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in #kr-book8 years ago (edited)

월덴지기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임상심리전문가의 을 읽고 구입한 책입니다.

이미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저는 문장을 제대로 쓰는 편이 아닙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제 이미지처럼 투박한 편에 가깝죠. 그래서 심리평가 보고서 수퍼비전을 수퍼바이저에게 받을 때도 문장에 관한 피드백을 종종 받았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해서 블로그에 많은 글을 올렸지만, 비문이나 영어식 표현이 많음을 스스로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고쳐야 될지 몰라서 그냥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논문 심사위원 중 한 분이 문장에 관해 지적하면서 다시금 제 문장을 돌아보게 됐는데요.

사놓기만 하고 펴보지 않았던 이 책을 펼치게 된 동기라면 동기입니다. 이 책에는 비문과 비문을 수정한 대안적 문장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저자가 매우 오랜 세월 동안 교정일을 해 온 분인지라 사례들이 풍부하고 와닿습니다. 평소에 많이 저지르는 문장 오류(오류인 줄도 몰랐던)를 깨닫게 되네요.

이 책은 시작은 '적의를 보이는 것들'을 다룹니다. 적, 의, 것, 들이 대체로 문장에 불필요하게 들어갈 때가 많아서 이런 식으로 외우기 좋게 한데 엮었나 봅니다.

제가 쓴 문장에서 오류를 찾아 보겠습니다,

1 의

"우리의 뇌는 새로운 자극에 기민하게.." <- 이 문장에서 '의'는 굳이 넣지 않아도 좋습니다.

저자가 제시한 예로서 "문제의 해결, 음악 취향의 형성 시기" 등이 있습니다. '의'를 빼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의'가 불필요하지 않은지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2 것

"섭식문제는 전략적으로 뒤로 제껴 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 섭식문제는 전략적으로 뒤로 제껴 놓아야 합니다,라고 표현해야 깔끔하죠. '제껴'라는 표현도 사투리네요. '젖혀'가 맞습니다.

3 들

"전문가들의 직관적 판단의 기저에는..." <- 문장의 맥락상 전문가라는 명사 자체가 전문가 집단을 의미하는 것에 가까우니 굳이 '들'을 붙이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접미사 '-들'을 남발하는 문장은 대부분 번역 문장이다. 출발어에 복수형으로 쓰인 걸 그대로 옮기다 보니 한글 문장에도 '들들들'을 붙이는 것이다. 정확한 번역을 위해 그리 하는 걸 뭐라 할 수는 없겠다. 다만 옮긴 문장을 다시 한번 읽어 보고 제대로 된 한글 문장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28쪽.

저자는 글쓰기에서 빼기의 미학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한 글자라도 더 썼을 때는 문장 표현이 그만큼 더 정확해지거나 풍부해져야지, 외려 어색해진다면 빼는 게 옳다. 45-46쪽.

4 '있는', '있었다'도 불필요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심리적 소진을 경험하고 있는 분들" <- 제가 쓴 문장은 아닙니다. '심리적 소진을 경험하는 분'이 낫지 않을까요.

저자의 예로서, "분명한 것은 우리가 서로 존중하고 있다는 점과 상대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 "분명한 것은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에게 기쁨을 준다는 사실이다."

한결 깔끔해졌네요.

"망상을 통해 그나마 자기에 대한 통합된 감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건 제 문장입니다. 망상을 통해 그나마 자기에 대한 통합된 감각을 유지했다 하더라도,로 바꾸는 게 낫겠네요.

"하지만 불을 끈 이후의 삶을 다루는 데 있어 의학적 치료는 한계를 지닙니다." 이것도 제 문장인데요. 하지만 불을 끈 이후의 삶을 다루는 데 의학적 치료는 한계를 지닙니다,가 낫죠. '있어'는 불필요합니다.

습관적으로 쓰는 표현 중 하나가 '~하는 데 있어'인지라 도움이 됐습니다.

액세서리 같은 걸 해 본 적이 없어서인지 문장에서도 액세서리 같은 표현이 달라붙어 있으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지나친 장식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57쪽.

제가 쓴 글에는 얼마나 많은 장식이 있을까요.. 책의 저자인 김정선님에게 교정 받고 싶어집니다.

5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 -에 대한(대해)

사랑에 대한 배신. 노력에 대한 대가. 예문에서 보듯 '대한'이 들어간 문장은 '대한'을 활용한 문장이라기보다 '대한'이라는 붙박이 단어를 중심으로 나머지 단어를 배치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니 주체적으로 '대한'을 선택해 쓴 것이 아니라 '대한'에 기대서 표현한 것뿐이다. 그리고 '대한'은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 준다. 표현을 더 정확히 하려고 고민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 주니까. 사랑을 저버리는 일 (또는)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는 행위 (또는) 사랑에 등 돌리는 짓 등등. 노력에 걸맞은 대가 (또는) 노력에 합당한 대가 (또는) 노력에 상응하는 대가 등등.

"인간 개개인의 심리에 대한 이해가 심리치료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 이건 정신분석적 사례이해라는 교과서에서 가져온 문장입니다. 서울대 권석만 교수를 비롯한 여러 선생님이 공역한 책입니다.(쿨럭) 개인 심리를 이해하려는 행위가 심리치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이라고 바꾸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의', '~에 대한', '있어서'를 빼니 문장이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날마다 병원에서 공문서로서의 심리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내용뿐만 아니라 문장의 형식에도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는 중입니다.

한글의 간명함과 풍부함을 살리며 글 쓰고 싶으신 분은 이 책을 일독하길 권합니다. 중간중간 교정 작업에 관한 어떤 에피소드가 소설의 흐름처럼 이어져서 지루함을 덜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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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책 소개입니다. 저도 한 권 사서 교정받고 싶네요. 알면서도 습관이 되어 고치기 힘든 표현도 많고, 누군가 이야기 해 주기 전까지는 몰라서 고치지 못하는 표현도 많더라고요. 책에서 말하는대로 '빼기'만 잘해도... 욕먹지는 않는 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쓰기가 넘 어려워요...이런 책이라도 읽어야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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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죠. 늘 어렵지만 재미도 있어서 계속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고민했던 적이 있는 내용들의 집합인것 같습니다. ㅋㅋ

책이 얇아요. 한 권 구매 추천드립니다. ㅎ

글쓰기는 늘 어렵죠... 쓰는 사람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는 언어란건 10대들이 쓰는 언어 뿐이려나요 ^^;

맞아요. .

뭐 읽는이가 글쓴이의 의도만 받아들일수 있으면 되는것 아니겠어요?ㅎ 완벽할필요 없습니다

내려놓기와 숙련하기의 왕복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읽기엔, 문장 잘 쓰시는 걸요. 다만 '관해' '대해'만 빼면 좋을듯요. ㅎㅎㅎ
좋은 문장의 기준은 잘 읽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ㅎㅎㅎ

ㅋㅋㅋ 예리한 지적이십니다. 역시 작가셔요

제 문장도 불필요한 것들이 많은데. 덜어내고 싶어도 습관이 배어서 그냥 그대로 쓰게 됩니다.
저도 문장을 고민해봐야겠어요.

습관이 참 무섭습니다.. ㅜ 그래도 bree1042님 글은 유려한 편 아닌가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좋은 책 추천해주셨네요. 짧게 써주신것으로도 도움이 되요.^^

도움이 됐다니 기쁩니다~

뺄셈의 미학이 문장에서도 적용 되네요ㅎ
문장을 써놓고도 불필요한 게 없는지 다시 쳐다보게 됩니다.ㅋ

문장에도 적용되고.. 요즘에 저는 삶에도 적용해 보려고 하는데 덧셈의 미학으로만 살아와서 어렵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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