 한 친구가 집을 사라고 할 때 집을 사지 않았고, 다른 친구가 코인을 사라고 할 때 코인을 사지 않았다. 당시 1억8천원 정도 하던 아파트는 2억 5천이 되었고 그로부터 한참 더 지나서 3억이 가까이 되어서야 나는 집을 샀다. 당시, 2017년 5월경 15만원 하던 이더리움은 이윽고 25만원이 되었고 35만원이 되어서야 나는 여윳돈을 모두 털어 이더리움을 샀다. 그리고 이더리움은 폭락하였다. 친구가 이더리움을 '존버'하라고 했다. 3일간 '존버'한 뒤 나는 이더리움을 20만원에 다 팔았고 지금 이더리움은 160만원을 넘어갔다. 이제 뒤틀린 취향들을 바로잡아야 할 때가 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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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더리움 이야기는 제가 다 안타깝네요 ㅠㅠ

세상 살면서 안타까운 게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즐거운 한 주 되세요.

마치 맥날 직원이 버거킹 가서 사 먹는 것 같은...😂 솔직담백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관심을 바라고 쓰는 글이지만, 막상 이런 글에 댓글이 달리니 신기하네요. @kimthewriter 님의 글 보러도 자주 들르겠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웃픈 얘기네요ㅋㅋ 재밌게 봤습니다^^

우리네 인생, 밖에선 웃지만 속으론 앓고 있지요. 감사합니다.

이런말씀 드리면 실례일거 같지만 냥이 같으시네요~
전 냥이를 매력적으로 느끼는터라 칭찬이에요!^^

감사합니다. 고양이든 하마든 제게서 어떤 이미지를 찾아 주시는 그 자체로 땡큐입니다. 아마 이 글에서는 어딘가 매여있기 싫어하는 모습이 그렇게 비쳐졌을거라 생각하는데 누구보다 매여있기 때문에 자의로 할 수 있는 선택은 좀 비틀고 싶은 충동을 느끼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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