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그곳에 남기고 오지 못한 것들

in #kr-pen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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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입이 짧다. 그럼 지금 찐 그 살들은 거저 붙은 거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분명 있겠지만 그건 다 술과 함께 얻어진 것들이다. 취하면 평소 깨작대던 보상심리가 작용하는지 이성의 끈을 놓고 먹기 시작하는데 아무리 먹어도 허한 속을 채울 길 없다. 거기에 술을 먹었단 이유로 다음 날까지 운동도 거르고 뒹굴 거리니 더 찌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다. 뭐, 아무튼.

후쿠오카 여행은 내가 한 여행 중 가장 잘 먹고 돌아다닌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이 특별해서 그런 거보단 다들 아시겠지만 너무 더워서 잘 먹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었다. 그렇다보니 하루에 네 끼씩 먹으며 돌아다녔음에도 집에 돌아왔을 땐 살이 오히려 빠져있었다. 뭐, 어쨌든.




그래서 남기지 못한 것들

일본에 도착해 처음 먹은 음식인 오야코동(親子丼). 일본을 대표하는 덮밥 중 하나로 간장에 조린 닭고기에 계란을 풀어 올린 음식이다. 오야코동의 또 다른 이름은 모자 덮밥으로 닭고기와 계란이 함께 들어간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주변에 이름난 맛집들이 즐비했지만 오래 기다려야하는 것은 물론 한국인이 너무 많아 눈에 보이는 대로 들어온 집이었다. 덕분에 가게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다. 함께 나온 건 민찌로 고기완자와 맛이 비슷하다.








이튿날 점심으로 먹은 스테키동(ステキドン). 말 그대로 스테이크 덮밥이다. 밥 위에 양배추와 스테이크를 얹고 스테이크와 먹을 와사비를 조금 준다.

스테키동을 먹은 곳은 니쿠젠(ニクゼン)이라는 음식점인데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라 가게가 문을 열기도 전에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였다. 나는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하고 30분이나 기다렸다 먹게 됐다.

먹다 문득 든 생각으로는 한국인은 음식에 불고기를 넣는 습성이 있다면 일본인은 밥 위에 얹는 습성이 있는 게 아닌가하는.








고독한 미식가에 소개 되었던 미야케 우동(みやけうどん). 나는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도 소개되어 알게 됐는데 그런 거 치고는 가게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구성은 매우 간단하다. 우동 위에 얹을 토핑을 선택하면 끝.

이 집의 특징은 우동면을 미리 삶아 두고 따듯한 물에 담가뒀다 주문이 들어오면 육수와 함께 내준다. 그래서 면의 식감이 탱글탱글하지 않고 입 안에서 녹아내린다. 꼬돌꼬돌 탱탱한 면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다소 충격적이었는데 국물을 먹고 나서 나도 모르게 “아!”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맑고 깊은 칼칼함이 정말 끝내줬다. 일본에서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

예전에 누군가 내게 우동을 먹을 때 면이 주인지 국물이 주인지 물은 적 있다. 그땐 대답 못했지만 이제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전초밥 집 스시로(スシロ). 우동을 먹은 후 일본에 왔는데 그래도 초밥 한 번 먹어야하지 않겠나하는 생각으로 찾은 곳이다. 스시로는 한국에도 있는 프랜차이즈다.

대부분의 초밥은 100엔으로 테이블에 마련된 개인 패널로 먹고 싶은 초밥을 주문할 수 있어 편했다. 혼자 조용히 식사를 하기에는 최적이었다.
일본에서 초밥이 대중적인 음식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백발의 할머니가 혼자 오셔서 초밥을 드시고 가시는 걸 보고나니 그 대중성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100엔이면 싸다고 생각해 마음 놓고 먹었는데 너무 많이 먹었는지 돈이 꽤 나왔다. 그나저나 오이 초밥도 있다는 거 혹시 알고 계셨나요?








후쿠오카 박물관 레스토랑에서 파는 오늘의 도시락이다. 한정수량만 판매하는 도시락인데 운 좋게도 맛 볼 수 있었다. 일본하면 초밥이나 회가 유명하지만 도시락 또한 일본하면 떠오르는 음식 중 하나다.

고등어조림과 계란말이. 간단한 튀김, 오뎅, 톳 무침과 유부로 추정되는 찜. 그리고 양배추 샐러드. 일반적인 도시락이었지만 반찬이 갖춰진 음식이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맛이 좋았다. 역시 한국 사람은 반찬이 있어야하나 보다.

근데 일본사람들은 왜 그리도 양배추를 좋아할까요? 어디 음식점을 가도 빠지질 않네요.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 소개된 고마카페 마루니의 카레. 이름처럼 카페 같은 분위기의 음식점이었다. 내가 갔을 당시에는 사장님 혼자 운영을 하고 계셨는데 평소에는 아내분과 함께 운영한다고 한다.

카레 위에 둥글게 올라간 것은 양파 튀김인데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튀기기 때문에 바삭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카레의 맛은 뭐랄까 함박스테이크 소스와 비슷한 느낌? 달짝지근하고 끝 맛이 살짝 매콤했다. 가격은 생각보다 비쌌는데 한 그릇에 천 엔이 넘었다.
아! 인도 다음으로 카레를 많이 먹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종류도 많은가 봅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먹은 돈코츠 라멘(豚骨ラーメン). 돈코츠 라멘은 돼지 뼈로 우린 육수에 챠슈와 계란을 고명으로 얹어 먹는 게 특징이다.

돼지 뼈로 우려낸 육수는 느끼하고 특유의 꼬릿꼬릿한 냄새가 나는데 이걸 못 참는 사람은 돈코츠 라멘을 먹기 힘들다. 그리고 아쉽게도 그러한 사람이 바로 나다.

10년 전 처음 라멘을 먹었을 때도 느끼한 맛에 입에 대질 못했는데, 지금은 괜찮으리라 생각했지만 그 입맛이 어디 안 가는지 반 정도 남기고 돌아섰다.



이밖에도 숙소에 들어오면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과 레토르트 식품들을 먹으며 캔맥주도 마셨다. 도시락이며 빵이며 샌드위치며, 일본 편의점 음식들은 하나 같이 맛이 좋았다. 아, 도시락을 사면 계산대에서 직접 레인지에 돌려주는 것도 신기하고.

뭐, 어쨌든 난 입이 짧다. 물론 믿기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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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그곳에 남기고 오지 못한 것들
written by @chocolate1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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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입이 짧다..
많은 살은 술과함께 만들어진것....ㅋㅋㅋㅋ

설득력이 없는데요...
술은 많이드시는것보면 절대 입을 짧지않습니다....ㅋㅋ
덕분에 웃고갑니다..

후쿠오카서 잘먹고 잘지내셨다니 다행이예요
요즘분들 일본 많이가시는데
저두한번 가고싶은충동이 이네요..ㅋㅋ

전혀 설득력 없지만 전 입이 짧습니다. ㅋㅋㅋ

한국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서 짧게 다녀올만한 거 같아요. 이제는 기회만 되려면 일본에 가보려고요. :)

오......저도 먹어봐야겠습니당!

꼭 드셔보시길 맛있습니다. ㅎㅎ

역시 고독한 미식가에 나온 집이.. ㅎㅎ
잘 드시고 오셨네요

네. 별로 신경 안쓴다고 했는데 남은 건 먹은 거 밖엔 없더라고요. :)

후쿠오카다녀온지 3,4개월정도된것같은데
음식을보니 또가고싶어지네요ㅎ

저도 글 쓰면서 다시 가고 싶더라고요. ㅠ 너무 즐겁게 돌아다녀서 돌아와서도 현실에 적응에 하는데 어찌나 힘들던지요. ㅠ

입이 짧.....네네 믿을게요^-^;;;;
초밥 천국에서 살고 싶어요

초밥 천국이라.. 진짜 그곳은 천국이겠네요. :)

chocolate1st 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마 기억 못하실지도ㅠ ㅎㅎ 정말 입이 짧은 게 맞는지요?ㅋㅋㅋ 저도 일식 참 좋아하는데.. 한국에서 먹긴 좀 비싸네요

안녕하세요 콜드님. 물론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
콜드님 쓰신 글 인상 깊어서 제 머릿속에 아주 잘 남아있답니다. :D

소개한 스시로가 한국에도 있는데 일본에서는 100엔이라 먹을만 했는데 한국에서는 1700원 정도해서 못가겠더라고요. 무한초밥집에나 가야할 거 같아요. ㅎㅎ

잘먹고 잘 다녔다니 보기 좋네요~
가끔은 그렇게 혼자 훌쩍 떠나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게
좋은거 같습니다.
일하는 원동력? 이 되는거 같아요 ㅎㅎ
즐거운 하루 되세요!

저도 제가 이렇게 많이 먹고 다닐 줄은 몰랐어요. ㅎㅎ

정말 요즘에는 다음에 외국 나갈 생각만으로 일하는 거 같아요. ㅠ

크~ 짭조름한 음식과 그 경쾌하면서도 이질적인 일본식당의 분위기... 거기에 비루~

그 곳에 저를 남기고 오고 싶네요.. 맨날 주저앉아서 먹게..ㅋㅋ

저도 지금 비도오니 따끈한 하고 시원한 미야케 우동한 그릇한 먹고 싶어요. ㅠ

흐음 다 탄수화물이 들어가있군요.ㅋㅋㅋ 그래도 살이 빠지셨다니 다행..ㅋㅋ 아 일본가면 저도 덮밥류가 정말 먹고 싶어요..물론 스시는 기본.ㅋㅋ

그러고보니 진짝 그렇네요. 거기에 맥주까지. 진짜 살이 안 찐게 다행인 거 같아요. ㅋㅋㅋ

음식들에게 오갱끼데쓰까 외치시고 계실 것 같아요 ㅎㅎㅎ

안 그래도 아직 정신은 일본에 있는지 영 일이 손에 안잡히더라고요. ㅎㅎ
다시 외국에 나갈만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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