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의 목적에 대한 현실적 단상(Feat. 고려대 Finance MBA)

in #kufmba6 years ago (edited)

`18년 9월 현재 MBA를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봄 1학기를 마치고 이제 2학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1)나는 왜 MBA를 지원하게 되었나.

2)고려대 FMBA(Finance MBA)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3)내 선택에 현재 얼마나 만족하며 다니고 있는가

에 대한 단상을 끄적여보고자 합니다.


직장생활을 어느정도 해온 나이에, 파릇파릇한 동기들보다는 한두살 더 먹은 나이라서

젊은 친구들이 바라보는 시각과는 좀 다를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삶도 보통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니 혹 도움이 될까 해서 적어봅니다.


1. MBA 지원의 동기

   맨 처음 은행원부터 시작해서 개인적인 욕심을 채운답시고, 몇가지 직업을 거쳤지만 가장 오랫동안 월급을 받은 직장은 컨설팅 펌이었습니다. 컨설팅펌들은 '클라이언트가 당면한/당면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 소양 이상의 지식을 갖춘, 또한 빨리 습득할 수 있는 인력을 클라이언트에 일정기간 동안 대여해서 매출을 발생'시킵니다. 이때문에 보유하고 있는 인력이 매우 중요하고 역으로 인력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리소스(인력)는 Keeping 하고, 1 of them의 리소스는 그저 1 of them입니다.

일은 욕먹지 않을 만큼 평가받고 있었습니다. 프로젝트 가득률 높고 항상 PM 평가점수/고객 피드백 높았습니다. 

진급도 빨랐습니다. 좋은 평가가 계속 이어지는 컨은, 회사입장에서 클라이언트에 팔기 좋으니 일찍 진급시켜서 단가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동 직급의 형님들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낮은 연봉(공개하면 안되지만 사실 다들 알죠)에 불만도 있어서 "내가 나의 몸값을 제대로 재평가 해주지 않으면 나가겠다."라는 요구에 회사는 어떻게 반응할까의 의문이 들었습니다. 

가성비는 좋지만 그래도 이 사람 없다고 영업에 큰 손실을 가져오는 것도 아닌 1 of them일지,  돈을 더 주고서라도 잡아야 하는 리소스일지가 궁금했습니다.  연말평가때부터 3월 연봉계약때까지 긴 시간을 들여 맘졸이며 담당임원에게 진지하게 요구를 했고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습니다. 다만, 담당임원도 자기로서는 최선을 다했으나 100% 원하는 요구를 맞춰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제게 한가지 뼈아픈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너는 '학사'만 가지고 있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많은 컨설턴트가 석사를 갖고 있는데, 너를 모르는 외부클라이언트는 '학사' 보다는 '석사'에 조금 더 Professional을 기대하고 비용을 치르게 되지 않겠냐. "

정말 순진하게 그 말을 다 믿는 것은 아니지만, 가방끈이 짧기에 내가 손해를 볼 구실이 만들어진다는 점은 꽤 서운했습니다. 그래서 학위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2)고려대 FMBA(Finance MBA)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

위의 연봉협상 등 제가 기세등등하게 보이지만, 컨설턴트의 하루는 밤이 짧고 낮이 깁니다. 그렇다고 호기롭게 휴직하고 학교다니겠다고 지원할 만한 배짱도 없습니다. 컨설팅펌에서 그런거 기대하면 안됩니다. 

야간 또는 주말에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알아봤습니다. 

몇군데가 있긴 한데, 이왕 하는 거 브랜드를 좀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대는 Full-time이라 휴직해야하고, 고대와 연대가 있습니다. 

지원할려다 포기했습니다. 도저히 프로젝트와 수업참석의 병행이 힘듭니다.

약간의 손해를 보고 회사를 옮겼습니다. 컨설팅이 아닌 현업입니다. 저녁의 삶이 있는 회사입니다. 

정신승리를 해보자면 근무시간 대비 샐러리는 올라갔습니다. 가득률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하지만, 현업에서도 S와 1 of them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컨 생활동안 현업의 차장/부장들은 자신의 브랜드가 없으면 올라가지 못하는 것을 지켜봤으니까요. 

젊고 어린 나이의 동료들은 뭐든 가져다 쓰면 되지만, 부장 이상 임원은 브랜드가 중요합니다. 

어느 업무에서 이 사람 없으면 안되는 탁월한 레퍼런스가 있거나, 학위 등의 포장지가 상대적으로 낫거나... 

그래서 다시 MBA를 알아보고, MBA의 두 가지 과정 중 하나를 고릅니다.

General vs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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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모 증권사의 파생상품 & 시스템트레이딩 부서에서 근무할 때 담당 부장님이 이 일을 계속 하려면 카이스트 금융공학 석사를 다녀오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트레이딩은 체질에 맞지않았기에 한 귀로 흘렸지만 시간이 지나고 컨생활을 하면서 금융공학을 포함한 Finance 학위가 회사에서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 볼 수 있었습니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직원 개인은 선택을 받는 입장이므로 업무든 외부활동이든 선택받을 수 있는 요소의 Pool을 추가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내 선택지의 Pool에 들어가는 Output이 다른 이들의 Pool 구성에 비해 조금이라도 효용성이 높아야 함은 물론입니다.

예를 들어 금융사 지점에서 근무하는 주니어 레벨 중 본사 근무를 희망한다면 다른 주니어들이 갖지 못한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각 회사마다 문화의 차이는 있지만 아무래도 얼마나 빨리 업무의 습득이 가능한가를 보겠죠. 그 무언가의 증표는 자격증이 될 수 도 있고, MBA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MBA보다 Finance 학위는 조금 더 쓸모가 명확합니다.  MBA에 관심가지는 사람도 많고 취득하는 사람도 많아지다 보니, 조금은 특징을 가진 학위로 어필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 대학에서 어떤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서는 꽤 많은 수고가 필요합니다. 고려대든, 연대든 이미 성공한 브랜드인 MBA라는 이름 앞에 Finance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이미지업을 위해서 교수진은 물론이고, 졸업생들이 좋은 output을 가져갈 수 있도록 투자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온 네이밍은 분명 높은 신뢰성이 부여됩니다.

선택지를 고르는 조직의 입장에서도 좋은 대학의 Finance MBA는 안전한 카드가 됩니다.

적어도 1 of them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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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결론으로 저는 Finance MBA를 선택했습니다. 

마침 고대도 2018년도 입학생부터 Finance MBA가 Part Time 지원이 가능해서 고대와 연대의 입학설명회를 가봅니다.  학부가 고대이기에 연대의 문화가 궁금했습니다.  

결론은 고려대 지원으로 마음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고려대는 FMBA를 Part-time으로 변경한 후, 어떻게든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FMBA입학설명회를 따로 마련했습니다. 괜찮은 케이터링과 따로 준비한 소개책자.

그리고 열성적인 지도교수님.

연세대는 FMBA와 일반 MBA를 통합시켜 입학설명회를 했습니다. 뭐랄까..주최측의 의도는 모르지만 FMBA만 보고 온 저로서는 연대의 FMBA는 일반 MBA의 부록? 하나의 구색맞추기? 정도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수업의 출석.

고려대는 매주 수/목요일과 격주 토요일입니다.
처음 듣고는 토욜에 수업이라..이건 힘들겠다. 연대를 가야겠다 싶었습니다.

연세대는 주중3회 수업입니다.  
'주중 저녁 3회를 통해 내가 무슨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주중 3회면 회사에 어느정도 눈치를 봐야하고, 피곤에 쩔어서 의무방어전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수업끝나기 바쁘게 집에가야하는 동기들과 무슨 교류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MBA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물론 제일 본원적인 목적은 학위 한줄입니다.
하지만 지식은? 함께 시간을 보낸 동기들과의 인간관계는?
무엇보다 나의 2년이 보람된 기억으로 남는것이 아닐까요. 

상대적으로 고려대의 수업이 퇴근 후 참석하는 데 부담도 없고, 토요일 수업 덕에 딥스터디와 네트워크가 가능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촌역에서 백양로를 거쳐 연대의 강의실까지 가는 거리는 제게 멀었습니다.
퇴근 후 지하철역에서 바로 올라가면 강의실인 고려대가 제겐 너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고...사실 저 부분이  저를 제일 크게 움직였습니다)

(이 사진의 오른쪽은 바로 지하철역이고 가운데 보이는 문의 바로 왼쪽이 강의실입니다.)

개인적으로 MBA 프로그램을 피곤에 쩔어 어쩔 수 없이 출석 찍는 생활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과 함께 사발식도 하고, 교수님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적어도 학교를 같이 다닌 사람들과의 얼마나 함께 호흡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국 고려대에 입학지원을 했고, 합격을 해서 지금 다니고 있습니다.


3)내 선택에 현재 얼마나 만족하며 다니고 있는가.

사실, 이 대답은 간단합니다. 

나는 지금 고려대 FMBA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게 답입니다. 자긍심이 넘치고, 가슴을 펼 수 있는, 내 스스로 자랑스럽고 누구나 인정하는 선택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저 간단하고 가슴울리는 문장을 조금 풀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입학식후 바로, 1박2일 오리엔테이션을 거치며 응원전과 사발식을 거치게 됩니다.
같은 시간, 같은 수업을 듣는 피상적인 동기가 아니라, 서로의 동기애를 만들어주는 과정입니다.

첫 수업.
토요일 오전. 서로의 얼굴을 기억하며 반갑게 인사합니다.
점심 때는 고대가 서울 중심에서는 외곽이다 보니...
주변 지리를 모르는 이들을 교수님이 챙겨갑니다.
다들 점심을 함께 먹습니다.
어려운 수업을 뒤로하고 학교 앞 낡은 주점에서 한잔합니다.
고대 정문앞 낡은 주점.   고대이기에 가능한 낡은 주점입니다.

첫 MT.
다양한 회사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모여있고, 무엇보다 대부분 직장인이다 보니 대학 때보다 넉넉한 음식에 , 회사 워크샵보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1박 2일간 즐깁니다.
그동안 수업에 지친 뇌를 풀어주기 위해 각자 가져온 주종이 다양합니다.
우리의 뇌가 살아있음을 (고통으로써) 느끼게 해주는 교수님들도 함께 합니다.
흩날리는 벚꽃아래에서 모두가 함께 봄을 만끽합니다.

고대의 커리큘럼은 쉽지 않습니다. 못따라 갈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각오가 필요합니다.
저는 나이 40이 가까워져서...회사에 6시까지 출근해서 못따라가는 수업내용이나 숙제를 합니다.

개인적으로 커리큘럼이 너무나 맘에 듭니다.
최근 들어 금융에서도 더욱 중요해지는 데이터 처리와 코딩을 위해 R과 파이썬을 배웁니다.

 공대에서 FMBA를 위해 정윤서, 석준희 교수님이 토요일 내내 도전하는 마음을 길러주십니다.
경영학 배우면서 재무제재표를 읽을 줄 알아야죠?
회계원리부터 시작해서 사례 중심의 수업을 해주시는 이한상 교수님이 계십니다.
미국식 MBA 수업을 하십니다. 'What is Justice" 동영상을 보신분들은 고개를 끄덕이실겁니다.
학생의 수준에 맞춰서 진도를 조절하시는 지상계 편주현 교수님이 계신가 하면
나는 최선을 다해 끌고 갈테니 열심히 따라와라..며 채찍질 하시는 천상계 손범진 교수님이 계십니다. 

수업, 과제, 시험..그리고 방학이 되었습니다.
매우 바쁘게 그러나 직장과 학업 모두 소홀함없이 지내왔습니다.
오히려 학부시절 취업때문에 전전긍긍하던 신세가 아니라, 공부할 때 집중할 수 있고 마음은 더욱 여유롭습니다.  
같이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합니다.
사람사는게 다 똑같다 보니 연애상담, 배우자 상담도 합니다.ㅎㅎ

졸업한지 꽤 되서 캠퍼스의 낭만 같은게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만 잔디밭에서 다같이 밥도 먹습니다.

정리해보죠.

저는 저에 대한 가치(샐러리)를 '석사'가 아니라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은 만들기 싫습니다. 

그래서 고려대 FMBA를 지원했습니다.

퀄리티 높은 배움에 대한 높은 만족감, 나와 함께 호흡하는 든든한 동기들.
그리고 고려대 FMBA가 가져다 주는 신뢰감.

(여기에 고려대 마크를 넣을까 했지만 그건 오글거려서 빼겠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제가 MBA에 진학한 목적은 1 of them에서 Professional one을 향한 투자입니다.

그리고 저는 매우 만족스러운 주경야독을 실행 중입니다.

다시한번, 자랑스럽게.

나는 지금 고려대 FMBA를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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