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팔난기 초벌번역 4-6

in #krsuccess5 years ago

황극이 말했다.

“그동안 사람에게 그토록 해를 끼치는 용이 있다면, 어째서 강한 노에 독화살을 끼워 싸 맞춰서 큰 해악을 제거하지 않는 것이오?”

점원이 말햇다.

“한마디로 말하기가 어렵지요. 저 용이 조화를 무궁하게 부립니다. 어린아이로 변해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높이고 칭찬하는 말을 모두 다 듣습니다. 혹은 노인으로 변해 시장을 돌아다니며 가축이 살찌고 마른 것을 모두 살핍니다. 혹은 장어로 변신해서 모래톱에 숨어있고 혹은 부평초로 변해 물 위를 떠다닙니다. 어디선가 진선께서 내려오셔서 숱한 사람을 위해 자비심을 내셔서 오성 도깨비가 한꺼번에 휩쓸어 가는 것처럼 없애버렸으면 좋겠습니다.”

황극은 탄식을 그칠 수 없었다. 이날 밤, 두 소년과 함께 침대에서 잤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길을 나섰다. 등룡강 발원지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검은 구름이 자욱하게 끼며 길 가운데서 큰비를 만났다. 비를 피할 곳이 없었다. 산꼭대기에 한 신당이 있어서 두 소년과 함께 비를 무릅쓰고 비틀거리며 달려 나갔다. 신당 앞에 이르러 젖은 옷을 벗어서 처마 아래 건 다음 호흡을 가다듬었다.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려서 반걸음도 내딛기 힘들었다. 잠시 뒤 산색이 점차 멀리서부터 옻칠을 한 듯 검게 변했다. 황극은 어찌할 줄 몰라서 두 소년과 함께 침대에 누웠으니 잠들기 어려웠다. 황극이 길게 한탄했다.
갑자기 등룡강 위쪽에서 어떤 사람의 목메어 우는 소리 흑흑 느껴 우는 소리가 멀리서 점점 가까워졌다. 그 소리 뒤로 천백 명이 통곡하는 소리가 하늘 구름가에 이르렀다. 슬픈 바람은 휭휭 불었고 근심 어린 구름은 쓸쓸했다. 그 애원하는 듯한 처량한 울음소리는 차마 듣기 어려웠다. 신당을 둥굴게 둘러싸 전후좌우 안팎과 주변을 겹겹이 에워 마치 견고한 성 같았다. 억지로 헤칠 수도 없자 황극은 어안이 벙벙해 어찌할 줄 몰랐다. 귀신무리 가운데서 한 귀신이 키가 크고 몸이 거대했다. 위엄이 있고 늠름한 모습이었다. 그 큰 귀신은 앞으로 나와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내가 바로 노천귀다. 너 황극은 남을 속이는 비루한 계책으로 나를 함정이 빠트렸다. 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내 부하를 죽였다. 내가 거느렸던 모든 도적이 이를 원망하고 원수로 여긴다. 어찌 복수하지 않겠는가! 내가 탄원해 지옥 염라대왕께서 죄 없다고 말씀하셨고 죽게 된 연유를 보셨다. 야차와 나찰 등 귀신을 시켜 네놈을 잡도록 했다. 이제 네놈 차례니 절대로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황극이 스스로 헤아려 말했다.

“저 귀신이 비록 자못 괴이한 일을 벌이지만 살아서 정직하지 못해 귀신이 되었다. 또한 눈앞에 빽빽이 벌여 섰어도 아무짝에 쓸모없다. 다만, 도깨비 귀신일 뿐이다. 풀과 나무에 붙어 있는 요괴, 도깨비일지니 어찌 두려워하겠는가!”

황극이 얼굴색을 바로 하고 꾸짖었다.

“너희는 살아서는 무도해,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지르는 것으로 생업을 삼았다. 죽어서는 미쳐 날뛰며 사람을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다는 것으로 재능을 삼았구나. 만약 네가 지옥의 염라대왕에게 탄원했듯 내가 너와 같은 죄를 지었다면 어찌 살기를 바라겠느냐? 너는 빨리 사라지거라. 잠시도 머물지 말아라. 반성하거라. 만약 한 걸음이라도 지체한다면 검수지옥, 도산지옥은 물론이고 좌효지옥, 용마지옥 등 모든 지옥에서 너는 천백 겁을 지내도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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