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를 많이 하는 타입으로 산다는 건

in #kr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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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를 많이 하는 타입으로 산다는 건

가장 최근에 한 오해는 회사에서였다. 현재 하는 직무는 전임자가 5년동안 혈당수치가 개선되지 않아 병원에서 당뇨환자로 판명내려 어쩔수없이 급히 자리를 메꾸려고 날 투입시켰다. 3교대를 돌았던 그녀는 하루아침에 주간고정으로 다른 곳으로 보내졌다. 남은 시간은 5일.

그러다보니 업무 인수인계를 받는 동안 그녀와 함께 걷다가 아는 회사사람을 만나면 으레 이제 어떻하냐, 다시 돌아올수는 없냐, 가지마라 기타 등등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녀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내 십년넘게 이 회사를 위해 일했지만 결국 나는 버려졌다고 아쉽다고 토로했다.

오히려 교대생활 청산하고 주간고정으로 앉아서 일하는? 몸이 더 편한 직무로 가는건데 뭐가 아쉽다는 건지(...)라고 나는 속으로 시니컬하게 생각했지만 아쉬워서 어떻하냐고 그냥 맞장구쳤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밥을 먹던 패밀리에 자연스레 들어갔다. 다들 나와는 말을 섞지 않았다. 다행인지 그래도 마음씨가 착한 언니라 꼼꼼하게 인계를 해주고 떠났다.

아무래도 그 무리사람이 아닌지라 가뜩이나 눈치를 보며 같이 밥을 먹는중에도 며칠에 한번은 꼭 그 언니 다시 돌아와줬으면 좋겠다고 후배 J는 자주 슬퍼했다. 그럴수도 있겠지 싶어서 아무 말 않고 그냥 밥이나 먹었다.

그런데 꼭 잊을만하면 계속 전임자이야기를 꺼낸다. 그 분이 간지도 4달이 지났고 나도 업무에 잘 적응해서 문제는 없지만 아무래도 인간적인 미가 내가 떨어져서 그런건지(...) 뭔가 적적하거나 심심할떄마다 투덜대면서 그 언니 다시 와줬으면 하고 바랬다.

나름 살갑게 말도 걸고 대화는 했지만 역시나 원래 친하던 언니를 대신할 수는 없겠지. 나도 다른 밥먹던 지인들에게서 떨어져 일부러 더 빨리 업무에 적응하려 이 사람들과 밥을 계속 먹었던 건데. 살짝 섭섭한 생각까지 들었다.

어제는 식당에서 그 전임자언니와 마주쳤고 또 다들 돌아와라, 언니 자리는 여기다 뭐다 아쉬움을 잔뜩 토로하는걸 듣고 나는 표정 굳어서 그냥 밥만 먹음. 그 언니는 이제 당수치도 괜찮아졌고 다시 돌아갈 여건은 된다는 둥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나 무슨 굴러온 돌이냐;;; 내가 그들의 사이를 훼방놓는 악당이 된 것처럼 꺼름직함.

그 전에는 적응한 이 업무에 나름 메리트를 느껴서 좋아했지만 한번씩 이럴때마다 그냥 다른 곳으로 가는 편이 그들에게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다시 새로운 일을 배우겠지만 다시 적응하겠지.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그렇지만 나도 사람인데 너무 면전에 대놓고 돌아오라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은근 속을 긁는 느낌이다. 화를 내기도 애매한 상황이도 하고.

퇴근할때 그 패밀리들이 같이 옹기종기 모여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하하호호 웃으며 퇴근할때 나는 그냥 듣기 싫어서 계단타고 곧장 집으로 ㄱㄱ함. 집단 생활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기도 해서 출퇴근은 항상 혼자인데 아무래도 여자들은 저렇게 모여서 옹기종기 얘기하며 친해지는 버릇들이 있겠지. 싹싹하지 않는 후임자에 대해 얼마나 호박씨를 깠을까 하는 혼자만의 추측도 해봄. 여기 무슨 유치원이야 뭐야.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고. 어제 오랜만에 친한 후배가 차로 데려다준다고 해서 얻어탔다.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내가 이 애매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뭔가 기분이 상하긴 하는데 말하자니 속좁아 보이고 그래서 나혼자 입나와서 뚱하다고 했더니. 언니는 아직 초수네. 그거 할 말 없어서 그냥 하는 말이라고. 마치 미혼인 지인 보면 야, 언제 결혼하냐 이거랑 아기 한명인 지인 보면 야, 둘째는 언제 가지냐 하고 묻는것과 비슷하다고.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인사 겸 큰 의미 없는 말이라고 했다.

그래도 너무 자주 언급하는것 같다고 했더니 그거 할말 없어서 그런거라고 걍 넘기라고 웃으며 말했다. 쿨내 진동하네 녀석. 당해보면 이 개짜증을 알텐데. 그래도 뭐 할 말이 없어서 인사치레로 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자 약간 마음이 편해졌다. 진심인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뭐...

아몰랑 ㅋㅋㅋ
오늘도 다들 출근 잘 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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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후배 현명하네!! 그런거 신경써봤자 찡만 힘들지 머!! 그냥 밥도 따로 친했던 사람들이랑 먹믄기 낫지 않을랑가 몰랑? ㅎㅎ4달이 지나도 그러는건 참 아니네!!

햅뽀님 감사해여♡♡♡

후배가 현명하네요. 왜 그렇게 의미 없는 말들을 하는지. 직장에 연령대가 높아 제가 막내라인이라 그란 걱정은 없어 좋아요. 찡님 힘내요~~

일럭님! 힘낼게욥 감사하무니당♡♡♡

저도 생각이 많은 성향이었지요.
나만 혼자 그러고 있더라구요.
지금은 그냥 그려러니 하고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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