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전 경판본 현대어역(12)

in #krsucces5 years ago (edited)

군평이 물었다.

“저분은 이름이 뭐요?”

그 사람이 대답했다.

“내 성은 쇠를 뜻하는 쇠 금(金)을 열댓 개를 쓰오.”

군평이 곱씹어보고 말했다.

“쇠가 열댓 개니 그 가운데 하나를 떼어 성으로 삼으면 김(金)이요. 또 남은 쇠 대여섯 개가 서로 부딪치며 덜렁덜렁할 것이니 모두 합해서 이름을 만들면 ‘김덜렁쇠’가 되겠소. 저분은 이름이 뭐요?”

그 사람이 손을 불끈 쥐며 말했다.

“내 성명은 바로 불끈 쥔 손이요”

군평이 말했다.

“성은 주먹할 때 ‘주’, 이름은 ‘주먹’할 때 ‘먹’ 합쳐서 ‘주먹’이요. 저분은 이름이 뭐요?”

한 사람이 손을 쫙 펴서 보여주었다. 곁에 있던 털풍이가 곱씹더니 말했다.

“손을 펴서 보였으니, 성은 ‘손’이요, 이름은 ‘가락’ 합쳐서 ‘손가락’이요. 저분은 이름이 뭐요?”

한 사람이 대답했다.

“내 이름은 한가지[서로 같음]요.”

떠중이가 말했다.

“저기 있는 저분과 이름이 같다는 말이오?”

그 사람이 대답했다.

“아니, 알고서 하는 말이오? 내 성은 ‘한’이고 이름은 ‘가지’란 말이오.”

“저분 이름은 뭐요?”

한 사람이 대답했다.

“나는 사람 패는 몽둥이의 아들놈이오.”

“저분 이름은 뭐요?”

한 사람이 대답했다.

“나도 그렇소.”

부딪치기가 히히 웃으며 나와서 말했다.

“그러면 그대도 몽둥이 아들이란 말이오?”

그 사람이 말했다.

“아니 이 사람아, 어디서 우스운 척, 짓궂은 척, 말 잘하는 척이요? 누구를 욕하는 말이오? 성명을 똑바로 말해도 못 알아듣나? 글자 하나하나 뜯어서 말해야 알겠소? 성은 ‘나’ 이름은 ‘도기’라고 하오.”

“저분 이름은 뭐요?”

한 사람이 말했다.

“내 이름은 이 털, 저 털, 개털, 소털, 말 털, 시금털털[맛이 시다]이라 하는 ‘털’에다가, 걸음걸음 보보(步步)의 ‘보’를 더한 ‘털보’요.”

“저분은 이름이 뭐요?”

한 사람이 대답했다.

“좋지 아니하오.”

거절이가 달려 나오며 말했다.

“이름을 물었는데, 좋지 않다는 말이 무슨 말이오?”

그 사람이 대답했다.

“내 성은 ‘조’, 이름은 ‘치안’이오.”

군집이가 달려 나오며 말했다.

“저분은 태어난 해의 간지(干支)는 무엇이었소?”

한 사람이 대답했다.

“나는 헌 누더기를 입고 덤불 사이로 나오는 해에 태어났소.”

떠죽이 곱씹은 다음 말했다.

“헌 옷을 입고 가시덤불 사이로 나왔으면 아주 찢어질 듯 아팠겠소. 참기 어려웠을 것이니 참지 못하겠다는 뜻의 무인(無忍)이라, 무인(戊寅)년에 태어났겠소. 저분은 무슨 해에 태어났소”

한 사람이 대답했다.

“나는 머리에 종기가 나는 해에 태어났소.”

군평이 말했다.

“머리에 종기가 났다면 병을 얻은 것이니, 병인(丙寅)년에 태어났는가?”

또 한 사람이 말했다.

“나는 등창 나는 해에 태어났소.”

군집이가 곱씹으며 말했다.

“그대는 병을 등에 짊어졌으니 병진(丙辰)년에 태어났소.”

다른 한 사람이 달려 나오며 말했다.

“나는 발에 종기가 나는 해에 태어났소.”

쥐어부딪치기가 말했다.

“병을 신었으니 병신(丙申) 년이겠소.”

한 사람이 말했다.

“나는 그해 첫 쌀이 나는 해에 태어났소?”

나돌몽이가 말했다.

“새 쌀이 난 것이니 새로울 신(新)에 쌀 미(米)를 합친, 신미(辛未) 년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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