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적 오르가슴’을 느끼는 달리기-순간을 영원으로(#69)

in #kr-mindfulness8 years ago (edited)

일괄편집_덕유산 정산 가까이 핀 산오이풀꽃 무슨 꽃인지.jpg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길 바라면서 시작합니다.

마라토너들은 달리면서 가끔 오르가슴에 가까운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내게 마라톤은 멀기 만한 세상인데 그 희열의 상태만은 궁금했습니다.

근데 오늘 저는 3킬로 남짓, 가볍게 달렸지만 그 비슷한 경지를 체험했습니다. 글로 남기지 않을 수 없더군요. 비록 짧았지만 결코 잊히지 않을 순간이었거든요.

오늘은 새벽부터 가을비가 왔습니다. 이 비를 맞으며 달리고 싶더군요. 이전에도 ‘비 맞고 달리기’라는 주제로 네 번 정도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느낌은 다 달랐지만 시기는 대부분 여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초가을. 서늘한 가을인데 비까지 내리니 더 움츠려들기 쉽습니다. 근데 저로서는 비 맞으며 달리기에 대한 매력을 충분히 맞본 상태라, 가을비가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더군요. 사회적으로는 메르스 어쩌구 하면서 뒤숭숭하기도 하니까 더 끌립니다. 이럴 때일수록 움츠리지 말고 면역력을 키워야할 테니까요.

그저께 내게 친구이자, 달리기에 대해서는 선생인 이웃이 해준 이야기도 적절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꼭 필요하다 싶은 정보 한 가지를 들자면,
“비 맞으며 달릴 때 손이 젖으면 안 돼요. 손이 식으면 무척 힘이 더 들거든요. 비옷을 입고, 꼭 장갑을 끼고, 얼굴도 젖지 않게 모자를 쓰세요.”
그러니까 심장은 달리는 데 에너지를 다 쓰지 못하고, 식은 손이나 젖은 얼굴을 덥히기 위해 에너지를 쏟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 조언을 참고해서 단단히 무장을 했습니다. 가벼운 비옷을 입는 건 물론 손이 젖지 않게 코팅이 된 장갑을 끼고, 모자를 썼습니다.

이렇게 하고 일 킬로쯤 가볍게 뛰니 덥습니다. 몸 안에서 열이 나는 데 이 열이 밖으로 제대로 배출이 안 되는 상태인 거지요. 비옷을 벗어버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참아야지요. 비를 맞는 순간 몸이 금방 식을 테니까요.

뛸수록 점점 몸이 더워집니다. 나중에는 콧잔등에도 땀이 맺히더군요. 겨드랑이 땀도 느껴지다가 점차 등짝이 젖는 느낌이 듭니다. 속옷까지 땀으로 젖었다는 겁니다.

집 가까이 오르막이 나타나자, 숨을 고르기 위해 걸었습니다. 몸이 확확 달아오르는 느낌이 듭니다. 어느 순간 오르가슴에 가까운 희열이 느껴지네요. 나른한 황홀감이 밀려옵니다. 근데 이 느낌은 성관계 때 오는 오르가슴과 비슷하면서 또 조금 다른 거 같아요.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참에 저는 오르가슴에 대한 정의를 바꾸고 싶습니다. 사전에 의한 정의를 보자면 ‘성적 흥분과 희열이 높아지면서 생리적으로 절정에 이른 상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희열은 왜 느껴지는가? 또는 어디서 오는가? 하는 의문이 다시 듭니다. 오늘 부족하지만 저 나름 그 답을 찾았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옷을 갈아입는 데 겉옷까지 많이 젖었더라고요. 뛰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땀이 한결 많이 난 셈입니다.

그 어떤 깨달음이 번개처럼 스칩니다. 오르가슴에 대한 정의는 먼저 몸에서 비롯된다는 겁니다. 제가 내리고 싶은 정의는 ‘온몸 구석구석의 땀구멍이 고루 열린 상태’라 하겠습니다. 이 때 중요한 건 외부 열(태양이나 난방에 의한 열)이 아닌 몸을 움직여서 내는 ‘몸 열’이어야 합니다.

또한 몸을 많이 움직여 땀이 난다고 다 그렇게 되는 게 아닙니다. 이 세상에 땀 흘리는 일이나 운동이 얼마나 많습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골고루. 몸 구석구석에 분포하는 셀 수 없이 많은 땀구멍이 고루 다 열릴 때라는 겁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속을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심장, 허파, 실핏줄까지 두루 열린 상태.

그러니까 고루 다 열리면 열릴수록 오르가슴의 강도와 깊이와 넓이가 달라지리라 봅니다. 그렇다면 다시 무엇으로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까요?

오늘 제 경험으로만 말하자면 마음이라 하겠습니다. 온몸이 데워지고, 온몸 구석에서 땀이 나니까 마음이 달라지는 겁니다. 다 사랑스럽고, 다 안아주고픈 마음이 솟구칩니다. 가슴 가득 차올라, 넘치는 그 무엇입니다. 제 평생 이런 느낌은 처음입니다. 내가 하는 일, 내가 만지는 도구, 내가 만나는 사람……. 그 무엇이든 다 안아주고픈 마음입니다.

부부 관계에서 느끼던 것과 다릅니다. 강도는 약하지만 깊이나 넓이는 한결 더 나은 거 같으니까요. 시간도 그렇습니다. 오르가슴의 느낌이 결코 짧지 않고 제법 오래 가더군요. 그렇다면 오늘 이 느낌은 ‘성적인 오르가슴’에 견주어 ‘우주적 오르가슴’이라고 이름 붙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봅니다. 온몸을 고루 알맞게 움직이면 몸이 따뜻하게 데워집니다. 더불어 마음도 데워집니다. ‘사랑한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니라 입에 저절로 튀어나올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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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경험이네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체험이라 더 그런 거 같습니다.

저도 달리다보면 자주 느껴요 또 달리러 나갑니다 ㅎㅎㅎ

파치아모님은 만능맨^^
저는 기회가 되면 풋살 해보고 싶어요

풋살나오세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비오는 날 달리기
온몸을 덮고
체온을 보호하면서 달리기
그 희열을 만끽해보고 싶네요

무리하지 않고
그저 자신한테 맞게 달리면 되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달리는 기분, 상상만 해도 희열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것은 온몸과 마음을 오롯이 자연에 내놓은 광화님의 열린 마음 때문에 가능한 경험이 아닐까 하네요. 우리 모두, 지구, 우주 ... 다 연결되어 결국은 하나이니 사랑이 절로 솟았을까요?! 빗 속의 명상이시네요 :)

모두가 하나라는 연결 의식은 의식 각성의 하나라면
이 경험은 몸과 마음이 뜨거워지면서 생기는...
직접 한 번 겪어보세요^^

그런 느낌을 가져본게 10여년 전 쯤이겠네요..ㅎㅎ

유피님이 한참 선배군요 ㅎㅎ

우리가 깊이 아플 때도
마음이 열린다면
따스한 깨달음이 있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따스한 깨달음^^

오르가즘은 작은 죽음petite mort이라고 한다지요. 그러나 우주적 오르가즘은 큰 죽음이라 하겠네요. ^^

작은 죽음이란 에고가 사라진 걸 뜻하나요?
아주 새로운 해석입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발목이 안좋아 이런 체험은 얻기 어렵겠군요ㅎㅎ 오르가슴에 버금가는 느낌이라니 부럽습니다^^

그럼 탱고를 어떻게 추시나요?

탱고는 걷는 수준의 힘이 가해질 정도여서 아직까진 큰 무리는 안가는 듯합니다.
많이 걸으면 안좋긴한데 탱고추기위해 조절을 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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