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없는 상담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개인상담소에 오는 열 명 중 다섯 명은 2회기에 볼 수 없고 나머지 다섯 명 중 세 명은 10회기 안에 드롭아웃 되지 않을까 싶다(상담만으로는 임대료도 못 내니 다들 수퍼비전이나 교육, 강의 등에 열중하는 슬픈 현실. 내부 수련생이나 2급 자격 취득자 대상으로 돈을 벌려 하니 다단계와 다를 게 없단 얘기도 빈번하게 나온다).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이 10회기 이상의 심리치료를 통해 호전을 보인다 하더라도 그게 심리치료 때문이었는지 상담자가 알지 못 하는 외부 환경적 요인 때문이었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심리치료를 하면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 정도의 기본적 확신은 있기 때문에 상담을 하고 있다. 의심이 많고 낙관보다는 비관에 더 익숙한 내게 이 기본적 확신이 생기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바로 앞 문단에서 얘기했듯이 모든 사람이 심리치료를 해서 좋아지는 것은 아님을 알고 있다. 좋아지는 사람보다 별 반응이 없거나 오히려 더 안 좋아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는 하지만 점점 안 좋아지다가 상담이 조기종결되는 경우를 경험하니 이 말조차도 썩 와닿지 않는다.
치료자로서의 유능감을 가진 사람들이 부럽다. 내담자와의 라포를 형성하여 내담자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게 되는 경험을 반복함으로써 생긴 그런 유능감이 부럽다. 하지만 내가 현재 유지하고 싶은 태도는 열 사례 중 아홉 사례가 좋지 않게 끝나더라도 한 사례가 치료자를 통해 호전을 보인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마인드로 하루하루 심리치료 및 자기분석에 정진하는 태도다.
작년 한 해 상담에서 좌절과 무력감을 반복하여 경험한 것은 어찌 보면 모든 내담자를 호전시켜야 한다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어떻게 모든 내담자를 다 호전시켜. 그건 망상이지.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하면서도 깊은 내면의 과대자기는 그와 반대되는 생각을 갖고 있었을 수 있다. 왜 상담이 그렇게 진행 되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포커스가 자신에게 오다 보니('상담자로서 나는 자질이 없나?')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이 적었을 수 있다.
저명한 상담자와 했던 인터뷰 가운데 실패에 대한 태도에 가장 도움이 될 만한 인터뷰 중 하나는 정신과 의사 프랭크 피트먼(Frank Pittman)과 했던 것이다. (중략) 피트먼은 많은 관객 앞에서 무대에 서서 어느 한 가족과 했던 상담 시연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담자로 지목된 다루기 힘든 젊은 남자 내담자를 밀어붙였고, 그 소년은 화가 나서 무대 밖으로 걸어 나가 버렸다. 소년의 어머니와 누이들은 그를 다루는 방식에 매우 화가 나서 피트먼에게 마구 쏘아붙였고, 문 밖으로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다음에 관객들이 일어나서 무대에 앉아 있는 피트먼을 홀로 남겨 두고 퇴장하며 항의하였다. 워크숍 주최자는 이것에 너무 화가 나서 그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즉시 그를 차로 공항까지 데려다 주었다. 심지어 그가 떠나기로 되어 있던 공항도 아니었다. 그저 워크숍 개최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공항이었다. '그 후에 어떻게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었나요?' 나는 피트먼에게 물었다. '어떻게 공식석상에서 당신 얼굴을 다시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었나요?' 피트먼은 그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고 그렇죠, 뭐.' (중략) '..조금의 위험이라도 감수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좋은 상담을 할 수 없어요. 어떤 때는 효과가 있고, 어떤 때는 효과가 없죠. - 상담자가 된다는 것, 198-199쪽.
유능한 상담자로 보이고 싶고, 내담자에게 상담자로서 좋은 면만을 보여주려 하기 때문에 직면이나 해석이 어렵고, 이것이 효과 없는 상담으로 이어지는 것일지 모른다. 상담자가 된다는 것의 저자 제프리 코틀러의 말을 들어보자. "얼마나 열심히 하든 상관없이, 얼마나 열심히 연구하고, 배우고, 실천하든 상관없이, 여러분은 좋은 상담을 할 것이고, 또 형편없는 상담을 할 것이다."(203쪽) 상담자로서 유능하게 보이고 싶다고 해서 내담자에게 유능하게 보여질 수 있을까? 없다. 이 또한 비합리적인 사고이며 무용할 뿐만 아니라 내담자에게 해악이 되는 행위다.
결점이 많은 자신을 용서할 수 있다면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무엇이라도 해보려는 노력에 뒤따를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배움을 얻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실패하지 않으려는 태도로는 아무것도 배울 수가 없다. 형편 없는 상담자가 되고 싶다면 수퍼바이저나 내담자나 동료의 인정을 받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무사안일주의 상담을 하면 된다. 정말 쉽다.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유료 세팅인데 합의 종결 및 20회 이상 진행 중인 상담 따져보니 한 50% 정도 되네요. 전 1회나 무단종결 같은 비율은 30-40%면 괜찮다고 보고 있습니다. 근데 수퍼바이저는 자신이 차려서 할 때 드랍율 30%는 빨간불이라고 했어요. 허허...
반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군요. 생각보다 높은 건 room9님이 바로 그 유능한 상담자이기 때문 아닐까 싶어지기도 하구요. ㅎ 부럽습니다. 연식이 좀 쌓여야 덜 형편없어질 텐데 갈길이 머네요. 그나저나 1급이 차린 개인상담소 평균 드랍율이 얼마나 될지 상당히 궁금하네요. 바우처 빼고 상담만으로 월삼백은 버는지..
한번 만나서 계산기를 두드려 봅시다. ㅎㅎ 전 지금이 그런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기에요. 청소년을 주로 하시는 걸로 아는데 거기서 드랍률을 계산한다는건 좀 의미가 없지 않나 이런 생각도 합니다. ㅎㅎ 어쨌든 성장하기 위해 자신을 성찰하는건 반드시 필요하고 완벽하려는 마음은 모든 상담자들이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할 숙제죠.
어떨 땐 훌륭하고 어떨 땐 엉망인 상담하는 거 맞습니다. 최근 받았던 수퍼비전이 엉망이었던 대표 케이스였죠. 그것도 2번이나요. 그러고 나니 조급함을 내려놓고 좀 더 편해지기도 하고 진행도 한결 나아진거 같아요. 지금은 한발한발 나아가는 것만 보고 갑시다.
사람을 대하는 직업은 동일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군요 ^^ 힘내세요 ~
철학전공하셨군요. 반갑습니다. 영어를 가르치는 일에도 유사한 어려움들이 있나 봐요.
다양한 상담관련 연수,자격과정비 등등 과정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힘든 일인것 같아요
저도 한참 공부하다 접었어요 ㅠㅠ
힘 내세요 풀봇 드립니다. ^^
석사 나와서 상담심리사 2급 자격 따고 2~3년 활동해도 연봉이 3000이 안 돼요. 돈도 적게 벌고, 1급 따기 위해 또 4~5년 수련하고 돈 천만 원 그냥 날아가고.. 접으신 게 현명하서요. 이번에 부모님 집 건축하신 것 보고 정말 깜놀했어요. 다재다능한 raah님은 상담 하셨어도 잘 하셨을 것 같아요. 저야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박사졸업은 못 하더라도 수료까지는 가볼 생각입니다. ㅎㅎ 풀봇 감사드립니다.
상담은 정말 쉽지 않은 길이네요.
자신의 어둡고 부정적인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낼 용기가 내담자에게 필요하듯이 상담자도 마찬가지였군요. 한 번도 그런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실패할 수도 있고 어쩌면 매번 시험을 치듯이, 상담자 또한 인간, 완벽할 수 없다는 결점을 수용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군요..
전 언제나 한 발자국 떨어져 냉철하거나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줄 알았거든요.. 상담은 어느 때보다 양쪽 다 마음을 다해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마주해야하는 과정이었군요..
자신이 넘지 못 한 산을 내담자 보고 넘으라고 할 수는 없으니 말이죠.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보이는 것은 아마도 내담자가 더 많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상담자의 self를 억제하기 때문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