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나간 날의 추억 - 라오스의 라오비어

in #krsuccess3 years ago

제가 라오스를 기억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은 스님들의 탁발도, 방비엥의 기묘한 산도, 블루라군도, 아침시장도, 메콩 강도, 쏭 강도 아닙니다.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방비엥까지 가는데 차량으로 보통 네 시간이 걸려요. 처음 두 시간은 ‘나름’ 쭉 뻗은 고속도로 느낌이라면, 뒤의 두 시간은 강원도 대관령을 생각나게 하는 구불구불 언덕길이죠.

고속도로 느낌의 길을 지나쳐 구불구불 길을 달려가요. 길 가에 띄엄띄엄 가마솥(큰 냄비?)이 보여요. 그 주변에 라오스 꼬맹이 서넛이 꼭 있어요. 어머니로 짐작되는 사람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요. 멀리서 잠재적인 ‘고객’이 탄 차가 온다 싶으면 꼬맹이 하나가 가마솥의 뚜껑을 들고 허공에 흔들어요. 그럼 가마솥과 가마솥 뚜껑에서 하얗게 솟아나는 김이 눈에 띄죠.

가마솥 안에는 뭐가 있을까요?

옥수수!! 삶은 옥수수!! 바로 따서 삶은 옥수수!! 정말 맛있는 옥수수!!

가마솥 뚜껑을 열어서 흔드는 행위는, ‘가마솥의 옥수수가 익었어. 그러니 사가..’라는 의미라고 해요. 옥수수가 덜 익었을 때는 가마솥 뚜껑을 흔들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가격은 굉장히 착해요.

잠깐 차를 멈춰서 옥수수를 사요. 차를 타고 가면서 후후 불면서 옥수수를 먹어요.

강원도 찰옥수수 만큼 맛있어요...

그 옥수수의 맛이 매개체가 되면 세상이 단순했던 시절들이, 왠지 가까이 느껴져요. 어릴 때 이미 추억이 되어 강렬하지는 않지만 정말이지 그리운 그 시절들이..

제가 라오스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장면이 가마솥 뚜껑 흔드는 아이들인건.. 그래서겠죠..

그래서 아마... 제가 라오스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방비엥에서 오토바이 빌려서 무작정 쏘다니다가 작은 시골 장터에 들러 구경도 하고(방비엥도 조그마한 면 정도 사이즈이기는 합니다만),

벌집 사서 쭐쭐 빨고 다니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서 라오비어 한 잔에 우육면 하나 시켜서 먹던 그 때가 그립습니다. 라오스 사시는 형님께서 그러시는데 이제 비엔티엔에서 방비엥 가는 고속도로가 잘 깔렸다고 하네요. 예전의 옥수수는 추억으로 남게되는 걸까요..

PS: 라오스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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